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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 매각, 속도전 예고했지만 '첩첩산중'…노사갈등 격화되나

등록 2021-06-04 14:06:12   최종수정 2021-06-15 08: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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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다음달께 출구전략 윤곽

OK·DGB금융 등 "인수 의사 없다"

"매각 어려우면 청산까지도 검토"

'졸속매각 반대' 노조 입장차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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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한국씨티은행이 다음달 중으로 소비자금융 출구전략 실행 윤곽을 제시하는 등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인건비 부담, 노동조합 반발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은행 내부에서는 연일 어수선한 분위기다.

4일 씨티은행에 따르면 경영진은 전날 오후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2개 이상 금융회사가 예비적 인수 의향을 밝혔다고 보고했다. 씨티은행은 해당 금융사들과 기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하고 진전된 협상을 위해 정식 인수의향서를 요청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지방금융지주 또는 2금융권에서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유력하게 거론되던 OK금융이나 DGB금융은 인수의향서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분리매각시 씨티카드 인수설이 돌았던 현대카드도 "초기에 검토한 바 있으나 최종 인수 의사가 없다"고 공식화했다. 그밖에 JB금융 등은 관련해서 확인해줄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사회가 단계적 폐지(청산)도 검토하겠다고 한 부분은 노조를 의식한 대목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매각이 여의치 않아 청산으로 갈 경우 정리해고가 가시화되는 것이라서 직원들은 고용불안 처지에 놓인다.

노조는 이사회 하루 전 1인 시위를 전개하면서 졸속매각은 안 되고 코로나19 상황 이후 안정적 인수자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비상상황에서 인수 가능한 후보군의 대규모 투자 전략, 계획 수립 자체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사측은 그룹이 철수를 공식화한 이상 최대한 빨리 적정가로 매각하는 게 지상과제다. 경영진은 전날 이사회 직후 매각 제약 사항은 구조적 문제이기에 긴 시일을 두고 검토하더라도 개선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잠재 인수자들이 언급한 건 전통적 소비자금융사업을 둘러싼 도전적 영업 환경, 씨티은행의 인력구조와 과도한 인건비 부담 등이다. 이런 이유로 전체 소비자금융 직원들의 고용 승계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씨티은행 지점수는 지난해 말 기준 43개(소매금융 36개)로 서울·경기 중심이다. 임직원수는 3500명(소매금융 939명)에 이른다. 씨티은행은 근속연수와 평균연봉이 타행 대비 높고, 오래 근무할수록 법정퇴직금보다 더 많이 받는 '퇴직금 누진제'를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불확실한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게 출구전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다음달께 매각 방식에 대한 윤곽이 정해진다고 하더라도 갈 길이 멀다.

당국과의 조율 등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연내 마무리하기에 빠듯한 시간이다. 씨티은행은 접수된 인수의향서들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종입찰대상자들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어 최종입찰대상자들의 상세 실사가 진행된다.

특히 노조와의 견해차도 좁혀야 한다. 노조는 2020년도 임금단체협상 결렬에 따른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21일 계획하고 있었지만, 시기를 이보다 앞당기기로 했다.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이 진행 중이다. 노조는 가결되면 "노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대대적인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명순 씨티은행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직원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우리 사업 가치의 근간인 고객을 보호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노조와도 마음을 열고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글로벌 파트와 묶어서 매각한다면 메이저 금융사들도 관심을 보이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격도 가격이지만 금융당국과의 조율이 중요해서 물밑에서 의견이 오고 가다가 최종계약이 성사될 텐데 그러려면 서둘러도 연말 정도가 되지 않겠나"라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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