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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에 황교안 與 대선주자 급부상 가능성

등록 2017-02-01 18: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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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선행 실천 격려 오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7.02.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권도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권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반 전 총장이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함에 따라 황 대행은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보수 진영의 지지율 1위 대선주자로 떠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설 연휴 직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황 대행의 지지율은 어느새 10%선을 넘보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아직까지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상태인에도 보수층에서는 황 대행을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밀고 있는 셈이다.

 세계일보와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달 30일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1011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결과에 따르면 황 대행의 지지율은 8.3%를 기록, 전체 후보 가운데 5위를 기록했고 여권 후보 중에서는 반 전 총장(13.1%)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알앤써치가 이날 발표한 2월 1주차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여론조사(전국 성인 1147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9%p) 결과에서는 황 대행이 9.7%를 기록,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35.2%)와 반 전 총장(16.5%)의 뒤를 이어 '빅3'에 올라섰다.

 주목할 점은 설 연휴 전 조사까지 포함할 때 황 대행의 지지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을 잃은 보수층에서는 황 대행을 대안으로 꼽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황 대행은 최근 새누리당의 집중적인 러브콜도 받고 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우리 당원도 아닌 황 대행이 많은 국민들의 관심 속에서 10% 남짓한 지지율을 받는다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 다시 한번 보수와 우리당을 향해 '대선에 나서서 책임을 한 번 다시 맡아야 한다'는 것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했다"며 공개적으로 구애를 보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날 "(황 대행의) 인품이나 여러 가지 그분의 행태로 봐서 훌륭한 분이라고 판정이 되고 있다"며 "만약 그 분이 우리당에 온다고 하면 저희당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러브콜을 보탰다.

 이같은 상황에서 반 전 총장의 낙마로 보수층의 표가 분산되지 않은 채 황 대행에게 온전히 모여든다면 '문재인 대세론'에 맞서볼만하다는 게 여권의 계산이다. 결국 황 대행의 결심에 따라 대선판도가 크게 요동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황 대행은 일단 대권 도전을 선언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출마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도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설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금은 그런 여러 생각을 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어려운 국정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 전력하는 것이 마땅한 책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선 후보로서의 지지율 상승과 관련해서도 "제가 여러번 말씀드렸지만 지지율에 관한 부분은 저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며 "저는 권한대행으로서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정안정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면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지금은 오직 그 생각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을 대신해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본분에 충실하겠다는 의미이지만 대선 출마 가능성을 명확히 부인하지도 않은 것이다. '지금은'이라는 단서를 달아둔 것도 박 대통령의 탄핵 여부나 여권의 판세 변화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경제부터 안보까지 두루 섭렵하고 있는 황 대행의 최근 행보를 볼 때 대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22일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청년들과의 대화'를 가진 것을 두고 지지층 넓히기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가 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해 오던 신년기자회견을 대신 연 것을 두고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권한대행의 자리를 박차고 나오면서까지 대선판에 뛰어들 경우 그것 자체로 상당한 비난이 쏟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황 대행이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30일 전에 권한대행직을 그만둬야 한다.

 만일 황 대행이 권한대행직을 내버리고 대선 후보로 나온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권한대행'을 맡기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는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국가적 위기를 방치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황 대행이 이같은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선후보로 나서려면 그에 걸맞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정농단 사태에 황 대행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권한대행직을 그만두면서까지 대선에 출마할 만한 명분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황 대행 측 관계자는 "진짜 고민은 대선에 출마한 이후일 것"이라며 "당선이 확실시된다면 모를까 권한대행을 버리고 나갔다가 선거에서 진다면 미래를 도모하기 어렵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우려도 황 대행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유지하고 여권의 대선주자로 자연스럽게 입지를 다지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될 사람한테 몰아주자'는 심리로 유승민 의원이나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 바른정당 후보로 지지층이 분산되지 않고 황 대행 한 명에게 집중된다면 보수진영 대표 후보라는 명분과 대권 경쟁력도 확보된다는 논리다.  

 따라서 황 대행이 당장 반 전 총장의 낙마를 계기로 출마 여부를 결정짓기보다는 보수층의 여론 흐름을 살피면서 대권 도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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