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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업계, 노조發 리스크 커지나

등록 2019-02-10 09:30:00   최종수정 2019-02-18 09: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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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 파업 경고…로그 후속 못받으면 생산 반토막

현대·기아 '광주형일자리' 발끈…대정부투쟁 공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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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자동차업계가 수년째 생산·수출·내수판매의 트리플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가 노동조합과의 갈등으로 더욱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다.

먼저 완성차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문제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아차 노조 역시 현대차와 함께 '광주형 일자리' 전면 재검토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광주형 일자리'를 '노동적폐 1호'라고 평가하며 현 정부와 광주시, 현대차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민주노총 2월 총파업과 연계해 대정부 투쟁을 확산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노조는 "국내 자동차 생산능력 466만대 중 70여만대가 유휴시설인데 광주에 10만대 신규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망하는 길로 가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현대차가 이 공장을 통해 경형SUV를 위탁제조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국내 경차시장은 2017년 14만대에서 지난해 12만7431대로 매년 축소되고 있다"며 "광주형 경차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금지하는 WTO 협정으로 인해 해외 수출도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은 더 급한 상황이다.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금단체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르노삼성의 경우 본사로부터 파업을 멈추지 않을 경우 오는 9월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는 '닛산 로그'의 후속 물량 배정 협상을 진행할 수 없다는 경고를 받았다.

프랑스 르노그룹이 지분의 79.9%를 보유하고 있는 르노삼성은 르노와 협력관계를 맺고 닛산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22만7577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로그의 수출물량은 10만7245대에 달했다.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그 물량을 배정받지 못할 경우 르노삼성은 심각한 구조조정 위기를 맞을 수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총괄 부회장은 최근 르노삼성 임직원들에게 보낸 영상메시지를 통해 "계속되는 노조 파업으로 공장 가동 시간이 줄어들고 새 엔진 개발에 차질이 생긴다면 르노삼성이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르노삼성과 로그 후속 차량에 대한 논의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공장의 지속 가능성과 고용 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 경쟁력이 확보돼야 한다"며 "이런 사실을 회사와 노조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르노삼성은 2015~2017년 3년간 파업없이 임금협상을 끝내며 '노사 화합의 모범생'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기본급 10만667원 인상을 주장하며 10월부터 28차례, 104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였다. 이 기간 르노삼성의 생산차질 규모는 5000여대 수준이다.

르노삼성은 2016년과 2017년 각각 3만1200원, 6만2400원의 기본급을 인상했다. 지난해의 경우 노조는 기본급 10만667원 인상과 자기계발비를 2만133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르노 본사와 로그 후속 물량 배정 협상을 벌여야 하는 만큼 기본급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은 대신 기본급 유지 보상금, 생산성 격려금 지급 등의 보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부분파업과 노숙투쟁을 이어가며 법인분리에 맞섰던 한국지엠 노조의 경우 신설법인 공식 출범 이후에는 단협 승계 등을 요구하는 쪽으로 투쟁방향을 변경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연구개발(R&D) 신설법인으로 소속을 옮긴 조합원들이 기존 단체협약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오는 19일부터 사측과의 교섭을 추진할 방침이다. 노조는 지난달 2일 공식출범한 R&D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로 소속을 옮긴 노동자 2093명이 기존 단체협약 내용을 그대로 적용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교섭에서 신설법인 근로자 전원의 고용유지 확약과 함께 조합비 공제와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 등도 요구키로 했다.

이밖에 지난해 119명의 해고자를 모두 복직시키로 합의하며 10년만에 '쌍용차사태'에 마침표를 찍은 쌍용차의 경우에도 최근 복직자 손해배상소송 가압류 문제로 최근 몸살을 앓았다. 올해 복직한 노동자 39명이 설을 앞두고 받은 첫 급여에서 법정 채무금이 압류 공제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2009년 쌍용차 사태 당시 파업진압 장비 파손 등을 이유로 67명에게 각각 1000만원의 임금·퇴직금 가압류를 했다. 2016년 항소심 이후 가압류가 일부 풀려 39명에 대한 3억9000만원의 가압류가 남았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쌍용차 파업 관련 손해배상 소송 피고 중 최근 복직된 26명의 쌍용차 노동자에 대해 국가가 설정한 임금·퇴직금 채권 가압류를 해제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13명은 이번 조치에서 제외됐다. 쌍용차지부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경찰이 쌍용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배소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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