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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봉련 "햄릿, 성별은 중요치 않아 인간적인 면모 초점"

등록 2020-12-13 09:54:32 최종수정 2020-12-21 09: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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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내용	[인터뷰]이봉련 "햄릿, 성별은 중요치 않아 인간적인 면모 초점"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햄릿'의 성별이 뭐가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죠. 여성으로서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어요." '여성 햄릿'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봉련 햄릿'은 처음이다. 국립극단이 개막을 준비 중인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에 그녀가 캐스팅됐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이봉련은 "'여성 햄릿'은 제가 만들 수 있는 지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색깔로 햄릿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연습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단의 '햄릿' 프로덕션은 이번이 70년 역사상 세 번째다. 성별이 바뀌었지만 햄릿 공주는 여전히 '당연한' 왕위계승자이자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연출가 부새롬과 작가 정진새 그리고 이봉련의 광기어린 연기는 성별 이분법적 세계관을 잊고 인간으로서의 햄릿의 심연을 들여다보게끔 만들 거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봉련은 "연출님, 작가님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어떻게 만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꼼꼼하게 각색을 하셨어요. 원작을 해체하기보다, 지금도 '햄릿'을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신 거죠." 1601년 집필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연극 작품 중 하나인 '햄릿'은 지난해 국립극단이 진행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에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햄릿은 일부에서 우유부단한 인물 형으로 낙인찍기도 하지만, 파국적 상황에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뇌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도 인정 받는다. 이봉련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도 개인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 개개인별로 이유가 있죠. 환경을 비롯 개인이 대적할 수 없는 무언가에 약한 몸부림을 치고 있죠." 하지만 이봉련이 인간을 마냥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밀고 나아가는 힘"을 믿는다. "그런 에너지가 쌓이고 쌓여 살아가는 힘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한없이 약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햄릿처럼 치열하게 고민하는 힘이 조금씩 에너지를 만드는 거죠."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한 이봉련은 유명 배우 양성소로 통하는, 박근형 연출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 출신이다. 박해일, 고수희 등도 이곳을 거쳤다. 대학로에서 쌓은 내공 덕에 '천의 얼굴', 아니 '만의 얼굴'로 통한다.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에서 안내 데스크 직원,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에서 만삭의 임신부,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에서 지영의 옛 직장 동료 '혜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의 총무부 '미스 김' 등으로 다른 인생들을 살려냈다. 모두 이봉련 식으로 새 생명력을 부여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 그녀의 개성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가능했다. 계속 전형성을 탈피해온 그녀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관객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그런 부담은 앞으로도 늘상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몫까지만 감당하려 하죠. 도와주는 스태프분들이 계시잖아요. 연극이든, 영화든 전체 흐름과 앙상블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성별을 떠나 맡고 싶은 배역이 있는 지 묻자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기 때문"이 이유다. "부질 없는 고민 같아요. 맡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차근차근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죠." 이봉련은 국립극단이 믿고 캐스팅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2011년 배삼식 작가·김동현 연출의 '벌'을 시작으로 국립극단과 예술의전당, 일본 신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한 '아시아 온천' 그리고 '다정도 병인 양하여' '빨간버스' '1945' '나는 살인자입니다' 등에 나왔다. "국립극단과 작업 덕분에 30대에 정말로 다양하게 좋은 팀들을 만났어요. 멋있는 배우들과도 함께 연기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지난 4월에 이번 '햄릿' 캐스팅을 제안받았을 때는 기대·설렘과 함께 코로나19 때문에 우려도 들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공연을 제대로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햄릿'은 2020년 라인업 발표 당시 11월2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연쇄적으로 밀려 오는 17일 개막을 예정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이마저도 연기됐다.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온라인 공연도 고려 중이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이봉련에게도 초유의 사태다. "데뷔 초창기에 공연을 못한 경우가 있었어요. 배우 일곱 명이 나오는데, 객석에 관객 두 분이 계셔서 돌려 보낸 적이 있었죠. 이후에는 공연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공연을 끝마쳐야 했으니까요." 연극 공연뿐만 아니라 영화·드라마 촬영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는 지금, 안전과 함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연극, 영화, 드라마가 이런 때일수록 위안이 되는 것이 있잖아요. 관객이 공연을 보시겠다는 마음을 멈추지 않는 한, 저희는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죠. 공연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을 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https://weekl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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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봉련 "햄릿, 성별은 중요치 않아 인간적인 면모 초점"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햄릿'의 성별이 뭐가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야기의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죠. 여성으로서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어요." '여성 햄릿'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봉련 햄릿'은 처음이다. 국립극단이 개막을 준비 중인 셰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에 그녀가 캐스팅됐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이봉련은 "'여성 햄릿'은 제가 만들 수 있는 지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가 가진 색깔로 햄릿을 표현하는데 초점을 맞춰서 연습을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단의 '햄릿' 프로덕션은 이번이 70년 역사상 세 번째다. 성별이 바뀌었지만 햄릿 공주는 여전히 '당연한' 왕위계승자이자 검투에 능한 해군 장교 출신이다. 연출가 부새롬과 작가 정진새 그리고 이봉련의 광기어린 연기는 성별 이분법적 세계관을 잊고 인간으로서의 햄릿의 심연을 들여다보게끔 만들 거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봉련은 "연출님, 작가님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와 어떻게 만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원작을 훼손하지 않은 선에서 꼼꼼하게 각색을 하셨어요. 원작을 해체하기보다, 지금도 '햄릿'을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신 거죠." 1601년 집필된 이래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연극 작품 중 하나인 '햄릿'은 지난해 국립극단이 진행한 '국립극단에서 가장 보고 싶은 연극' 설문에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햄릿은 일부에서 우유부단한 인물 형으로 낙인찍기도 하지만, 파국적 상황에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뇌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도 인정 받는다. 이봉련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지금 세계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사회·정치적으로도 개인의 가치관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는 건 개개인별로 이유가 있죠. 환경을 비롯 개인이 대적할 수 없는 무언가에 약한 몸부림을 치고 있죠." 하지만 이봉련이 인간을 마냥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밀고 나아가는 힘"을 믿는다. "그런 에너지가 쌓이고 쌓여 살아가는 힘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한없이 약한 인간처럼 보이지만, 햄릿처럼 치열하게 고민하는 힘이 조금씩 에너지를 만드는 거죠." 2005년 뮤지컬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로 데뷔한 이봉련은 유명 배우 양성소로 통하는, 박근형 연출이 이끄는 극단 골목길 출신이다. 박해일, 고수희 등도 이곳을 거쳤다. 대학로에서 쌓은 내공 덕에 '천의 얼굴', 아니 '만의 얼굴'로 통한다. 영화 '옥자'(감독 봉준호)에서 안내 데스크 직원,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에서 만삭의 임신부,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에서 지영의 옛 직장 동료 '혜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의 총무부 '미스 김' 등으로 다른 인생들을 살려냈다. 모두 이봉련 식으로 새 생명력을 부여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 그녀의 개성을 존중해주기 때문에 가능했다. 계속 전형성을 탈피해온 그녀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관객의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그런 부담은 앞으로도 늘상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몫까지만 감당하려 하죠. 도와주는 스태프분들이 계시잖아요. 연극이든, 영화든 전체 흐름과 앙상블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성별을 떠나 맡고 싶은 배역이 있는 지 묻자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번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기 때문"이 이유다. "부질 없는 고민 같아요. 맡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차근차근 주어진 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죠." 이봉련은 국립극단이 믿고 캐스팅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2011년 배삼식 작가·김동현 연출의 '벌'을 시작으로 국립극단과 예술의전당, 일본 신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한 '아시아 온천' 그리고 '다정도 병인 양하여' '빨간버스' '1945' '나는 살인자입니다' 등에 나왔다. "국립극단과 작업 덕분에 30대에 정말로 다양하게 좋은 팀들을 만났어요. 멋있는 배우들과도 함께 연기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지난 4월에 이번 '햄릿' 캐스팅을 제안받았을 때는 기대·설렘과 함께 코로나19 때문에 우려도 들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공연을 제대로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지 걱정됐기 때문이다. 실제 '햄릿'은 2020년 라인업 발표 당시 11월27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 예정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연쇄적으로 밀려 오는 17일 개막을 예정했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이마저도 연기됐다. 상황이 진정되지 않으면, 온라인 공연도 고려 중이다. 올해 데뷔 15주년을 맞은 이봉련에게도 초유의 사태다. "데뷔 초창기에 공연을 못한 경우가 있었어요. 배우 일곱 명이 나오는데, 객석에 관객 두 분이 계셔서 돌려 보낸 적이 있었죠. 이후에는 공연을 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공연을 끝마쳐야 했으니까요." 연극 공연뿐만 아니라 영화·드라마 촬영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는 지금, 안전과 함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가짐이라고 했다. "연극, 영화, 드라마가 이런 때일수록 위안이 되는 것이 있잖아요. 관객이 공연을 보시겠다는 마음을 멈추지 않는 한, 저희는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죠. 공연이 안전하게 올라갈 수 있을 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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