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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타로 에세이] 별은 어두울수록 더 밝게 빛난다…'17번 별 카드'

등록 2021-10-22 11:05:41   최종수정 2021-10-22 11: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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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 17번 '별' 카드. (사진=조연희 작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모든 어른은 아이였다.”

디즈니의 이 한 마디 때문에 난 겁 없이 아동복 장사를 시작했다. 어른 속에는 동심이 남아 있기 마련이고 그 이유 하나로 자식에 대한 소비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는 자신만만했다. 직접 새벽시장에 가서 아동복을 고르고, 공들여 가게에 디스플레이 했다. 옷 안에 뽁뽁이를 잔뜩 집어넣고 오동포동한 아이들의 귀여운 몸을 한껏 살려 벽에 걸었다. 나만의 착각이었는지 모르지만 할로겐 조명에 비친 아기자기한 옷은 정말 동화의 세계에 온 듯했다.

그렇게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바꾸다 보면 아침이 밝아오곤 했다. 그래도 피곤한 줄 몰랐다. 그러나 동화 속의 주인공은 늘 고난을 겪지 않던가. 내 동화 같은 꿈을 깨트린 것은 바로 우리 매장 앞의 옷가게였다. 할머니 혼자 하는 가게였는데 디스플레이랄만한 것도 없었다. 아동복은 사이즈가 다양한데 그 가게는 사이즈도 따로 구분 없는 듯했다.

가게 앞 노점에 산더미처럼 옷을 쌓아놓고 할머니는 그 가운데서 돌하르방처럼 앉아 있었다. 점심도 도시락으로 그 안에서 해결했다. 잘 웃지도 않았다. 맞는 사이즈의 옷을 알아서 찾아가라는 식이었다.

그런데 가격이 놀라울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우리 가게에서 옷 한 벌 살 수 있는 돈으로 그곳에선 한 보따리 정도는 족히 구입하는 것 같았다. 그곳은 늘 사람이 바글바글했다.

난 쇼윈도 너머로 그 가게를 망연히 바라볼 뿐이었다. 어쩌다 우리집 단골 손님을 그 무리에서 발견이라도 하는 날엔 실연이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단골은 없다는 것을.

◆폭풍이 지나간 뒤 찾아온 아침 같은 평화

17번 카드의 이름은 ‘별’이다. 호리병 두 개의 모습이 어딘지 14번 ‘절제’ 카드를 연상케 하지 않는가.

‘절제’ 카드에서는 상반된 두 힘을 간신히 조절하며 접점을 찾고 있었지만 ‘별’ 카드에서는 그 힘을 쏟아버린다. 물을 땅으로, 풀숲으로 연못으로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낸다.

이 카드 앞의 카드가 ‘탑’이었음을 기억해 보시라.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가 외부의 힘으로 붕괴된. 그리고서 얻는 평화가 바로 ‘별’ 카드이다. 폭풍이 지나간 아침처럼 새 희망을 알려주는 카드이다.

‘탑’ 카드에서 이성이 붕괴되었다면, ‘별’ 카드에서는 감성으로 새롭게 시작한다. 비워 버린 몸. 비워 낸 영혼. 그때 차크라가 열리면서 상처가 회복되고, 세상과 순환한다. 여신의 벌거벗은 모습도 원초의 모습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라는 의미 같다. 땅이나 풀숲으로 돌아간 물이, 풀이나 나무나 꽃으로 다시 태어나듯 이 카드는 새로운 시작, 회복 등으로 해석한다. 당장 결실이 보이지 않아도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진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 밑바닥엔 ‘희망’이

그런데 왜 17번 타로는 희망을 ‘별’로 표현했을까.

판도라의 상자 얘기는 다들 알고 계실 것이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 두 형제에게 세상을 정비하는 임무를 맡겼다. 그러나 에피메테우스가 생각 없이 동물들에게 선물을 남발하는 바람에 인간에게 줄 것이 없어졌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었고 그 벌을 받게 된다. 제우스는 그걸로 성이 차지 않아 아름답지만 참을성 없는 여인인 판도라를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냈다. 에피메테우스는 한눈에 반해 그녀와 결혼한다.

속설에 의하면 에피메테우스의 집 안 깊숙이에는  두 형제가 피조물에게 나눠주고 남은 것들을 보관한 상자가 있었다고 한다. 호기심에 못 이긴 판도라는 그 상자를 열었고 그 순간 불행과 질병 등 모든 악이 빠져나왔다. 이후로 인간 세상은 악이 판을 치는 혼돈에 빠졌다.

그러나 제우스는 판도라의 상자 가장 밑바닥에 희망을 남겨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희망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희망은 어두울수록,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캄캄할수록 더욱 빛난다. 어두울수록 별이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허공에서 반짝이던 집 한 채  

아동복 장사를 하던 시절, 내 귀가는 10시가 훌쩍 넘었다.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아파트의 불은 거의 소등되어 있었다. 유일하게 불 밝힌 곳이 우리 집이었다. 아직 귀가하지 못한 나를 위해 우리 집 불빛만이 북두칠성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별은 흔들림이 심할수록 더욱 반짝인다. 그렇게 별은 수십 년 전 또는 수백 년 전부터 당신에게 오는 동안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더욱 반짝였다.

아동복 장사를 하던 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때 비로소 난 내게도 별이 있음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email protected]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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