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탁신 부르는 '핏빗 시위'…갈등의 태국 앞날 안개

등록 2010-04-06 11:05:11   최종수정 2017-01-11 11: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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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은식 기자 = 지난달 16일 태국 수도 방콕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핏빛 시위’가 벌어졌다.

 진압하는 경찰에 의한 유혈 사태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시위대가 자신들의 피를 헌혈해 이를 시위에 활용한 것이다.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붉은 셔츠’ 시위대가 순식간에 점거한 청사 앞 4차선 도로는 적색 물결로 넘실댔다.

 친탁신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주도한 수만 명의 시위대는 “너뻣처(붉은 셔츠)” “탁신 깝마(탁신 돌아오라), 아피싯 옥빠이(아피싯 물러나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아피싯 정부의 퇴진과 의회 해산을 주장하는 시위대는 ‘우리의 피는 뜨겁다’는 의미로 애초 10만 명의 시위 참가자들로부터 10cc씩 피를 받아 100만cc 피 뿌리기 행사를 펼칠 계획이었다. 가득 찬 1리터짜리 페트병들이 모아졌고, 이날 청사 정문에 페트병 7개 분량의 피를 뿌렸다.

 한 시위대는 “아피싯 총리의 피는 차지만 우리의 피는 뜨겁다”며 “이 행사는 폭력 시위에 대한 여론의 질타와 거부감을 피하면서 너뻣처의 분노와 저항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시무시한 핏빛 시위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아피싯 웨차치와 태국 총리는 지난달 28일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전격적으로 시위대 대표와의 직접 협상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즉각적인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 실시를 주장하는 시위대의 요구를 아피싯 총리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은 시위 정국 해소를 위해 15일 안에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아피싯 총리는 올해 연말께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 안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 사업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진 탁신총리도 지난달 30일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4월3일로 예정된 반정부 시위에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시위 원인은?

 붉은 셔츠와 노란 셔츠로 대변되는 태국 내 정치 불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9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해 탁신 총리가 물러났다. 탁신 총리는 부패 혐의로 실각했으며, 영국으로 망명했다. 2007년 치러진 총선에서 탁신 세력인 ‘국민의 힘’(PPP)이 승리했다. 2008년 2월 탁신 전 총리가 귀국했다.

 그러나 반 탁신 세력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일명 노란 셔츠)’가 강력히 반발했다. 노란 셔츠는 시위를 벌이며 정부 청사와 공항을 점거하는 등 극렬히 저항했다. 탁신 전 총리는 다시 해외로 도피해야 했다.

 2008년 10월 대법원은 탁신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했고, 12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PPP)’ 등 집권 연합 3당의 해체를 명령했다. 과도정부가 구성됐으며, 의회는 민주당의 아피싯 총재를 새 총리로 선출했다. 결론적으로 반탁신 세력이 반정부시위를 통해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권을 무너뜨려 버린 셈이 됐다.

 지난해 3월에는 친 탁신 세력인 ‘붉은 셔츠’가 들고 일어났다. ‘붉은 셔츠’가 정부 청사를 봉쇄했으며, 의회 해산을 요구했다. 심지어 그해 4월 예정된 아세안+3 정상회의가 무산되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태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정상 외교가 취소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정국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고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시위를 진압했다. 이후 대법원이 지난 2월 태국 내 동결된 탁신의 재산 460억 바트를 몰수하는 판결을 내렸다. 잠잠하던 시위가 촉발된 것은 ‘붉은 셔츠’가 3월 집중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탁신을 지지하는 세력은 누구인가.

 탁신은 집권 후기로 갈수록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을 사용하며 개방화에 힘을 쏟았지만, 집권 초기에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며 경제 성장에 힘을 쏟았다. 이런 가운데 탁신 정권은 농가부채 탕감 등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정책을 폈으며 이로 인해 농민과 빈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게 됐다.

 ‘붉은 셔츠’가 현재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주장하는 이유는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저소득층이 선거를 통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반 탁신 세력은 주로 도시 중산층이다. 탁신 정권도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언론 통제를 강화하는 등 권위주의적 태도가 나타났다.

 도시 중산층들도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농촌만 좋은 일을 시킨다는 불만도 커졌다. 부패문제에 대한 거부감도 강하게 일어났다. 지난 2006년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좋은 쿠데타’라는 식으로 필요악인 것으로 규정했다.

 태국 정국의 장군 멍군식 시위 양상은 이처럼 복잡한 양상을 띠며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태국 시위 일지

▲2001년 6월6일 = 탁신 창설 정당 타이락타이(TRT) 총선 압승. ▲2005년 2월6일 = TRT 재집권. ▲2006년 2월24일 = 탁신 일가 탈세의혹으로 반정부시위. ▲4월2일 = 조기총선 실시 TRT 압승. ▲9월19일 = 군부 쿠데타 발생, 탁신 실각 후 영국으로 망명. ▲2007년 12월23일 = 탁신계 신당 국민의힘(PPP), 총선 승리. ▲2008년 2월28일 = 탁신 귀국. ▲5월25일 = 반탁신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일명 옐로셔츠) 반정부 시위 시작. ▲8월11일 = 탁신 부부, 해외로 도피. ▲8월26일 = PAD 시위대 정부청사 난입. ▲10월22일 = 대법원, 탁신에 징역 2년형 선고. ▲11월25일 = PAD 수완나품 국제공항 점거. ▲12월2일 = 헌재, PPP 등 집권 3당 해체명령. 과도정부 구성. ▲12월15일 = 의회, 민주당 아피싯 총재를 27대 총리로 선출. ▲2009년 3월26일 = 친(親)탁신단체 UDD(일명 레드셔츠) 정부청사 봉쇄. 의회해산 요구. ▲4월11일= 친탁신단체 시위로 아세안+3 정상회의 무산. 비상사태 선포. ▲2010년 2월26일 = 대법원, 태국내 동결된 탁신 재산 766억바트 중 460억바트 몰수 판결. ▲3월14일 = 탁신 지지단체 UDD 회원, 대규모 시위 ▲3월16일 = 피 뿌리기 시위 ▲3월28일 = 아피싯 총리와 반정부 시위대간 협상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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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71호(4월12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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