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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국내 패션업계…내수 더디고, 차별화도 없고

등록 2018-05-22 07:30:00   최종수정 2018-05-28 09: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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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국내 경기 불황이 가장 큰 원인

'가성비 중시' 세계 소비 트렌드 못 따라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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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 = 패션업계가 내수 침체 등을 이유로 화장품이나 홈퍼니싱 등 다른 사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업계는 장기화된 경기 불황을 가장 큰 이유로 꼽지만 한편으론 SPA(제조·유통 일괄형)의 등장 이후 의류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LF는 올해 안에 패션 브랜드 헤지스를 통해 남성 화장품 라인 '헤지스 맨 스킨케어'를 출시하며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던진다. 지난해 패션그룹 형지는 브랜드 까스텔바작을 통해 ‘까스텔바작 홈’을 선보이고 홈퍼니싱 시장에 진출했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2년 패션기업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코스메틱 브랜드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뷰티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패션업체의 이 같은 사업 다각화에는 다양한 이유가 거론된다.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는 건 전체적인 국내 경기의 정체다. 패션업계는 장기화된 실적 부진에 시달려왔고, 급기야 지난해 패션시장 규모는 9년 만에 처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한국 패션시장의 2017년 실적과 2018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7년 패션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0.3% 줄어든 43조40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내수가 성장이 더뎌진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사업을 다각화 하는 건)비단 패션 쪽만이 아니고, 유통하는 분들이 전반적으로 기존 하던 것에서 시장을 키우기가 힘드니까 사업영역 넓히고 매출 영역도 늘리려고 하는 전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식주 중에 먹는 거나 사는 건(거주하는 건) 비교적 꾸준히 유지되고, 여유가 생길 때 시장에서 탄력도가 높은 게 패션시장”이라면서 “주머니 사정 여유가 있어야 옷도 사는데 청년층은 취업도 안 되고, 나이든 세대는 명퇴 걱정 하는 상황에선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패션업계의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획기적인 디자인이나 실용성 또는 차별화된 마케팅이 이제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몇 년 간 외국계 SPA들은 국내 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국내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세계적인 소비 트렌드를 국내 패션업계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SPA 업체들이 해외에서 쌓아 온 저렴한 가격 정책 등의 경쟁력을 따라잡지 못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가급적이면 사람들이 브랜드를 보기보단 가성비를 봐서 구매하는 성향이 있는 추세”라면서 “해외 SPA 브랜드들은 저렴한 가격을 낼 수 있는 경쟁력을 갖고 있었고, 한국시장에서 타이밍이 맞아서 잘 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패션업계가 신사업에 진출하는 건 나름의 전략적인 고려가 포함된 측면도 있다. ‘사업’이라는 면에서 볼 때 SPA처럼 가격을 무조건 낮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다. 진출이 가능한 영역 안에서 사업을 뻗어 나가면서 패션 부문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영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패션업계의 화장품, 홈퍼니싱 등의 분야 진출은 트렌드·디자인적인 점에서 연관성이 높고, 강점이 있다는 측면이 작용한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마일 웨어라는 게 생긴 것처럼, 여러 교집합들이 생겨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면서 “슬로우 라이프 같은 키워드에 묶이기도 하는데, 그런 것 안에 홈퍼니싱도 다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마일 웨어’는 ‘자택에서 1마일권내에서 착용할 수 있는 의복’이라는 패션용어다. 가정에서 한가할 때 입는 홈웨어 요소와, 간단한 물건을 살 때 입고 갈 수 있는 간단한 패션성을 갖춘 의복을 전반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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