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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난도 상품 숙려제 시행…혼란 불가피"

등록 2021-05-0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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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숙려제 시행

"최대 9일까지 청약 의사 번복 가능"

"모집기간 짧은 ELS 판매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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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숙려·철회기간이 10일부터 본격화되면서 금융회사와 고객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개념이 도입되고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이제부터 제대로 시작된다는 시각도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일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개념을 새롭게 도입한 게 골자다.

원금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투자일임·금전신탁계약을 새롭게 강화된 투자자 보호장치가 적용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고난도 투자일임·금전신탁계약으로 정의한다.

금융사들은 시행일부터 투자설명서 등에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지침이 시행일을 앞두고 촉박하게 배포돼 일시적으로 판매 중단되는 상품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말 시행된 금소법 연장선상으로 '청약철회 제도'가 시작되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녹취를 비롯해 숙려기간 보장제도는 기존에도 하고 있었지만, 고객이 청약 의사를 다시 한 번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고객이 숙려기간 동안 청약 의사를 확정하지 않으면 투자금은 반환된다. 이로 인해 자칫 승낙 의사를 확인하는 전화를 받지 못해서 청약이 자동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도 "의도치 않게 매매 의사를 확정치 않아 청약이 미집행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약 철회를 포함한 숙려기간은 최대 9일이다. 계약 체결 전에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청약일 다음날부터 최대 2일까지 숙려기간이 보장되고, 계약 체결 후에는 금소법에 따라 최대 7일까지 철회가 가능하다.

대표적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상품 특성상 모집기간이 5영업일 정도로 비교적 짧은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사실상 권리 행사를 포기해야 가입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은행들의 수수료수익을 늘리는 데 효자 노릇을 했던 ELS 관련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LS는 지난해 상반기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조기 상환이 안 되다가 하반기부터 점차 회전율이 개선됐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적용된 판매 총량 규제에 더해 시장 상황 악화로 고전하다가 이제서야 수수료수익이 쌓이고 있는데 이번 제도 시행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계속해서 주가지수가 변동되는 ELS 특성상 상품 판매기간이 넉넉할 수 없다. 기존처럼 ELS를 판매하면 나중에 갈수록 고객의 선택권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상품 가입기간이 얼마 안 남았을 때 가입하고자 하면 판매기간을 넘길 수 없으니까 청약철회권을 안 쓰겠다고 해야 하는 셈인데,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고객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은행도 은행이지만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비중이 많은 증권사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비대면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금소법 시행 이후 직원의 상품 설명시간이 길어지자 창구를 찾은 고객에게 비대면으로 가입하라고 안내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위기다.

다만 비대면으로 하더라도 숙려기간이 적용되는 건 마찬가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판매하는 상품은 직원의 권유 여지 없이 본인 의사로 가입한다고 봐야 하는데, 비대면까지 숙려제도를 적용하는 건 과하지 않나 싶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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