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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 "미혼모·아이 살려 보람"[이수지의 종교in]

등록 2024-01-06 05:00:00   최종수정 2024-01-22 14: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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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문제 생명 경시 풍조도 문제

오는 7월 보호출산제 첫 시행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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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가 3일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 운영센터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4.01.0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베이비박스는 생명의 박스예요. 아기를 유기할 수밖에 없는 형편과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기들을 죽게 하지 말고 안전하게 데려오라고 하는 박스입니다."

서울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 박스' 목사로 유명하다. 2009년 위기영아 보호 사업으로 시작한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며 2015년 미혼모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베이비박스' 센터가 미혼모 아이들을 상담하고 3년 간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면 미혼모들이 아기를 돌보고 다시 이곳을 찾아오면 그게 큰 기쁨이죠."

최근 뉴시스와 만난 이 목사는 "그 아이들이 죽으려다 죽지 않고 아기를 키우고 행복한 모습을 볼 때 얼마나 뿌듯한지 모른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베이비박스에는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라는 성경 구절과 함께 박스에 들어있는 아기 그림이 있다. 박스 상단에는 성경 구절 대신 '당신이 이 아이 생명을 지켰습니다. 끝까지 기도하고 신중하게 생각해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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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가 3일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 운영센터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를 살펴보고 있다. 2024.01.06. [email protected]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는 유기 될 위기에 처한 아이들 뿐 아니라 그 엄마도 살리는 생명의 박스"라고 강조했다.

"처음엔 저희 부부가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다 보니 미혼모 상담이 저조했으나 직원들이 점차 늘고 미혼모 지원이 체계화됐어요. 최근 3년 평균 미혼모 98.7%가 상담을 받고 그중 28.6%는 출생 신고 후 아기를 키우기로 했지요."

베이비박스는 미혼모 가정에 3년간 매월 양육키트, 생계비, 병원비, 주거 지원, 법률 서비스 등을 무료로 지원한다. 국가 지원 없이 100% 후원자들의 후원으로만 운영된다.

베이비박스 운영 센터 1층에 들어가면 베이비박스와 연결된 아기방이 오른쪽에, 엄마가 상담 받을 수 있는 상담실이 왼쪽에 있다. 아기방에는 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가 입양을 앞둔 아기들을 돌본다. 지난해 12월15일 현재 베이비박스가 보호한 아기는 총 2120명이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는 운영 초기에 10대 미혼모의 아기들과 장애아를 주로 보호했었는데 한 할머니가 맡긴 와상장애 손녀딸을 기른 것이 베이비박스의 시작이었다"고 했다.

"어느 날 다른 병동에 일면식이 없던 할머니가 찾아와 '아저씨가 믿고 있는 하나님을 믿겠다'며 와상장애로 누워있던 손녀딸을 맡아 달라해 당황했죠. 그래도 마다하지 않고 아내와 상의 후 아이를 데려와 저희 둘째 아이와 함께 돌보게 됐습니다. 이듬해 그 할머니는 돌아가셨어요."

지난 2012년 출생 신고를 강제하는 입양 특례법 시행 후 베이비박스는 출생 신고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각지대 아기들을 주로 보호하고 있다.

외도로 태어난 아기, 이혼 후 300일 이전에 다른 남자에게서 태어난 아기, 불법 외국인과 난민의 아기, 근친으로 태어난 아기, 성폭력에 의해 태어난 아기가 출생 신고를 하지 못해 이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지난해 영아 출생 미신고와 유기·사망 사건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베이비박스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이 목사는 이 사건 후 정부 전수조사 과정에서 처벌 받게 된 엄마들의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베이비박스에 온 아기는 엄마에 의해 지켜진 아기입니다. 그러니 엄마가 아이를 지켰는지 확인됐으면 처벌 대상이 아니고 보호 대상으로 돼야 해요. 이에 관해 많이 이야기했는데도 불구하고 몇 명 엄마가 처벌 받아 참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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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가 3일 서울 관악구 베이비박스 운영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1.06. [email protected]



이 목사는 최근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생명 경시 문화로 꼽았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지금 제일 첫째로 해야 할 일은 생명 경시 풍조 몰아내기 입니다. 생명은 존중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랑의 대상입니다. 태아는 태어나 보호 받아야 하고 태어난 생명은 버려지지 않도록 법 제도와 복지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오는 7월 출생 통보제와 보호 출산제가 처음 시행된다. 출생 통보제는 그간 부모 등 보호자에게만 부여됐던 출생 신고 의무를 확장해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에 통보하도록 한 제도다. 보호 출산제는 위기 임신부를 지원하고 친생모가 원하면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이 목사의 올해 새해 소망은 생명 존중이다. '보호 출산제'에 대해 의미가 남다르다.

"베이비박스는 미혼모가 출산한 아기도, 장애가 있는 아기도, 모든 아기는 태어나면 국가와 국민이 축복해 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보호 출산제'로 태어난 아기는 국가가 어떻게든 보호하고 축복해야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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