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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세 논란]거래세 폐지...韓 경제에 약인가 독인가

등록 2018-11-1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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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폐지시 시장 완화 시그널로 인식…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도움"

"증시 유동성은 세금이 아닌 거시경제가 좌우"

"韓 과세 인프라 부실해 준비 더 필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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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정호·하종민·류병화 기자 = 지난달 국내 증시 급락에 개인투자자 손실이 늘었다. 주가 하락에 망연자실한 투자자를 울리는 것은 또 있다. 주식거래를 했다면 손해를 입었더라도 세금을 부과하는 증권거래세가 그것이다.

증권거래세 존폐 논란은 해묵은 이슈지만 번번이 공론화에 그칠 뿐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증시 급락 여파에 정치권과 증권업계,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증권거래세 폐지 혹은 완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중과세 문제를 지적하며 '폐지 검토'를 공식화하는 등 정부도 여론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11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와 관련해 대체로 주식거래를 유발하는 긍정효과가 있다며 '폐지 찬성' 의견을 내놨다. 다만 회의적 시선을 드러낸 신중론도 만만치 않았다.

현행 법규는 주식을 거래할 때 손익과 무관하게 유가증권시장은 거래액의 0.15%를, 코스닥시장은 0.3%를, 비상장주식의 경우 0.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거둬들인 증권거래세금은 4조6301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는 '이익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을 거스른다. 더욱이 일정 금액 이상 주식에 돈을 넣은 큰 손들에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어 이중과세라는 반발도 크다. 주식거래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은 현재 '주식 보유액 15억원 이상'이다. 하지만 2020년엔 10억원, 2021년엔 3억원으로 확대되는 등 정부 정책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등 유관기관들은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추세기 때문에 증권거래세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진 금투협 세제지원부장은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증권거래세만큼 증시 유동성이 증가하고 손실에 과세되는 문제가 완화돼 조세 형평성도 확보된다"며 "전체적으로 시장 효율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의 경우 세율이 누진적으로 높게 매겨져 투자자들이 세율 자체에 불만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양도차익에 과세하는 것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면서 "주식투자로 이익을 내면 차익에 대해 당연히 양도세를 내는, 돈을 버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는 게 맞다는 주장이다. 증권거래세만 없애 달라는 단순 논리가 아니다"고 전했다.

즉시 폐지보다는 시장충격을 감안해 단계적 축소 후 완전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폐지하는 것엔 반대하며 단계적으로 축소하되 양도세를 점진적으로 늘리다 폐지하면 시장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양도세가 확대되고 있으나 대주주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특수관계인 파악은 어렵고 조세회피는 쉽다는 단점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 실장은 "증권거래세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거래세를 소득세 형태로 전환하자는 것"이라며 "다만 전환했을 때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마다 결과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중과세 문제는 양도소득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증권거래세 인하 후 장기적으로 폐지하는 것에 찬성 의견을 냈다. 그는 "세금이 줄면 주식 거래가 늘어 자본시장이 활성화 된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세 폐지가 자본시장 발전을 넘어 한국 경제 성장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갑래 연구위원은 "그동안 증권거래세는 외국인에게 한국 과세 체계가 규제적이라는 신호를 줬다. (증권거래세 폐지는)자본시장 친화적이라는 신호를 주는 효과가 있어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에 일조할 것"이라며 "증권거래세 축소 논의는 자본시장체계를 합리화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임동원 연구위원은 "(증권거래세 폐지는)궁극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향한 것"이라며 "증권거래세를 0.1%포인트 낮추면 2016년 기준 2조원가량의 세금이 덜 걷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엄청 큰 세수지만 이 돈이 민간으로 흘러 투자나 고용을 늘릴 수 있어 전체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증권거래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은 세금을 줄이거나 없앤다고 주식 거래량이 늘어날지 의문이라며 반론을 폈다.

이상엽 조세재정연구원 실장은 "코스닥시장에 돈을 넣은 80%가 개인 투자자인데 대부분 손실을 보고 있다. 이들이 더 거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맞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다면 거래세가 부담되더라도 투자할 수 있으나 거래세가 투자 심리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거시경제가 좋아야 투자하는 것이지 증권거래세가 요술방망이는 아니다"라며 "(증권거래세 폐지로) 증권시장이 활성화 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이슈를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장은 "우리나라처럼 과세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소득 파악이 어려운 경우 기본적으로 기저에 깔아두는 게 거래세"라며 "현 시스템 내에서 거래세만 내리기는 실무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직 증시가 완전한 패닉 상태는 아닌데다 세금을 낮추는 문제는 현재로서는 소탐대실일 수 있다"며 "증권거래에서 걷는 세금이 줄어들면 다른 곳에서 그만큼 거둬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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