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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부 능선넘은 SK]도시바, 韓美日 연합 택한 배경은

등록 2017-06-21 15:17:15   최종수정 2017-06-26 09:5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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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사진 캡처


3국 연합, 도시바 '경영권 유지'·日 정부 '기술 유출 우려·고용 유지' 입맛 맞춰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전에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온 배경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 교도통신,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메모리 사업부 매각과 관련해 한·미·일 연합과 우선적으로 교섭하는 방안을 최종 확정했다.

 한·미·일 3국 연합에는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국책은행인 정책투자은행, 복수의 일본기업,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한국 SK하이닉스 등이 포진됐다.

 KKR과 INCJ가 주축이 된 미·일 연합에 SK하이닉스와 동맹을 맺고 있던 베인캐피탈이 합류한 것.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 웨스턴디지털, 대만 홍하이그룹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 전 세계 시장에서 내노라하는 10여개 기업과 투자자들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는 지난해 도시바 매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가치 있는 자산이다. 지난해 도시바는 5조6700억엔(약 58조474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바 있다.
 
 애플 제품의 조립업체로 유명한 대만의 폭스콘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홍하이그룹은 인수 금액으로 최대 3조엔(약 30조914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20조원대로 알려진 인수 비용에 비해 50%나 높은 액수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도시바 인수는 일본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도체와 관련된 기술 유출과 안보 위협을 우려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1년 의료 장비 및 카메라 제조업체 올림푸스가 지분을 매각할 때 올림푸스가 가진 광학 기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외환·대외 무역법'으로 인수전에 직접 개입하기도 했다.
 
 이후 떠오른 유력한 후보는 미국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와 반도체기업 브로드컴 연합이었다.

 실버레이크는 2013년 글로벨 PC업체 델을 244억 달러(약 27조8790억원)에 인수한 사모펀드다. 브로드컴은 통신용 반도체를 공급하는 회사로 최근 서버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실버레이크는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로 델의 서버장치에 탑재할 수 있는(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의 안정적인 공급을 원했고, 브로드컴은 안정적인 낸드 공급처 확보를 노렸다.

 일본 정부 입장에서도 미국 기업의 인수가 바람직했다. 특히 도시바가 미국 원전 사업과 관련해 63억 달러의 손실을 낸 웨스팅하우스의 파산 신청을 한 점도 미국 기업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다.

 하지만 브로드컴이 과거에 기업을 인수한 뒤 인력을 구조조정한 전력이 있어 고용 유지에 대해 우려하는 일본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3국 연합이 제시한 경영자 매수(MBO) 방식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3국 연합은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 지분 51%를 인수하되 나머지 지분은 도시바가 갖는 '경영자 매수(MBO)' 방식을 제안했다. 도시바 입장에서는 원전 사업 손실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 받으면서 경영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즉, 도시바와 일본 정부가 원하는 입맛을 3국 연합이 맞춘 셈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와 동종업체이기 때문에 각국 독점금지법 심사 통과 문제를 고려해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가 부담하는 액수는 3000억엔(약 3조830억원)으로 알려졌으며, 최종 합의는 도시바 주주총회가 열리는 오는 28일 결정될 예정이다. 도시바는 내년 3월말까지 매각 절차를 마무리해 2년 연속 채무 초과(자본 잠식)로 상장 폐지되는 사태는 막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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