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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외교장관, 8년 만에 방한…중·러 밀착 속 한·러회담 주목(종합)

등록 2021-03-23 18: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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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견제 심화…중·러 밀착 행보 후 오늘 오후 방한

23일 '한-러 상호교류의 해(2020-2021)' 개막식 참석

24일 정의용 장관과 회담…실질협력·한반도 정세 논의

외교부 "전략적 소통 강화…우호협력 관계 심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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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요르단)=뉴시스】  채정병 기자 = 7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요르단 아이만 사파디 외무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불거진 골란고원에 대한 트럼프의 이스라엘 주권인정과 예루살렘 이스라엘 수도선언을 비난하면서 국제사회를 무시한 일방적 결정은 불법이자 무효임을 밝히고 미국에 대해 유엔결의안 준수를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세르게이 라브로프(Srgey LAVROV) 러시아연방 외교장관이 23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방한 직전 중국에서 한·러 외교장관이 미국과 유럽의 인권 문제 정치화 및 내정 간섭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한 만큼 향후 한·러 외교장관 간에 논의될 한반도 문제는 물론 지역 정세 협력 방안에 관심이 모아진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중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후 늦게 전용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2013년 11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지 8년 만이다. 러시아 외교장관의 단독 방한은 2009년 4월 남북한 동시 방문 후 12년 만에 이뤄진다.

라브로프 장관은 24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양국 외교부가 주최하는 '한-러 상호교류의 해(2020-2021)'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개막식은 양국 귀빈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 외교장관 축사, 조형물 점등식, 양국 합동 재즈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아 '한-러 상호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수교 기념행사 개최에 합의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교류가 제한되자 양국 총리 간 통화에서 추진 기한을 1년 연장하기로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25일에는 한·러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와 한반도 문제, 실질 협력, 국제 현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공동 대응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주도한 '동북아보건협력체'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통화에서 코로나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방한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산 백신을 맞고 가겠다"고 답한 바 있다. 외교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푸틴 대통령 방한 등 고위급 교류 추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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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이린(중국 광시자치구)=AP/뉴시스] 22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오른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桂林)에서 만나 팔꿈치로 인사하고 있다. 2021.03.23
특히 한·러 간 한반도 정세 논의에도 관심이 쏠린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수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물론 중국의 입장을 전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라브로프 장관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초청으로 중국 방문 직후 방한한다는 점에서 중·러 밀착을 과시하고, 한미 동맹 견제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러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 후 공동성명을 통해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거나 국내 문제에 내정간섭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국은 "인권 문제를 정치화하고 이를 빌미로 타국 내정을 간섭하고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반대한다"며 "평등, 상호존중의 기초하에 각 영역에서 대화를 추진하고 각국 인민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줘야 한다"고 했다.

양 장관은 수교 30주년을 맞아 실질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해 한-러 경제협력의 기본 틀인 9개 다리협력체계를 확대·개편하는 '9개 다리 행동계획 2.0'에 서명했다. 9개 협력 분야는 에너지, 철도·인프라, 조선, 항만·항해, 농림·수산, 보건, 투자, 혁신플랫폼, 문화·관광 분야다.

라브로프 장관과 정 장관은 외교장관 회담 직후 약식 회견을 하고, 각각 회담 결과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정 장관과 업무 오찬을 진행할 예정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코로나19 방역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공식 일정 외에 별도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25일 러시아로 돌아간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라브로프 장관의 방한이 양국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우호협력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한·러 국방당국간 정례적인 전략 대화를 위해 오는 29일 방한할 예정이다. 이로써 러시아 외교장관의 방한에 이어 외교·국방 고위 관료 간 연쇄 접촉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미일 공조에 대응해 중러 밀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접점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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