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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급' 노르웨이 교도소에서 테러범 인권 침해?

등록 2016-03-22 09:05:03   최종수정 2016-12-28 16: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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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엔=AP/뉴시스】노르웨이 극우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7)가 15일(현지시간) 스키엔의 법정에 출두하자마자 나치식 경례를 하고 있다. 브레이비크는 노르웨이 당국이 고문에 관한 2개 조항을 위반했고 본인 및 가족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냈다.  2016.03.15.
【서울=뉴시스】최희정 기자 = 2011년 7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77명을 학살한 노르웨이 최악의 연쇄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7)가 지난 15일 노르웨이 스키엔 법정에 출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피고인으로서 등장한 것이 아니다.

 21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극우 극단주의자 브레이비크는 “독방에 감금(solitary confinement)한 것은 사형보다 더 나쁘다”면서 지난 해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인권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노르웨이 당국이 고문에 관한 조항을 위반했고 본인 및 가족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낸 것이다. 그는 체포된 이후 다른 죄수들과 분리돼 독방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외부와의 접촉시 엄격한 통제를 받아 왔다.

 브레이비크 변호사 위스테인 스토르비크는 AFP통신에 “브레이비크가 스키엔 교도소에 독방 수감돼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아왔다”고 전했다. 스키엔 교도소는 수도 오슬로 남서부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독방 감금,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대체 독방 감금이 얼마나 힘들었길래 수십 명을 학살한 범죄자가 인권침해 소송까지 걸게 된 것일까.

 영국 BBC방송은 지난 15일자 기사에서 독방 감금에 대한 보편적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1년 후안 멘데즈 유엔 고문방지 특별보고관의 개념 정의를 언급하면서 “하루에 최소 22시간 동안 감시요원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돼 수감돼 있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수십년 간 독방 수감의 영향을 연구한 캘리포니아 대학 산타크루스 캠퍼스의 심리학 교수 크레이그 해이니는 “타인과 연관될 수 없는 환경으로부터 즉각적인 공포를 느끼는 이들이 일부 있다. 이 밖에 다른 사람들은 점차 장기적인 우울증과 절망상태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극과 지적 능력이 쇠퇴해 기억력 감퇴를 겪게 되며, 일부 재소자들은 그야말로 미쳐버리기도 한다”며 “정체성이 심하게 손상되어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되는 것은 극단적인 경우다”고 말했다.

 멘데즈 특별보고관은 독방 감금이 고문 혹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모멸적 처우나 처벌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레이비크, 어떤 처우 받았길래

 브레이비크는 미국 백인 우월주의 단체 ‘아리안 브라더후드’와 구속된 러시아 네오나치와 같은 이들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이 금지됐다. 동조자들로부터의 편지 수신도 불허됐다. 면회는 엄격히 통제됐다. 알몸수색을 받거나 종종 수갑을 차기도 했다.

 브레이비크는 보안 규정에 따라 두꺼운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교도소 감시요원들 및 성직자와 접촉했다. 다만 어머니만 유일하게 유리벽 없이 접견하는 것이 허용됐다. 브레이비크의 변호사 스토르비크는 “그의 어머니가 죽기 전 아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잠시 만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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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은 지난 2011년 7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77명을 학살한 노르웨이 최악의 연쇄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7)가 수감된 노르웨이 스키엔 교도소 내부의 모습. 그는 관리가 잘 된 방·화장실 등 수면과 공부, 운동을 위한 공간 3곳을 부여받았다. 인터넷 연결이 차단된 컴퓨터·런닝머신·냉장고·DVD 플레이어 이용과 TV·라디오 시청,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할 수 있으며, 매일 운동장에도 나갈 수 있다. 최근에는 스스로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도 있게 됐다. 2016.03.17. (사진: AP)
 브레이비크는 인터넷 연결이 차단된 컴퓨터·런닝머신·냉장고·DVD 플레이어 이용과 TV·라디오 시청,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할 수 있으며, 매일 운동장에도 나갈 수 있다. 또 수면과 공부, 운동을 위한 공간 3곳을 부여받았다. 최근에는 스스로 음식을 요리해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의 변호사는 “브레이비크가 혼란을 겪고 건망증이 심하며 날짜와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고 교도소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반면 노르웨이 정부 변호사 마리우스 엠버란트는 브레이비크가 다른 재소자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한 인물이기 때문에 독방에 수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브레이비크가 다른 재소자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라도 독방 수감이 필요한 일이라고도 했다.

◇유럽인권협약상 브레이비크는 어떤 권리 가졌나

 유럽인권협약 3조는 ‘누구도 고문 혹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모멸적인 처우나 처벌을 받아선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협약 8조는 ‘모든 사람들이 개인 및 가족의 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서신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스토르비크 변호사는 “브레이비크의 사생활권은 타인과 관계를 형성할 권리를 의미한다”며 “그의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BBC는 2005년 유럽인권재판소가 1970~80년대 전세계를 테러 공포에 몰아넣은 ‘전설적인 테러리스트’ 카를로스 자칼(본명 일리치 라미레스 산체스)이 제기한 독방 감금 항소를 기각했다고 전했다. 당시 재판소는 자칼이 57명의 변호사를 포함해 나중에 아내가 된 변호사를 정기적으로 만났다는 점을 들어 잔혹한 처우로 볼만한 정도에 이르진 않았다고 판결했다.

◇노르웨이 교도소 상황은?

 브레이비크는 자신의 수감생활을 자주 ‘고문’에 비유해 왔다. 지난 15일 법정에서도 “교도소에서 차가운 커피와 전자렌지에 데운 냉동식품을 제공받고 있는데 이는 물고문보다 더 괴롭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르웨이 교도소는 세계에서 가장 인도주의적이며 수준높은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정평나있다.

 노르웨이 교도소 2곳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nicest) 혹은 ‘가장 인도적인’ 감옥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교도소를 방문한 미국인들조차도 재소자들이 누리는 환경을 본 순간 놀라서 입이 떡 벌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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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77명을 학살한 노르웨이 최악의 연쇄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7)가 수감된 노르웨이 스키엔 교도소 내 체육관 모습. 그는 수면과 공부, 운동을 위한 공간 3곳을 부여받았다. 2016.03.17. (사진: AP)
 오슬로 남부 바스토이(Bastoey)섬 교도소에 사는 재소자들은 마을 단지 주변을 자유롭게 산책하거나 동물을 사육한다. 또 스키 타기와 요리, 테니스 경기, 카드게임 등을 즐긴다. 이들은 자기만의 해변이 있으며 사람들을 태우는 연락선도 운항한다. 교도소 직원들이 오후에 퇴근하면, 소수의 경비원들이 남아 115명의 재소자들을 감시한다. 톰 에버하트 교도소장은 “노르웨이 교정국에서는 정상상태 원칙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며 “일상적인 교도소 생활은 가능한한 일반인의 삶과 달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교도소는 스웨덴 국경 인근 노르웨이 남부 할덴에 있다. 살인이나 강간을 저지른 흉악범들이 오는 이 곳은 재소자들을 교화시키기 위해 인간적인 대우를 해주려 노력하고 있다. 24시간 중 12시간만 1인용 수감실에 갇혀 있고 나머지 시간에는 교육이나 종교 등 뭐든지 할 수 있다. 미국은 하루 중 1시간만 이를 허용한다. 2014년 핀란드TV회사 초청으로 현장을 방문한 미국 뉴욕 교도소 감독관 출신 제임스 콘웨이는 ‘교도소 유토피아’(utopia·이상향)라고 칭송하면서 “당신이 재소자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최고의 감옥이다”고 평했다.

 재소자들의 부엌에는 나이프와 포크, 숟가락 등 커틀러리(날붙이류)가, 작업장은 톱과 펜치 등 금속도구가 잘 갖춰져 있으며, 음악 스튜디오에는 기타와 키보드, 드럼 등도 준비돼 있다.

 물론 창문에는 차단막이 있으며, 재소자들은 단체 활동에 참가할 때를 제외하고는 교도소에 갇혀 지낸다. 하지만 도망가지 못하도록 삼엄한 감시를 받는다는 점을 빼고는 일상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르웨이 재범률은 20%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영국의 재범률은 45% 가량 되며, 미국에서는 5년 안에 재소자 76%이상이 다시 체포된다.

◇브레이비크, 언제부터 독방에?

 브레이비크는 인종 청소를 목적으로 2011년 7월 노르웨이 오슬로 정부청사에서 폭탄을 터뜨리고, 노동당 청소년캠프에서 총기를 난사해 77명을 살해했다. 그 해 7월 체포됐을 때부터 격리 수감됐다.

 그는 2012년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이 반 이슬람 극우 사상을 고양하려는 정치적 테러였다고 주장,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슬로 지방법원은 2012년 8월 살인 및 테러 혐의로 구속기소된 브레이비크에 대해 최고 형량인 징역 21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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