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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나왔다더니 매일 먹어도 문제 없다?"···두번 우롱당한 '소비자'

등록 2017-08-21 18:38:47   최종수정 2017-08-21 20: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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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강종민 기자 =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과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약처 브리핑룸에서 살충제 계란 유통량 추적조사와 인체 위해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7.08.21.  [email protected]
당국, 우왕좌왕 대응에 총체적 관리 '허술' 드러나
허술한 전수조사, 구멍 숭숭 친환경 인증, 엉망 난각코드까지
생산은 농식품부, 유통은 식약처 등 이원화된 체계도 삐걱대

【세종=뉴시스】우은식 기자 = "살충제 검출 계란이라고 그렇게 난리치더니, 매일 먹어도 건강엔 이상 없다고?"
 
일주일간 전국을 뒤흔든 살충제 계란 파동이 허탈하게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15일 살충제 계란 검출 발표 이후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두번 우롱 당했다는 배신감과 불신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권이 뀌어도 정부의 행태는 달라진 게 없다는 허탈감도 떨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세월호 사태, 메르스 사태 등 대형 재난사고나 국가적 위기 발생시 매번 지적됐던 정부의 부실한 위기관리 능력과 시스템 부재 등 고질적인 병폐가 이번에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의 잘못된 정보제공, 오락가락 발표, 일부 지역서 검사 누락, 재조사, 추가 보완조사, 또 다른 살충제 성분 검출 등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21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해 "국민들께 불안과 염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관계기관 손발이 안맞고 발표에 착오가 있어 국민 불안을 키웠다"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했다.

◇허술한 전수조사, 살충제 범벅 계란 속출

정부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계란 유통 전면중단과 모든 계란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라는 강력한 대응카드를 꺼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발생한 이번 사태를 대응함에 있어 과거 정부와는 다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과욕이 화를 불렀다.

판매 금지라는 극약처방을 통해 모든 위험요인을 제거한 상태에서 전수조사를 마친 안전한 계란을 시중에 유통시켜 국민들을 안심시키겠다는 해법을 마련했는데 정부가 전수조사의 신뢰도를 스스로 추락키킨 것이다.

농식품부는 1239곳에 달하는 전국 계란 농장을 단 3일만에 전수 조사를 마쳐 적합 판정이 내려진 계란을 시중에 순차적으로 유통시키는 방법으로 수급 조절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살충제 계란 검출 발표 첫날 2개 농장에 불과하던 부적합 농장은 전수조사를 거치면서 꾸준히 늘어 18일 전수조사 완료 브리핑에서는 49개까지 늘어났다. 전체 농장 1239개 가운데 49개를 제외한 1190개 농장(전체 공급물량의 95.7%)의 계란은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직접 브리핑에 나서면서 "이제부터 유통되는 계란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계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랜덤 샘플링 방식이 아닌 농장 주인이 전달해준 계란 시료채취, 일부 지자체에서의 살충제 성분 검사 누락, 엉뚱한 난각코드 공개 등으로 전수조사 자체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결국 전수조사 마무리 이후 121개 농장에 대한 재조사, 420개 농장에 대한 보완조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부적합 농장 5곳이 추가로 발견됐다.

게다가 44년전인 1973년부터 국내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농약인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이 검출된 농장이 2곳이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준 허용치 미만이어서 적합 판정을 받고 일반 계란으로 유통됐다고 설명했으나, 이를 알고도 은폐했다는 논란에서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DDT 성분의 경우 국내 사용이 오래전에 금지된 터라 이번 전수조사 살충제 27종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DDT 성분에 대한 또다른 재재조사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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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살충제 성분에 대한 불안으로 달걀 구매를 꺼리고 달걀의 대체제로써 두부와 우유의 소비가 눈에 띄게 늘자 2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들이 두부를 비롯한 콩제품 판매코너에 많은 제품을 진열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가 무심한듯 계란 판매코너를 지나치고 있다. [email protected]
◇농피아 인증기관 유착···'친환경의 역습' 난각코드 관리도 허술

이번에 드러난 계란 농장에 대한 친환경 인증에 대한 남발과 관리 부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제 완화에 따라 민간으로 친환경 인증이 이관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민간 친환경 인증이관이 64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민간 인증기관에 설립 인증과 감독을 진행하는 농식품부 농산물품질관리원 출신들이 이른바 재취업하면서 사실상 유착관계가 형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64곳 민간 인증기관 대표 가운데 5명, 인증심사원 649명 가운데 85명이 농관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공직자 재취업 심사대상자가 아닌 하급직 직원들이 대부분이기는 하나 농관원 출신들이 대거 민간인증기관으로 넘어가면서 '농정판 전관예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대해 철저한 감찰을 통해 위법이 있는 경우 엄중 조치키로 했으나, 사후 약방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전수조사 결과 부적합 농장 51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31개 농장이 친환경 농장으로 나타났다. 살충제와 농약을 일절 사용하면 안되는 무항생제 친환경 인증기준을 어긴 농장은 68곳에 달했다. 소비자들은 믿었던 친환경에 배신을 당했다며 '친환경의 역습'이라며 혀를 끌끌 차야했다.

계란의 정보를 담은 난각코드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정부가 발표한 난각코드를 통해 소비자들이 살충제 계란을 분류하는데 첫날 발표 이후 일주일이 지난 21일까지 수도 없이 난각코드 오류와 정정을 반복해야 했다.

난각코드를 관리하는 부서는 식품의약안전처인데 계란 농장 관리는 농식품부 소관이다. 난각코드 또한 식용란 수입업자가 계란 수집 후 찍을 수도 있고, 계란생산업자가 찍을 수도 있는 등 현행 규정이 뒤죽박죽이다.

◇농식품부·식약처 이원화된 관리체계 '혼선'

이번 계란 살충제 사태에서 정부의 이원화된 관리체계도 개선돼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만들어지면서 식품 수출과 진흥에 대한 분야에 대한 부분은 농식품부가 관장하고, 국민 건강과 관련된 식품 안전 분야는 기존대로 전문성을 감안해 식품의약안전처 소관으로 남겨뒀다.

이에 식품 진흥은 농식품부가 식품안전은 식약처가 맡는 구조로 이원화돼 이번과 같은 살충제 계란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관된 컨트롤타워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번 사태에서도 문 대통령이 총리실이 주관이돼 부처간 협업을 통해 이번 사태 대응을 강조했지만, 제대로 협업이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다.

살충제 계란 발표 첫날부터 식약처는 유통과정에서 검출된 살충제 계란 2곳을 추가했다고 발표했지만, 농식품부 자료에는 구체적인 검출량, 난각번호 등은 즉시 전달되지 않았다.

전수조사의 경우도 친환경 농장에 대해서는 농식품부 농관원이 진행했고, 일반 농장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시행해 검출 살충제 시약 준비 미비로 누락조사의 실수를 범해야 했다.

진작에 진행됐어야 할 합동브리핑은 사태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21일이 돼서야 진행됐다. 식약처는 이날 "급성 독서이 있는 피프로닐의 경우 최대 검출치 살균제 계란을 하루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발표를 내놨다.

무너진 신뢰가 이번 발표를 통해 신뢰회복으로 이어질지 아직까지 계란 매대로 향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은 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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