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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랑상품권 '깡' 판쳐…전국서 1486건 무더기 적발

등록 2021-05-13 15:00:00   최종수정 2021-05-24 09:3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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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전국 첫 부정유통 일제단속 결과 발표

행·재정 처분 112건…1374건 현장계도로 끝내

73건 등록취소, 11건 등록정지, 28건 시정명령

2건 수사 의뢰…지인·가족까지 동원해 불법환전

과태료 부과기준·가맹점 재등록 제한 法개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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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뉴시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냈던 지난 2019년 1월11일 오후 지역사랑상품권 현황 정취 및 활성화 캠페인 차 경북 칠곡군 왜관 전통시장을 방문해 상품권으로 떡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변해정 기자 = 지역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지역사랑상품권 '부정 유통'(깡) 행위가 무더기 적발됐다.

지인에 상품권을 구입하게 한 뒤 자신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허위 결제했거나 판매대행점 직위를 이용해 상품권을 대량 사들인 뒤 가족 명의 가맹점에서 물품 대금으로 불법환전 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행정안전부는 13일 오전 정부 영상회의 시스템인 '온-나라 PC영상회의'를 활용한 기자단 정례 브리핑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부정유통 일제단속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단속은 지난 3월 16~31일 16일간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전국 231개 지자체에서 이뤄졌다. 그간 지자체별로 단속해왔을 뿐, 정부 차원의 일제단속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자체 공무원 854명과 민간위탁업체(조폐공사·코나아이·대구은행·광주은행·한국간편결제진흥원 등) 직원 304명 등 총 1158명이 '민관 합동단속반'을 꾸려 21만여 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했다.  

일제단속 기간 중 지자체 주민신고센터를 가동하고 이상거래를 실시간으로 탐지·분석하는 '이상거래 방지시스템'을 활용한 단속도 벌였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주민 신고는 324건, 이상거래 방지시스템에서 추출한 부정유통 의심 사례는 1204건이었다.

사용 내역 파악 어려운 '지류형' 위반 최다…先할인형 범죄에 더 취약
이번 단속에서 적발된 위반 사항은 총 1486건이다.

이 가운데 지자체가 위반 사항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현장계도 한 건수는 1374건이다.

나머지 112건은 행·재정적 처분을 한 경우다. 소위 깡으로 지칭하는 '부정수취 및 불법 환전'이 7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제한업종 사용' 14건, '결제 거부' 5건, 기타 16건이었다.

상품권 유형별로는 지류(종이)형이 59건(52.7%)으로 가장 많았다. 모바일형 37건(33.0%), 카드형 16건(14.3%) 순이다.

지류형은 첫 구매자와 마지막 환전 가맹점주만 알 수 있는 유통구조로 소비자의 사용 내역에 대한 면밀한 확인이 어렵다는 점을, 모바일형은 QR코드를 복사 또는 위·변조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결제할 수 있는 취약점을 각각 악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구매 시 사전 할인해주는 '선(先)할인형'의 부정 유통이 109건(97.3%)으로 구매 후 캐시백을 얹어주는 '캐시백형'(3건·2.7%)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112건 중 73건은 가맹점 등록 취소, 11건은 등록 정지 처분을 했다. 28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와 함께 13건에 대해 과태료 총 7200만원을 부과하고, 63건에 대해서는 총 5506만원을 환수처리 할 예정이다.

특히 중대 위반에 해당하는 2건은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

1건은 A씨가 지인 110명을 동원해 상품권을 사들인 후 2개월 간 본인이 운영하는 가맹 목공소에서 총 1억2000만원을 결제한 사실이 이상거래 방지시스템에 드러난 사례였다. 다른 1건은 B씨가 상품권 판매대행점을 운영하면서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대리 구매한 후 처남 명의의 가맹 커피숍에서 물품 대금으로 결제했다는 주민 신고가 접수돼 적발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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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행안부 지역금융지원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국적으로 일제단속이 이뤄진 건 처음"이라며 "1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도록 하반기에 한 번, 내년 이후에도 반기별로 계속해서 단속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법·제도 구멍 숭숭…행안부, 발행체계 확 바꾼다
지역사랑상품권 깡이 판치는 데는 미비한 법·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은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돼 가맹 등록 서류만 내면 된다.

부정유통 행위가 발각돼 가맹 등록이 취소 또는 정지되더라도 재등록을 막을 법적 근거도 없다. 현행법에 따라 최대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내고 부당 이득을 토해내면 그만이다. 곧바로 가맹점을 다시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행안부는 지자체와 협의해 가맹 등록 취소·정지 처분 시 일정 기간 재등록을 할 수 없도록 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재등록 금지 기한은 등록 취소 시 1년 이상, 등록 정지 시에는 3~6개월로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태료 부과 기준은 좀 더 세분화한다.

현재는 위반 횟수에 따라 1차 1000만원, 2차 1500만원, 3차 이상 2000만원의 과태료를 매기며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정될 땐 과태료의 절반 범위 내에서 감경해주고 있다. 과태료 하한액을 1차 600만원, 2차 1000만원으로 조정해 단순 위반했을 때의 부담을 낮추고, 고의·중과실에 의한 위반 행위이거나 부당이익이 클 때엔 가중 부과하는 식이다. 홍 과장은 "위반 규모가 소액이거나 영세 가맹점의 경우 지자체가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부담스러워 많이 안 한다고 한다"며 "경미한 사안과 대규모 조직적 행위의 두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과태료 부과 기준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장기적으로는 부정 유통이 많은 지류형을 모바일형 또는 카드형으로 대체한다. 지류형 발행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자체에는 예산 배분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한다.

모바일형의 부정 유통을 막기 위해 QR코드에 복사 및 위·변조 방지 특수필름 부착을 의무화하고, QR코드도 소비자가 물품 구매때마다 직접 생성하는 '변동형'으로 변경한다.

또 선할인형보다 부정유통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추가적 소비 유발 효과가 있는 캐시백형 방식으로 단계적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각 지자체·위탁업체별로 운영 중인 이상거래 방지시스템의 운영 실태를 점검·개선하고, 우수사례에 대해서는 벤치마킹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홍 과장은 "지류형이 부정유통에 매우 취약한 유통 구조이지만 농어촌 노인들의 사용이 많아 한 번에 다 없애기는 어렵다. 단계적으로 지류형 발행을 줄여가되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며 "현재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표준지침상 QR코드에 특수필름을 부착하도록 돼 있지만 의무화는 아니다. 강제적으로 의무화하되 고정형보다 안전한 변동형으로 변경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부분의 지자체가 이상거래 방지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활용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편차가 있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점검할 예정"이라며 "상품권을 활용한 기부 등 우수 사례에 대해서는 경진대회, 영상회의 등을 통해 공유해 확산해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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