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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에 용기"…여성의전화 성폭력 상담 24% 증가

등록 2018-03-08 11: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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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상담이 30% 최다…가정폭력·데이트폭력 순
성폭력 피해자 19% 2차 피해…역고소 피해도 심각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게시판에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이후 한국여성의전화에 접수된 성폭력 상담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17년 한국여성의전화 인권상담소 상담통계 분석-성폭력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상담 건수 3040건 중 초기상담 2055건을 분석했다. 또 1월30일부터 지난 6일까지의 상담사례에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미친 영향도 조사했다.

 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 관련 초기 상담은 100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3.5% 증가했다. 상담 100건 중 28건은 '미투' 운동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은 '이대로 두면 더 많은 피해가 생길 것 같아서', '이제는 그 일이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돼서', '미투 운동에 용기를 얻거나 피해 경험이 상기돼서' 등의 이유로 상담을 받았다고 밝혔다. 피해자 중 대다수는 가해자의 사과, 법적 대응 절차에서 조력을 원했다.

 지난해 여성의전화에 걸려온 2055건의 상담 건수 중 '성폭력'에 관한 상담이 29.5%(869건)로 가장 많았다.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은 28.1%(827건), 데이트 폭력은 13.8%(407건) 순이었다.

 가정폭력 상담 사례 중에서도 성폭력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15.6%(129건),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5.4%(45건)로 집계됐다. 데이트폭력 상담 사례 중 성폭력이 동반된 경우는 50.6%(206건),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31%(126건)였다.

 전체 상담 건수 중 피해자가 여성이면서 가해자가 남성인 사례가 94.9%(1950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데이트 상대자가 가해자인 경우가 45.9%로 여성 폭력 피해 다수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했다. 직장 관계자는 12%(246건)로 집계됐다.

 성폭력 피해 상담 869건의 피·가해자 분포를 살펴보면 직장 관계자가 24.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현 애인, 데이트 상대자 등이 23.7%, 친족 및 전·현 배우자가 14.8%로 나타났다. 이는 성폭력이 낯선 사람, 일부 병리적 개인에 의해 발생한다는 통념과는 배치된다고 여성의전화 측은 지적했다.

 성폭력 피해자 중 2차 피해를 경험한 사례는 19.3%(168건)로 분석됐다. 그 중 44.5%가 피·가해자의 주변인과 가족에게서 발생했다. '네가 참아라', '없던 일로 하라'며 사건을 은폐·외면하는 방식이다. 직장에서의 피해는 18%(38건), 경찰·검찰·법원은 17.5%(37건)였다.

 피해자가 피의자가 되는 역고소 피해도 심각했다. 여성의전화가 지난해 지원했던 '역고소' 피해 사례는 18건이었는데 이 중 16건은 가해자가 고소한 사례였다. 무고(6건)와 명예훼손(4건) 역고소가 대다수였으며 모욕·허위사실 유포·업무방해·사기·가택침입·재산 분할 등이 있었다.

 여성의전화는 "가해자에게 매뉴얼처럼 자리 잡은 역고소로 인해 피해자는 정서적·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 자체가 부정되는 극심한 고통에 놓이게 된다"며 "이러한 현실은 피해자가 피해를 제대로 말할 수 없게 하고 폭로나 익명 고발 등 다른 방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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