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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외교 '빈손'…'제재' 국제공조 원점

등록 2016-01-28 08:43:45   최종수정 2016-12-28 16:3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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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케리 방중, 대북제재 수위 입장차 못 좁혀  북핵 사태, 사드·남중국해 등 美-中 갈등 재점화  정부, '5자회담' 제안 등 中 자극…북핵 외교 '실패'   中, 이란 제재 '입장 차이' 강조 '실리'…되풀이 가능성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의 기습적인 4차 핵실험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압박외교'가 중국과 러시아에 가로막혔다.

 지난 6일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곧바로 제재 결의 초안 작업에 들어갔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문안 협상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방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원칙을 밝히며 박근혜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또한 대북제재 추진 과정에서 추가적인 긴장 악화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여기에다가 한반도 사드(THADD) 배치 문제, 남중국해 분쟁, 대만 독립 문제, 우크라이나 내전사태 등 6자회담 당사국들 간 전략적 이해관계까지 얽혀드는 모양새다.

 ◇ 美-中 대북제재 수위 입장차 여전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중국 방문이 성과 없이 끝났다. 케리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7일 회담을 갖고 새로운 제재 결의 채택이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으나 제재 수위에 대해서는 상호 원칙만 재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이날 회담 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일시적인 형세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에도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 해결하겠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밝혀온 중국이 미국과의 회담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양국 간 신경전도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날 회담에 앞서 중국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북한 핵실험 사태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는 데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며, 6자회담 중단 원인이 미국 측에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분위기는 회담까지 이어졌다. 왕이 부장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양국의 모든 관심 사안과 관련해 미국과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길 바란다"며 나아가 "미국은 대만 독립에 마땅히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케리 장관은 "양국이 북핵 문제의 타결을 향해 전진할 필요가 있다"며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 '5자회담 제안' 역풍…북핵 외교 '실패'   

 북한의 핵실험 이후 한·미·일 3각 공조를 중심으로 한 강력하고 포괄적인 대북제재 움직임에 일정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던 중국과 러시아가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 이후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정부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중국의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등 '중국경사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對)중국 외교에 공을 들였다. 한·중 관계가 역대 최상이라는 자평도 이어졌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사태를 맞으면서 정부의 대(對)중국 외교가 민낯을 드러냈다. 중국은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도,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도 '강경한 대북제재'에 미온적 태도로 일관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중국을 향해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북핵 불용'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요청했으나, 정작 중국은 한중 국방장관 직통전화(핫라인) 가동을 거부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북핵 사태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이 이어지자 중국은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을 앞세워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러시아 또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 복구만이 해법"이라며 박 대통령의 제안에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전문가는 "한국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 같이 섰다고 해서 가까워졌다고 보는 것은 너무나 안일한 생각"이라며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한국과 중국 간 관계가 북한과 중국 간 관계보다 가깝다고 볼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 이란 제재 '실리' 챙긴 中…'대북제재' 되풀이 가능성도

 중국이 대북제재 강경 기조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북한과의 이해관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대북 무역과 경제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북한의 전체 대외무역에서 중국과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달한다.

 미국이 효과적인 대북제재를 위해 중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중국과 북한 간의 특수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앞서 중국은 지난 2010년 이후 국제사회의 대(對)이란 제재가 강화될 당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동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란과의 관계 강화를 모색했다.

 당시 중국은 서방그룹과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자 차원의 제재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방그룹이 철수한 사업에 중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며 영향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았다.

 지난 2010년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5·24조치를 시행한 이후 북한은 중국과의 교역과 경제협력 비중을 절대적으로 늘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 당사국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북한이 이를 적극 활용, 앞선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왕이 부장이 케리 장관과의 회담에서 미국을 '최대 선진국'으로 중국을 '발전도상국'으로 표현한 것 또한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과정을 최대한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언제쯤

 미국과 중국이 대북제재 수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만큼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까지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앞서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했을 당시 유엔 안보리는 5일 만에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를 채택했다. 이후 2차 핵실험에 대한 결의안 1874호는 18일 만에, 3차 핵실험에 대한 결의안 2094호는 결의까지 23일 걸렸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중국 간 (초안) 문안 협상에서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중국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속도가 굉장히 늦다"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했을 당시 1월 말께나 2월 초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가 채택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으나 이번 대북제재 논의가 '속도'보다 '내용'에 무게를 두고 있어 일치된 결의안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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