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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시세 90%로…셈법 복잡한 다주택자 매도 '저울질'

등록 2020-11-06 06:00:00   최종수정 2020-11-09 09: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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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양도세 모두 증가…주택처분 '진퇴양난'

다주택자 관망 지속…중개업소엔 문의 잇따라

늘어난 세금 부담, 세입자에게 전가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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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2020.10.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늘어난 세금 부담 때문인지 매도 시점과 절세 등을 묻는 다주택자들이 늘었어요."

지난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정부 정책 발표 이후 주택시장의 변화에 대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대책으로 세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묻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며 이같이 대답했다.

이 대표는 "보유세 부담 증가로 주택 매도를 염두에 둔 다주택자들의 상담이 늘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며 "종부세가 오른 만큼 거래세도 늘어나기 때문에 일단 주택시장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확정한 가운데, 집값 안정에 열쇠를 쥐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향후 집값 추이와 늘어난 세금 부담을 놓고 저울질에 들어갔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모든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9억원 미만 아파트는 2030년까지, 15억원 이상 아파트는 2025년까지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90%까지 올라간다. 매년 약 3%p씩 올리는데, 9억원 이하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은 중간 목표를 두고 속도 조절에 나선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27일 국토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공청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국토연구원은 현실화율 도달 목표를 80%, 90%, 100%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는 이중 공동주택과 단독주택, 토지 등 3가지 유형의 부동산에 적용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로 정했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현재 공시가격은 낮은 시세 반영률 그리고 유형별 가격대별 시세반영 격차 등으로 인해 형평성, 균형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2019년 0시부터 장기간 낮은 수준으로 공시된 부동산 유형과 고가 부동산의 시세 반영률을 일부 개선했지만, 전반적인 현실화 수준은 여전히 50에서 70%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공시가격 현실화는 정확한 시세 조사에 기반을 하고 있고, 시세 조사에 객관성을 높이고 외부 심사 등 심사절차를 강화해 정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번 현실화 계획은 2021년 0시부터 적용이 되고, 시세 9억원 미만 주택에 대해서는 평균 약 1%p 이내로 제고하면서 균형성을 개선하고 나머지 부동산은 3%p 수준으로 제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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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부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 올리는 '현실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의 경우 재산세 감면을 받지 못하는 데다, 9억원을 넘을 경우 종합부동산세까지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보유세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리면 서울 강남 등 고가·다주택자들의 보유세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시가 30억원 상당의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면적 84㎡) 소유자의 보유세는 올해(1326만원)보다 1317만원 오른 2643만원으로 추정된다. 또 강남구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와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 등 2채를 보유했을 때는 올해(3073만원)보다 5695만원 오른 8768만원으로 예상된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산정 등 60개 분야의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다.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 재산세에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 하는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은 일단 숨죽이고,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여전하다"며 "양도세 부담으로 월세나 반전세 전환 등을 고심하고 있는 문의 전화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일단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보다는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하려고 한다"며 "당장 집을 팔기보다는 일단 주택시장을 좀 더 지켜본 뒤 매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부담을 감안해 증여로 돌리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올해 8월 증여 취득세율이 최대 12%로 오른 뒤 증여 문의가 끊겼는데, 공시가격 인상 발표 이후 다시 늘었다"며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도 늘고, 증여 취득세율도 높아지면서 어떤 게 유리한 지 따져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방안이 본격 시행되면 재산세에 종합부동산세까지 내야 하는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을 통한 보유세 부담 강화로 부동산시장에 매물이 많아지고, 집값이 하락하는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정부의 바람대로 부동산시장의 무게 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1일 전에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얼마나 나오는지에 따라 집값 안정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에선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등 세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일부 집을 처분할 수 있지만, 증가한 세금 부담이 임대료에 전가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세기준일인 내년 6월1일 이전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일부 매도 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나,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올라가면 종합부동산세 대상자가 아닌 중저가 1주택자도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 등의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매물 증가와 집값 안정을 기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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