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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무 높이 올라갔구나"…故김창호 원정대 영결식

등록 2018-10-19 16:32:16   최종수정 2018-10-23 0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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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대 카메라에 남은 마지막 모습 영상 상영

"우리 곁 떠나가며 다섯 개의 우주가 사라져"

산악인들 추모시 낭송에 참석자들 눈물 훔쳐

분향·헌화…영정사진 눈맞추며 마지막 손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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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거행된 ’2018 코리안웨이–구르자히말 원정대‘ 故 김창호 대장과 임일진 감독, 유영직 대원, 이재훈 대원, 정준모 대원의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2018.10.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채원 기자 = "그들은 그곳에서도 작은 텐트에 눌러앉아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오늘은 또 어디를 오를까, 어떻게 오를까' 하며 이야기 꽃을 피울 것입니다. 돈도 명예도, 아무것도 없는 텅빈 정상에서 그대들의 이름을 부릅니다. 창호야, 일진아, 영직아, 재훈아, 준모야. 모두 부디 잘가라."

 히말라야 등반에 나섰다가 사망한 고(故) 김창호 대장과 유영직(51·장비 담당), 이재훈(25·식량 의료 담당) 대원, 다큐멘터리 촬영차 동행한 임일진(49) 촬영감독, 정준모(54) 한국산악회 이사의 합동영결식이 19일 엄수됐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동료 산악인들을 비롯해 정기범 한국산악회 회장과 이동훈 한국대학산악연맹 회장,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이재오 전 의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묵념으로 시작된 영결식에서는 원정대 카메라에 담긴 마지막 영상이 상영됐다. 등반을 하는 이들의 모습, 함께 라면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기범 한국산악회 회장은 조사에서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아버지인 이 다섯명이 우리 곁을 떠나며 다섯개의 우주가 사라졌다"며 "다섯은 모두 닮은 형제이자 산이라는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오름'이란 DNA를 나눠가진 가족이었다. 춥고 험한 곳, 높은 곳을 향하던 그들은 이제 너무 높이 올라가버렸다"고 애도했다.

 김덕진 대학산악연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들은 산에 대한 불꽃같은 열정과 서로에 대한 의리로 똘똘 뭉친 우리 산악계의 보배이자 희망이었다"며 "이들이 남긴 고귀한 자산과 뜨거운 열정은 비단 우리 산악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숭고한 개척정신과 살아있는 역사로 가슴 속에 영원히 간직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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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거행된 ’2018 코리안웨이–구르자히말 원정대‘ 故 김창호 대장과 임일진 감독, 유영직 대원, 이재훈 대원, 정준모 대원의 합동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2018.10.19. [email protected]
이동훈 한국대학산악연맹은 "이들의 희생은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산악계에 놀라운 가르침과 숙제를 줬다"며 "살아남은 우리들은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현장조사, 과학적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8000m·14봉 완등자인 산악인 김재수씨는 1951년 난다데비 봉을 오르다 실종된 프랑스인 산악인 로제 듀프라의 시 '그 어느 날'을 낭독했다.

 7대륙 최고봉 등정자인 산악인 김영미씨는 직접 지은 시를 영정에 바쳤다. "창호 형"과 "일진 형"을 부르는 등 희생자에게 전화를 걸어 말을 하는 형식의 시를 낭독하던 김씨는 중간중간 울먹였다. 참석자들도 눈물을 훔쳤다.

 이인정 아시아산악연맹 회장은 향을 피우고 고인들의 영정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 회장은 "이건 가족장이 아니다"라며 "이곳에 모든 산악인들이 왔다. 이건 대한민국 산악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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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19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거행된 ’2018 코리안웨이–구르자히말 원정대‘ 故 김창호 대장과 임일진 감독, 유영직 대원, 이재훈 대원, 정준모 대원의 합동영결식에서 유가족이 헌화 및 분향을 하고 있다. 2018.10.19. [email protected]
한편 이 회장이 인사를 시작하려 하자 고인들의 지인 중 한 명이 "연단에서 내려와달라. 회장님은 해야될 일을 하지 않으셨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포크 그룹 '알펜트리오'는 산악인들의 우정을 담은 '악우가'를 조가(弔歌)로 불렀다.

 영결식 말미 유가족들은 마지막 헌화와 분향을 하기 위해 연단에 차례로 올랐다. 일부는 환하게 웃는 유영직 대원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고 김창호 대장이 이끈 '2018 코리안웨이 구르자히말 원정대'는 새로운 루트 개척을 위해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山群) 구르자히말 원정에 나섰다가 지난 12일 밤 기상 악화에 따른 눈사태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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