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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더 간지나는 간이역으로" 관광공사 '12월 가볼 만한 곳'

등록 2016-11-28 14:54:05   최종수정 2016-12-28 17: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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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구둔역 철길걷기.(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인적 드문 시골 간이역은 겨울에 더욱 아름답다. 날씨 탓인지, 분위기 덕인지 '시리도록 아름답다'는 흔해 빠진 관용구가 정말이지 잘 어울린다. 때맞춰 눈이라도 내린다면 그 정취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관광공사(사장 정창수)가 '12월 가볼 만한 곳'으로 전국의 간이역 중 네 곳을 선정했다. 이번 주말 기차에 몸을 싣고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한 겨울을 맞으러 달려가 보자.

◇녹슨 철길에 첫사랑이 내려앉다, 양평 구둔역(경기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에 있는 구둔역은 80년 가까운 세월이 묻어나는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 4월 중앙선의 간이역으로 문을 연 이곳은 다섯 살에 광복의 환희를 맞았고, 열 살 때 6·25전쟁의 참화를 겪었다.

 서울 청량리와 강원 원주시 구간을 운행하는 무궁화호 열차가 하루 몇 차례 지났던 이 역은 이 구간 중앙선 복선화 사업으로 종전 노선이 변경돼 지난 2012년 폐지됐다.

 대신 나무로 지어져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대합실, 매표소 등 역사(驛舍)와 광장, 철로, 승강장 등이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되면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멈춰 선 기관차와 객차를 철로 한편에 세워놓아 운치를 더한다.

 이곳은 직접 가지 않았어도 눈에 익은 곳이다. 지난 2012년 3월 개봉해 아련한 첫사랑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히트한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에서 대학생 '승민'(이제훈)과 '서연'(수지)의 데이트 장소로, 최근 SBS TV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에서 개그맨 김국진과 가수 강수지의 철길 데이트 코스로 각각 등장한 것.

 덕분에 주말이면 데이트족들이 몰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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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지 철암역 두선탄장.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고무된 구둔마을 주민들은 지난 가을 구둔역을 새롭게 단장했다.

 역사 옆에는 빨간 벽돌과 나무 한 그루가 어우러진 ‘고백의 정원’을 조성, 연인들이 사랑을 고백할 장소를 마련했고, 사무실을 카페로 꾸몄다. 고구마 피자와 빵 만들기 체험장도 마련했다. 승강장 옆에는 연인이 기대어 앉아 한겨울 추위는 물리치고 사랑은 더 키울 수 있는 모닥불 터를 준비한다.

 구둔역은 폐역이라 기차가 서지 않는다.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이용해 인근 일신역에서 내린 뒤 마을 풍경을 감상하며 15분 정도 걸어갈 수 있다. 용문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양평군청 관광진흥과 031-770-2490

◇탄광 마을 철암의 ‘그때 그 모습’을 만나다, 태백 철암역(강원 태백시 동태백로)

 태백은 석탄의 도시다. 정부가 1989년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50여 광산에서 매년 640만 톤에 달하는 검은 황금을 캐냈다. 전국 석탄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철암은 당시 한국을 대표하는 탄광 마을답게 인구가 5만 명에 이르렀다.

 그때의 모습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곳이 철암역이다. 우뚝 선 4층 건물이 번성하던 그 시절을 웅변하듯 하다.

 철암역은 1940년 묵호~철암 구간 철도가 개통하면서 영업을 개시했다. 현 역사는 1985년에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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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국내 최고 연산역 급수탑.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과거에는 장성탄전에서 생산한 무연탄을 주로 수송했지만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 산업이 쇠퇴해 지금은 무연탄과 경석을 주로 수송한다.  

 철암역은 '두선탄장'으로 더 유명하다. 70년 넘는 역사(歷史)가 녹아든 국내 석탄 산업의 상징이다. 국내 최초 무연탄 선탄 시설이자 우리나라 근대산업사의 상징적인 시설로 평가받아, 등록문화재 21호로 지정됐다.

 1999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감독 이명세)에서 살인 용의자 '장성민'(안성기)과 '우 형사'(박중훈)가 세찬 빗속에서 주먹다짐을 벌인 곳으로 잘 알려졌다.

 두선탄장 건너편 마을이 '철암탄광역사촌'이다. 시간이라도 멈춘 듯 1970~1980년대 모습 그대로다. 자녀나 손자 손녀에게 옛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 찾을 만하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100년 넘은 급수탑에 철도 문화 체험까지, 논산 연산역(충남 논산시 연산면 선비로)

 호남선 연산역은 대전과 충남 논산시 사이에 있는 간이역이다. KTX는커녕 새마을호도 서지 않는 이 역에는 상·하행을 합쳐 무궁화호가 하루 10회 정차할 뿐이다. 그나마 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덕분에 이곳의 시간은 자연의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흐른다. 도시의 '빨리빨리'에 너무 길들었다고 생각할 때 이곳에서 느림의 미학을 깨달으면 정반합(正反合)이 되면서 저절로 중용의 도를 터득할 수 있을 듯하다.

 이곳에는 국내 최고 급수탑이 있다. '가장 뛰어나다'는 '최고(最高)'도, '가장 높다;는 '최고(〃)'도 아닌 '가장 오래됐다'는 뜻의 '최고(最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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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연산역 타임 엽서' 우체통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그냥 '오래됐나 보네'라며 무시해서는 안 된다.

 100년도 더 지난 1911년, 호남선 대전-강경 구간이 개통하면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세운 이 급수탑은 증기기관차를 디젤기관차로 바꾼 1970년대까지 제 기능을 충실히 했다.

 국내 현존 급수탑 중 큰 형님이고, 콘크리트로 만든 다른 급수탑과 달리 화강석을 원기둥처럼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철제 물탱크를 얹은 형태다, 이런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됐다.

 연산역은 '철도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급수탑 견학, 전호(깃발 신호) 체험, 기관사 체험, 선로 전환기 체험, 철도 안전 교육, 통일호 방송 체험, 승차권 발권 등 내용도 다양하다.

 단체나 개인이 미리 신청하면 안전 복장에 헬멧을 착용하고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체험을 위해 찾는 사람이 많다. 승차권이 없으면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면 된다. 유치원생,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성인도 참여한다.

 역사 안에는 '연산역 타임 엽서'를 위한 우체통이 있다. '오늘 발송 우편함' '1년 후 발송 우편함' '3년 후 발송 우편함' 등 종류도 여러 가지다.

 엽서를 썼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지낸 1년 뒤나 3년 뒤의 어느 날, 오늘 내가 쓴 엽서를 받게 된다면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물론 그사이 이사나 전직을 해선 안 된다.

 논산시청 관광체육과 041-746-5741~3

◇시간이 멈춰 선 곳, 군산 임피역(전북 군산시 임피면 서원석곡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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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개찰구 바깥쪽에서 본 임피역.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1924년 군산선 간이역으로 문을 연 임피역은 호남평야에서 수확한 쌀을 일본으로 반출하던 거점이었다.

 그런 안타까운 '수탈의 역사'를 상징하는 곳답게 대합실 벽에는 당시 상황을 알려주는 안내문이 있다. '힘들게 수확한 쌀을 빼앗긴 농민들은 깻묵과 나무껍질로 허기진 배를 달랬고, 역사 옆 미곡 창고에서 노동자들이 배고픔을 참고 쌀가마니를 실어 날랐다.'

 1936년 보통 역으로 승격하면서 역사도 새롭게 지었다. 지금의 역사가 그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반도의 쌀을 많이 열도로 가져갔다는 얘기다.

 2008년 5월 여객 운송이 완전히 중단됐고, 이제는 말끔하게 재단장해 승객이 아닌 관광객을 맞는다. 그동안 서양 간이역과 일본 가옥 양식을 결합한 역사적·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208호로 지정됐다.

 역사 서쪽에는 시계가 귀한 시절, 사이렌과 스피커로 정오를 알린 오포대와 펌프가 그대로 자리하고 이 지역 출신 소설가 채만식의 대표작 '탁류' '레디메이드 인생' 등을 모티브로 한 조형물과 객차를 활용한 전시관도 생겼다.

 특히 승강장 쪽에 마련된 나무 벤치에서 관광객은 고즈넉한 간이역 풍경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기차가 정차하지 않으니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장항선 열차 새마을호나 무궁화를 타고 군산역, 고속버스를 타고 군산터미널에서 각각 내려 이동해야 한다.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0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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