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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가 온다]김명중 日 연구원 "몇년이든 韓도 정년연장 논의 시작해야"

등록 2019-09-0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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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닛세이기초연구소 김명중 준주임연구원

"당장 연장하잔 얘기 아냐…그래야 대응 쉬워"

"日기업, 재택근무·집 근처 위성오피스 근무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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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뉴시스】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준주임연구원. 2019.09.03. (사진=김명중 연구원 제공) [email protected]
【도쿄=뉴시스】임재희 기자 = 한때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정년 연장' 논의는 정부가 고령자 고용 시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잠잠해졌다. 당장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30만명씩 급감할 거란 우려에도 정년을 연장한 지 3년도 채 안됐고, 청년 일자리를 줄일 수도 있다는 주장 등을 근거로 정년 연장 논의를 이렇듯 접어둬도 괜찮은 걸까.

우리보다 20년은 더 일찍 일할 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을 경험한 일본 사회에 비춰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당장 제도를 바꾸지는 않더라도 논의를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좋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지난달 26일 뉴시스 창사 18주년 특집 취재를 위해 일본 도쿄에서 만난 김명중 닛세이기초연구소 준주임연구원은 "1년이든 3년이든 지금부터 논의를 천천히 해나가면서 정년과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을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까지 들여다보면 대응책을 만들기 쉬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연구원은 닛폰 생명보험 상호회사 산하 닛세이기초연구소에서 일본 정년 제도를 비롯해 한일 사회보장정책 비교, 노동 경제학 분야 등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정년 연장을 한 지 얼마 안 됐고 기업 부담도 크다고 하는 분들의 말씀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점점 인구가 고령화되고 저출산이 계속되면 일하는 현역 세대가 많이 줄어든다. 이에 대한 대책을 당장 2~3년 뒤에 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일본처럼 천천히 해나가자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이 정년 연장 논의를 본격화한 건 1970년대부터다. 1971년 '중고연령자 등의 고용 촉진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15년 뒤인 1986년 지금과 같은 '고령자 등의 고용 안정에 관한 법률'(고령자 고용 안정법)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기업이 60세 정년 보장에 노력할 것을 규정했다.

실제 60세 정년이 의무화된 건 그로부터 8년 뒤인 1994년인데 이마저 유예기간을 두고 1998년 4월부터 기업에 적용했다.

65세로 정년을 재차 연장하는 방안은 2004년부터 연금 지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늦춰지는 때인 2013년에 맞춰 추진됐다. 정년 의무화 계획을 발표하고 실제 연장까진 9~10년 가량 걸린 셈이다.

일본은 정년을 늘리면서 동시에 노인 일자리 정책을 시행하는 '실버인재센터' 사업을 1996년부터 확대해 나갔다. 여기에 고령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도 어느 정도 조성돼 있다.

김 연구원은 "노인은 물론 전업주부들이 집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재택근무를 하고 회사가 고령자 집 근처에 사무실을 빌리는 새틀라이트(위성, satellite) 오피스 등이 마련돼 있다"며 "언제든지 회사와 연결될 수 있도록 IT(정보통신) 등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근속 연수 등에 따라 임금과 지위가 올라가는 연공서열이 강한 일본 기업에서 정년 연장에 대한 반발은 없었을까.

김 연구원은 "그래서 일본 정부는 2004년 고령자 고용 안전법을 개정하면서 정년을 폐지하거나 연장하거나 계속 고용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3가지 선택지를 줬다"며 "정년을 폐지하거나 연장하면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므로 대부분 기업이 계속 고용 제도를 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60세에 도달하면 기존 고용을 해지하고 계약직 등 새 계약을 체결해 고용 상태를 연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임금 수준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았다. 기업에 따라 임금을 낮추는 등 자율권을 부여한 셈이다.

하지만 임금이 하락하면서 고령자의 노동 의욕이 떨어졌다. 이에 최근에는 계속 고용 제도 대신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시민들의 반발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취직 빙하기가 있어 기업의 구인보다 구직자가 많았던 시기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고용이 문제가 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경기가 좋아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8%나 돼 '실버 민주주의'를 향하고 있어 고령자 정책이 많이 실시돼 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령자가 일터를 떠나지 않아 청년 신규고용에 어려움을 주던 시기도 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해 일손 자체가 부족한 상황인 데다 아베노믹스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서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 간 충돌이 적었다는 얘기다.

다만 최근 들어 일본 정부가 연금 지급 개시 연령과 함께 정년을 70세까지 재차 연장하려 하자 고령자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김 연구원은 "고령자들은 연금만으론 생활하기 어려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정년이 연장되면 그만큼 연금을 못받게 돼 '언제까지 일해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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