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의료분쟁, 피해자 구제는 산 넘어 산

등록 2014-12-08 14:15:56   최종수정 2016-12-28 13:4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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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사각 턱에 도드라져 보이는 광대뼈가 유독 콤플렉스였던 도영은(41·여·가명)씨. 외모 때문에 평소 생활 전반에 자신감이 결여되자 성형수술을 결심했다.   

 경기도에 사는 도씨는 올해 초 인터넷과 지인을 통해 알게 된 강남구 역삼동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안면윤곽술로 유명한 곳인 데다 병원 원장이 방송에도 출연한다는 말에 이곳에서 사각턱절개술과 광대축소술을 받기로 했다.

 병원에서 수술비 880만원을 현금으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다. 뭔가 미심쩍기도 했지만 다들 현금으로 결제하는 데다 무엇보다 수술이 잘 끝나는 게 가장 중요했던 그였기에 병원의 요구를 따랐다.  

 도씨가 이상을 느꼈던 것은 수술 후 2개월이 지난 시점부터였다. 부기가 빠지기 시작할 때쯤 오른쪽 광대뼈가 만져지지 않았던 것이다.

 병원을 찾아간 도씨는 “부기가 다 빠지지 않았으니 좀 더 있어보자”는 원장의 말을 믿고 기다렸다. 하지만 도씨는 지난 6월 병원 측으로부터 ‘한쪽이 함몰돼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받았다. 수술 후 4개월 만의 일이었다. 

 잠시 재수술을 제안하던 병원 측은 지난 10월 도씨에게 돌연 ‘재수술 대신 보형물이나 지방을 주기적으로 넣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이를 거부하며 사과와 재수술을 요구하자 병원 측은 ‘법대로 하라’는 엄포까지 놓았다고 한다.

 도씨의 일상은 엉망이 됐다. 억울함을 풀 방법을 찾지 못하던 그는 소비자고발센터로부터 의료과실을 입증하려면 의사의 소견서나 진단서가 필요하다는 말에 전국 병원을 돌아다녔다.

 병원 10여 곳을 찾아간 그는 의사들로부터 ‘어느 정도 의료과실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는 소견을 듣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모든 의사가 소견서 작성을 거부했다. 동종업계 종사자인 데다 혹여나 소송에 휘말릴 것을 부담스러워 했던 탓이다.

 도씨는 변호사를 찾아가 자문을 구해봤지만 병원과 싸워 이길 가능성이 낮은 데 반해 돈은 많이 든다는 말을 듣고 소송도 포기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비대칭이 심해지는 그의 얼굴. 앞머리를 길러 얼굴의 3분의 1을 가리고 다니던 그는 결국 최근 직장마저 그만뒀다.

 ◇ 커지는 불만, 늘어나는 부작용  

 각종 성형수술과 미용시술이 대중화되면서 각종 수술 후유증과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성형수술 또는 미용시술을 받은 적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2.3%가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17%는 실제 비대칭염증과 흉터 등의 부작용을 겪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접수되는 피해 신고도 매년 늘고 있다. 지난 2012년 한 해 모두 18건에 불과했던 성형수술 피해 신고는 이듬해 51건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의 경우 8월까지 접수된 피해 신고는 56건으로 지난 한 해 전체 신고 건수를 넘어섰다.

 지방흡입술과 위밴드 수술 등 체중감량을 위한 수술을 받다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9월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서 복부지방 흡입술을 받던 50대 여성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하는 가하면 한 방송에서 ‘초고도비만녀’로 소개됐던 20대 여성이 위밴드 수술 몇 달 만에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 10월27일 복막염과 심낭염에 의한 다발성 패혈증으로 사망한 가수 고(故) 신해철(46)씨의 경우에도 위밴드 수술을 받은 뒤 제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작용 논란이 일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성형수술 부작용 사고가 발생한 병원을 조사해보면 대부분 비전문의 병원”이라며 “성형 관련 진료를 하는 비전문의 병원은 성형외과전문의 개원의원의 10배인 1만여 곳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성형의료시장이 외형적으로 성장하면서 관련 병원이 무분별하게 늘어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 1심 판결까지 평균 26개월 걸려  

 이처럼 의료사고가 빈발하고 있지만 병원 측의 과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소송을 하더라도 1심 판결에 평균 26.3개월이 소요될 만큼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보니 소송 중간에 병원과 합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010년 가슴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은 김모(36)씨의 경우에도 가슴의 크기가 달라지는 부작용으로 2차례의 재수술을 받았으나 비대칭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4년 가까이 진행된 소송은 여전히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해당 병원을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경찰에 형사고소까지 했으나 대한의사협회에 감정을 의뢰해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만 전해 들었을 뿐, 결과를 전해 듣지는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중재원)이 출범됐다. 중재원은 의료사고 피해자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기 위해 90일(최대 120일) 이내에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조정 중재한다.  

 감정위원회에는 의료인 2명과 법조인 2명, 소비자단체 관계자 1명 등 모두 5명의 비상임 감정위원이 참여한다. 조정위원회는 감정위원회의 감정서를 토대로 분쟁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법무법인 매헌의 홍승권 변호사는 “변호사뿐만 아니라 합의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실장’을 따로 두고 있는 (성형)병원도 있다”고 귀띔하면서도 의외로 성형수술 피해자가 병원을 이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용성형의 경우 수술방법과 부작용, 의사의 능력 등을 모두 설명해줘야 할 뿐 아니라 발생 확률이 낮은 부작용까지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수술동의서에 부작용을 포괄적으로 기재해놓은 경우에도 판례는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며 “환자가 부작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의사가 책임을 지고 입증해야 하는 만큼 피해자들은 무조건 포기하기보다는 피해에 대한 보상 방법을 적극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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