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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술의 가치, 천금이 되다

등록 2023-09-0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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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를 찾은 시민들이 와인 시음을 하고 있다. 2023.06.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대 중국에는 기본적으로 세 종류의 술이 있었다.

첫번째는 포도주와 맥주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술인 ‘황주’(黃酒)다. 쌀의 주산지인 하남 지방의 저장성이나 장수성이 기원이다. 쌀이나 좁쌀로 빚어 압착 여과한 후 장기간 숙성 시킨다. 술의 색깔이 다양하지만 대체로 황색을 띄기에 황주라 부른다.

오래 숙성한다 하여 라오주(老酒), 붉은 빛이 있어 ‘홍주’(紅酒)라고 부르기도 한다. 알코올 도수는 15~20도 사이이다. 저장성 소흥(紹興)에서 나는 소흥주(紹興酒)는 2300년 전에 편찬된 ‘여씨춘추’(呂氏春秋)에도 여러 번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대표적인 황주이다. 춘추전국시대 이전에는 주로 여과되지 않은 술이 일반적이었다.

원료도 기장, 쌀, 조, 밀 등 다양했다. 막걸리처럼 여과하지 않은 술은 ‘료’(醪), ‘탁주’(濁酒) 혹은 ‘백주’(白酒)로 불렸다. 후에 맑게 거른 술은 탁주와 반대되는 뜻으로 ‘청주’(淸酒)라 불렀다. 고려시대 우리나라에서도 백주는 막걸리를 뜻했다. 후한시대에 나온 ‘설문해자’(說文解字)에도 ‘술거를 시(釃)’가 들어있다. 한나라 때는 이미 술을 걸러 마시는 것이 널리 퍼져 있었다.

기록(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중국에서 술을 처음 빚은 인물은 두강(杜康)이다. 설문해자에는 두강이 술을 빚었고, 두강은 하나라 임금인 소강(少康)이라고 했다. 중국 진(秦)나라 때 편찬된 ‘세본(世本)’에는 “두강이 술을 만들고 소강이 막걸리를 빚었다”고 나온다. 여씨춘추와 ‘전국책’(戰國策)에도 두강이 나온다.

두강은 상나라 후기 혹은 하나라 초기에 살았던 실존 인물로 추정된다. 그때는 이미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었다. 두강의 이름을 따서 지은 ‘두강주’(杜康酒)는 중국 문학에서도 자주 발견된다. 조조는 ‘단가행’(短歌行)에서 “何以解憂 唯有杜康(하이해우 유유두강, 무엇으로 근심 풀까, 오직 두강주 뿐이다)”이라고 했다. 진(晉)나라 완적(阮籍), 당나라 두보, 송나라 소동파, 원나라 원호문(元好問) 등이 쓴 시에도 두강주가 등장한다. 지금은 하남성과 섬서성 두곳에서 증류주로 생산된다.

두 번째는 증류주인 ‘바이주’(白酒)다. 원나라 때 몽고군이 아랍에서 들여온 증류법으로 빚었다. 주원료는 수수인데 지역에 따라 쌀, 찹쌀, 옥수수, 보리 등 다른 곡물을 섞기도 한다. 알코올의 도수는 보통 35~68도 사이이다. 백주(白酒)라는 표현은 처음에는 탁주를 뜻했고, 명나라 때는 황주를 백주라 하기도 했다. 증류주가 처음 들어온 원나라 시대에는 ‘소주’(燒酒)라 불렀다. 명나라 시대 ‘본초강목’에 나오는 소주도 증류주이다. 당·송대에도 소주(燒酒)라는 기록이 등장하지만, 이때의 소주는 부패를 막기 위해 한번 끓인 15도 정도의 일반 곡주였다. 백주가 증류주만을 뜻하게 된 것은 청나라 후기 이후이다.

흔히 바이주를 뜻하는 ‘마오타이주’(茅台酒)는 바이주의 한 종류이다. 귀주(貴州)성 렌화이(仁懷)시의 마오타이진(茅台鎭)에서 생산한다. 귀주 지역에서 생산하는 붉은 수수를 100% 사용하고 근처 츠수이허(赤水河)천의 청정수로 빚는 최고급 바이주이다. 마오타이를 생산하는 구이저우마오타이 회사는 2022년 IT 기업 텐센트를 제치고 중국 증시에서 시가 총액 1위를 기록했다. 수수, 찹쌀, 쌀, 밀, 옥수수의 5가지 곡물로 빚는 사천성 이빈(宜賓)시의 ‘우량예’(五糧液), 사천성 면주(綿竹)시의 ‘지옌난춘’(劍南春)과 함께 세가지 명주의 앞 글자를 따 ‘마오우지옌’(茅五劍)이라고도 부른다. 검남춘은 증류주임을 나타내기 위해 ‘검남소춘’(劍南燒春)이라고도 한다.

이들은 각기 역사가 수천년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처음엔 양조주였다. 지금 바이주의 역사는 13세기 원나라 이후에 시작됐다. 검남춘은 현대의 중국 명주 중 정사(후당서 덕종본기)에 기록된 유일한 술이다. 시선 이백이 모피 옷과 교환해 마셨다고 해 ‘사해금초’(士解金貂) 혹은 ‘해초속주’(解貂贖酒)라고도 불렀다.

그때 이백이 마신 술은 바이주가 아니라 그냥 곡주이다. 이백의 시 ‘장진주’(將進酒)에는 ‘천금이 나가는 모피 옷을 좋은 술과 바꾸다(千金裘… 換美酒, 천금구… 환미주)’라는 구절이 있다. 천금(千金)은 셀 수 없이 큰 금액을 비유하는 말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가치를 따져볼 수도 있다. 천금(千金)은 황금 천근을 뜻하기도 한다. 황금 천근은 500㎏으로, 지금의 우리 돈으로는 약 540억원의 가치이다. 하지만 당나라 시대에는 화폐주조에 황동을 사용했기 때문에 황동의 가격으로 치면 320만원 정도 된다. 천금을 동전 1000전(千錢)으로 볼 수도 있는데, 당나라 시대 동전 1000전의 가치는 오늘날 약 75만원이다. 당시 묘비명 하나 써주는데 5000만원 정도를 받았다는 고수입자인 이백도 쉽게 마시기 어려운 가격이다.

섬서성 봉상현(鳳翔縣)에서 생산되는 ‘시펑주’(西鳳酒)도 상나라부터 시작해 3000년의 역사를 가진 명주이다. ‘진주’(秦酒), ‘유림주’(柳林酒)라 불리기도 한다. 참고로 중국의 몇대 명주라는 표현은 1952년 이후 이루어진 몇차례의 품평회가 배경으로, 리스트가 서로 같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바이주를 뜻하는 ‘빼갈’이라는 말은 중국어 ‘빠이간’(白乾)에 된소리 ‘얼’(儿)이 붙은 ‘빠이갈’(白乾儿)에서 왔다. 빠이간(白乾)은 맑고 도수가 높다는 뜻이다. ‘라오빠이간’(老白干)이라는 오래된 술 이름도 있지만, 빠이간이 바이주의 뜻으로 쓰인 것은 근대에 들어서다. 1920년대 출간된 중국 시인 문일다(聞一多,1899~1946)의 시 ‘비모퇴’(飛毛腿)에 처음 나타난다. ‘고량주’(高粱酒)는 수수(高粱)로 만든 술이란 뜻이다.

세번째 종류의 술은 포도주이다. 신장지역에는 기원전 4세기에 그리스인이, 중국 본토에는 한 무제 때인 기원전 115년 실크로드를 개척한 장건이 2차 원정에서 돌아오면서 처음 들여왔다. 요즘 중국에선 레드 와인을 ‘홍주’(紅酒)라 한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딜리버리N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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