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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해하려면 행동을 관찰하라"

등록 2017-09-04 08:52:06   최종수정 2017-09-20 09: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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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 모를 때 행동 직전에 느낀 감정이나 감각 따위를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스키너는 사람은 행동의 이유를 모를 때 행동 원인을 지어내기 쉽다고 지적한다. "내가 그렇게 한 걸 보면, 그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게지."

프로이트 이래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킨 미국의 심리학자 B. F. 스키너(1905~1990)가 쓴 '스키너의 행동심리학'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스키너는 감정·생각·감각·의식 같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말로써는 정확히 표현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행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가 그 행동을 어떻게 느끼느냐가 중요하다면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행동주의 분석에서 다른 사람을 안다는 것은 그냥 그의 현재 행동과 과거 행동을 안다는 것, 혹은 그가 장차 할 행동을 안다는 것이고 유전적 자질과 과거와 현재의 환경이 왜 그가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설명해준다. 우리 힘으로 파악할 수 없는 관련 사실들도 많고 한 사람 한 사람은 분명 유일무이한 존재이기 때문에 그러한 소임은 결코 녹록지 않다. 우리가 물리학과 생물학의 세계에서 알고자 하는 것을 다 알지는 못하듯이, 이 분야에서도 알아야 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들이 아예 성격 자체가 달라서 알려지지 못한 것은 아니다. 다른 과학 분야에서도 그렇지만, 우리도 종종 예측과 통제에 필요한 정보가 없어서 해석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조건에서 가능했던 예측과 통제가 우리의 해석을 뒷받침해줄 것이다. "(218쪽)

정신분석학자들은 행동주의가 무의식을 다룰 수 없다고 곧잘 지적한다. 스키너에 따르면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유전 및 환경 변수들과 행동 사이의 관계는 우리가 관찰하지 않는 한 무의식적이다. 프로이트는 이 관계가 관찰되지 않더라도(즉, 의식적이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효력을 지닐 수 있다고 강조한 장본인이다." 행동주의가 거부하는 것은 무의식 자체가 아니라 무의식을 인간 행동의 주체로 보는 것이다.

병든 자를 고쳐주고,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주는 이유가 그런 불행한 이들에게 공감하고 감정을 함께 나누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더러 있다. 스키너는 이러한 주장에 반박하며, 그렇게 감정과 결부된 행동이 생존에 가치 있는 행동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잘 대해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위로하고, 공감하고, 나누는 이타적인 행동 역시 스키너는 역통제를 받아서 조정되는 행동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남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동을 삼가는 이유는 그들이 상처받으면 어떤 기분일지 알아서가 아니다. 같은 종 안에서 다른 구성원에게 상처를 입히면 종의 생존 확률이 줄어들기 때문이고, 남을 상처 입혔을 때 나도 상처 입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죄를 짓기 때문에 죄악의 존재인가, 아니면 죄악의 존재이기 때문에 죄를 짓는 것인가? 마르크스도 비슷한 질문을 제기하고 이렇게 답한 바 있다. '인간의 의식이 그의 실존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실존이 인간의 의식을 결정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윌리엄 제임스도 정서 영역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울기 때문에 슬픈 것이다.' 이상의 세 진술은 모두 중요한 세부 사항 하나가 빠져 있다. 상태 '그리고' 행동, 이 양쪽 모두의 원인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 '도덕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도덕적 인간인가, 도덕적 인간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둘 다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 사람은 특수한 환경에 살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행동하고 우리가 그를 도덕적이라 일컫는 것이다. "(240~241쪽)

'급진적 행동주의'를 정립한 스키너는 이 책에서 행동주의에 쏟아진 온갖 오해를 바로잡고 올바른 이해를 제공하고자 한다. 스키너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내면에서 찾는 정신분석이나 인본주의 심리학을 비판하면서 외부 환경에서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인간을 단순히 환경의 산물로만 본 것은 아니었다. 인간과 환경은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 영향을 끼친다. 인간은 환경을 통제하고 변화시킴으로써 자신과 타인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 한편으로 환경이 인간에게 가하는 통제를 잘 알면 감정, 감각, 회상, 추상적 사고 같은 내적 과정도 해석할 수 있다. 이신영 옮김, 320쪽, 교양인,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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