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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100일] ④검증부실 인사문제에 현 정부 상승세 발목

등록 2017-08-16 06:59:00   최종수정 2017-08-22 09: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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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권 초부터 '공직자 배제 5대 원칙 파기 논란' 휩싸여
  '황우석 박사 사건' 박기영 본부장으로 인선 파동 정점
  검증 부실·코드인사 논란···여성 장관 증가는 고무적 평가
  靑, 마지막 남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 고심 거듭

  【서울=뉴시스】장윤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에서 인사 문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고위 공직자 배제 5대 원칙(위장전입·논문표절·병역면탈·세금탈루·부동산투기)'을 강조하면서 이 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는 등용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지만 새 정부 1기 인사 상당수가 어긋나 공약 파기 논란을 불렀다. 이에 임종석 비서실장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사실상의 '대리 사과'를 하기도 했다.
 
 공격과 수비가 바뀐 야권에서는 보수정권 시절 민주당이 인선을 비판해온 사례를 들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신조어로 맹공격을 퍼부었다. 새 정부 청와대에 입성한 상당수 인사가 노무현 정부 출신이어서 '코드 인사' 논란도 불거졌다.

  5대 원칙 논란과는 별도로 일부 장관 후보자는 도덕성과 전문성 흠결 문제로 국회 인사청문회 내내 진통을 겪었고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음에도 문 대통령은 업무 공백을 막기 위해 직권으로 임명했다. 청와대는 공직자 인선 발표 시 일부 장관 후보자의 위장전입 또는 음주운전 이력을 밝히는 '셀프 흠결 발표'로 국회의 검증 공세를 사전에 막으려했지만 국민 정서란 높은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인사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소폭이나마 하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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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검증 과정에서 비난 여론을 못 이긴 일부 인사는 자진 사퇴했고, 일부 인사는 해명 기자간담회를 열었음에도 여권에서도 거세지는 부정적 기류를 감당하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다. 문 대통령도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몇차례 유감을 표명할 정도로 인선은 새 정부의 심각한 진통이었다.

  16일 현재 차관급으로 임명됐거나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지만 신상 흠결 문제로 중도 사퇴한 인사는 김기정 국가안보실 제2차장,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박기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등 4명이다.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 4명이다.

 김기정 국가안보실 제2차장은 지난 6월 5일 임명 12일 만에 사퇴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가 정식 임명 뒤 물러난 것은 김 차장이 처음이었다. 김 차장의 낙마는 연세대 교수 시절 부적절한 언행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여성단체 등에서 김 차장의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자 추가 검증에 나섰고 그 결과 김 차장이 사의를 표명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면밀한 인사검증 없이 서둘러 외교안보 공백을 메우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김 차장은 업무과중으로 인한 급격한 건강악화와 시중에 도는 구설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공식 입장을 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시작조차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안 후보자는 허위 혼인신고로 재판을 받은 이력, 아들의 고교징계를 무마했다는 의혹, 일부 저서에 나온 젠더 표현의 편향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안 후보자는 지난 6월 16일 오전 해명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거 개인사를 사과하면서 청문회에서 평가받겠다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밝혔지만 여론을 못 이기고 그날 밤 물러났다. 안 후보자가 서울대 법대 교수 시절에 조국 민정수석과 인연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국 수석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이력과 자질 논란 문제로 자진 낙마한 사례다. 조 후보자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비슷한 시기 국회 청문회를 치렀는데 두 후보자 모두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했다. 이에 국회 정상화 등을 위해 '두 사람 중 한명 낙마설'이 나왔고 청와대는 부인했다. 여러 관측이 오간 가운데 지난달 13일 저녁 조대엽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했다. 일각에서는 조 후보자의 음주운전 흠결이 비교적 최근 사건이고 고용노동부 장관과 달리 국방부 장관은 후보군이 많지 않아 조 후보자가 사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1일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진 사퇴는 문 대통령의 인사 논란 중 가장 큰 오점으로 남게 됐다. 박 본부장이 지난 7일 임명된 순간부터 과학기술계에서는 '황우석 박사 논문조작 사건에 책임있는 인사에게 과학 정책을 맡길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층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청와대는 지난 10일 오후 7시 이례적으로 박 본부장 인선 배경을 설명하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 본부장은 황우석 교수 사건 당시 과학기술보좌관이었기 때문에 그 사건에 대한 무거운 책임이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의 IT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국가경쟁력은 참여정부 시절 가장 높았다. 그 점에서 박기영 과학기술보좌관은 공도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국민 정서를 이기지 못했다.

  임명까지 진통을 겪은 인사도 다수 있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부인의 취업 특혜 의혹,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위장전입,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로펌에서 고액 자문료 수수,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부동산 투기 문제 등으로 국회 인사청문회를 넘지 못했지만 대통령 직권으로 임명됐다. 문재인 정부 내각 첫 임명자였던 이낙연 국무총리도 인사 청문회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새 정부 특수상황을 감안해 간신히 본회의 표결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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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청문회 준비를 하고 있다. 2017.06.06. [email protected]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로펌에서 고액 자문료를 받은 점 등으로 청문회를 넘지 못했지만 곡절 끝에 임명될 수 있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자녀 이중국적 문제 등이 지적되며 아댱 반대로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에도 국회 응답이 없자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 직권으로 이 위원장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여름휴가 중이었지만 전자결재로 이 위원장을 임명했다.

 청와대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가동하고 고위 공직자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검증 미흡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마지막 남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인선은 더욱 신중해지고 있다. 청와대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군을 2~3배 수로 압축해 대통령 보고 직전까지 갔지만 검증 수준을 높이면서 장관 인선을 원점에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새 정부 최종 조각까지는 일정 부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한편 문재인 정부 인선에서 여성 비중이 늘어난 점은 고무적이다. 현재 여성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등 5명으로 역대 초대 내각 중 가장 많은 수준이다. 특히 남성 장관만 임명되어온 외교부와 국토교통부에 여성 장관이 임명돼 인재 등용의 폭이 넓어졌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내각 여성 비율을 30%로 높이겠다고 공약하며 여성 인재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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