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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사법 대비 강의수 축소·과목 통폐합"…고려대, 대외비 문건 파문

등록 2018-11-14 13: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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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지난달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 대외비 문건 전달

시간강사 채용 극소화 목표…과목 종류·수 최소화·졸업이수학점 축소

'책임시수 총량제' 실시해 대학 측 방안 동참시 수업 적게 맡게 혜택

인문사회계열 등 학생·학과 등 일부 반발…"교육환경 악화 필연적"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 불가피한 상황…교육부는 대학 눈치만 봐

학생들 "대학본부 강사법 빌미로 구조조정…교육 질 저하 시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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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고려대는 지난달 26일 내년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강사 수를 최소화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고려대는 이달 말까지 각 학과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일부 학과가 반발하며 재정을 교육에 우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강의를 줄이겠다는 기조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대량해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진은 강사 수를 줄이겠다는 고려대 대외비 문건. 2018.11.14.
【세종=뉴시스】 이연희 기자 = 강사들의 교원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 도입을 앞두고 대학들이 비공식적으로 시간강사를 줄이기 위해 과목 수를 줄이고, 대형 강의와 전임교원 강의를 늘리려 한 정황이 고려대학교 대외비 문건을 통해 실제로 확인됐다.

이 대학 교무처는 지난달 26일 각 학과에 대외비로 보낸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 문건을 통해 '시간강사 채용 극소화'를 목표로 ▲과목 수를 최대한 줄이고 ▲수업을 전임교원과 겸임교수, 외국인 교수, 명예교수에게 맡기는 방안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각 학과는 이 방안에 대한 내부 논의를 거친 뒤 오는 30일까지 대학본부에 서면으로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고려대 대학본부는 다음주 중에는 학과별 면담도 실시한다. 최종 결정은 12월께 나올 전망이다. 

하지만 대학본부 측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학생들은 물론 일부 학과도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다른 대학들도 고려대와 같은 방안을 마련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강사들의 대량해고 사태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강사 신규채용 안 해"…과목 통폐합·졸업이수학점도 줄여

14일 뉴시스가 단독으로 입수한 대외비 문건 '강사법 시행예정 관련 논의사항'에 따르면 고려대는 향후 필요불가결한 경우가 아니면 강사를 채용하지 않기로 했다.

'필요불가결한 경우'에 대해선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강사가 주로 담당하던 교양과목은 종류와 수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졸업이수학점도 현행 130학점에서 120학점으로 축소한다.

매학기 개설되는 전공과목 수와 각 과목의 분반 수도 줄일 계획이다. 가능하면 같은 과목이나 서로 다른 커리큘럼을 합치는 등 한 강의를 100명 이상 듣는 '콩나물 강의실'을 권장했다.

전임교원(정년트랙)과 인문한국(HK)교수, 겸임교원, 산학협력중심교수 등 비정년트랙 교원을 활용하거나, 강의시수 등에 제한이 없는 외국인 교수 강의를 최대한 늘려서 기존 강사들이 하던 강의를 대체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문건에는 또 학과들이 대학본부의 방안에 동참할 경우 학과별로 '책임시수 총량제'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직이 있거나 연구업적이 뛰어난 교수는 수업을 적게 맡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교수가 과목을 나눠 개설하는 경우 실제 수업은 온라인 강의(Flipped class)를 병행하고, 토의와 문제풀이, 실험·실습은 대학원생 조교(Teaching Fellow)가 담당하는 안도 문건에 포함됐다.

강의만 전담하는 교수에게 연구 대신 일주일에 3시간짜리 강의를 4과목 이상 맡기는 강의특훈교수제(가칭) 도입도 검토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강사를 채용하는 대신 시급이 저렴한 전임교원 초과강의료를 인상하는 안도 포함됐다.

이 밖에 ▲시간강사는 일주일에 최소 6시간 이상 강의 ▲교과목 신설 금지 ▲학과간 유사과목은 타 학과 전공과목으로 인정 ▲폐강기준 강화 등의 방안이 들어 있다.

고려대는 지난달 29일에도 각 학과에 내년도 1학기 개설과목은 현재 대비 20% 감축하고, 전공교과목을 개편하는 등 강사법 대응책을 학과·단과대학별로 논의해 오는 30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학본부 차원에서는 두 팀으로 나눠 다음주 직접 학과장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학과별로 개설하던 과목들을 대학본부가 직접 검토 후 승인하겠다는 공지도 내려간 것으로 전해진다.

박만섭 고려대 교무처장은 "강사법이 시행되면 연 55억원 정도가 추가로 들어갈텐데,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더라도 한시적이라면 대학이 다시 부담을 떠안게 된다"면서 대응책 마련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사법 때문이 아니더라도 강사 수가 많고 다소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인문사회계열 등 일부 학과·학생들 반발…"교육환경 악화 필연적"

대학본부 방침에 현재 고려대 일부 학과는 반발하고 있다. 강사 비중이 높은 인문사회계열의 일부 단과대학은 대학본부에 ▲졸업이수학점 축소 ▲개설 전공과목 수 감축 ▲과목별 분반 수 감축 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대학본부에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학 대학원생 A씨는 "강사법 대비를 명목으로 한 대학 측의 이번 계획안은 대학이 교육을 포기한 것과 같은 졸속적인 학사개편"이라며 "학문후속세대 재생산 차원에서 순수학문은 특히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임교원 업무가 이미 포화상태인데, 강의부담이 더해진다면 수업과 연구 질은 하락해 피해는 학생과 대학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대학본부가 10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강사법은 학교가 구조조정을 시행하기 위해 대는 알리바이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를 우선시하고, 예산을 교육에 최우선 배정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학 학부생 B씨(국어국문 2)는 "한 달 안에 이 내용을 다 정리하겠다는 건 대학의 가장 주된 역할인 교육을 대충하려고 드는 것"이라며 "커리큘럼 감축 계획을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것은 학생들을 교육 대상자가 아닌, 등록금 내는 바보취급 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일갈했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물론 교수 1명이 학생 10명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고려대는 현재 전임교원 책임시수가 주 6시간(2과목)으로 다른 대학보다 적기 때문에, 강의를 늘려도 교육 질을 떨어뜨릴 정도로 과한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질 좋은 수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대학이 교육 질과 다양성, 학문후속세대 양성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박 처장은 "대형 강의의 경우 대학원생 조교가 그룹을 나눠 토론을 진행하는 등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오히려 대학원생들에게 교육자로서 경험을 쌓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교육부, 대량해고 움직임에도 대학 눈치만 보고 있어

고려대의 강사법 대응 방침은 교육의 질보다는 사실상 인건비 감축에 중점을 둔 구조조정안이라는 측면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다른 주요대학들도 현재 고려대처럼 강의 교과목 및 강사 수 줄이기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강사들의 대량해고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교육부는 제동을 거는 대신 대학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 한 간부는 "대학에 강경하게 대응하기 보다는 정책이 안착될 수 있도록 부담을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사제도 개선 협의체가 겸임교원의 계약기간 등 제반 사항을 미세하게 조율했기 떄문에 우려할 정도로 대량해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아직 입학정원이 미달되거나 연구비·발전기금 수주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등록금 수입이 10년간 동결됐고, 연구비나 정부재정지원사업 비용을 인건비로 쓸 수 없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적립금도 용도가 정해져 있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처장은 "대학의 수입을 묶어놓고 지출만 늘리라는 정부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의 임순광 위원장은 "강사법은 그 배경이 지나치게 낮은 강사들의 지위와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라며 "누가 이익을 보는지나 법령, 채용절차 등은 사실 표피적인 것이다. 전 사회가 학문후속세대인 강사들의 처우에 대한 본질을 깊이 인식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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