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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있는 불패신화 '레미제라블', 실력파 배우·압도적 연출[리뷰]

등록 2024-01-06 04:00:00   최종수정 2024-01-09 14:5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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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푸른 무대 위, 혁명의 붉은 깃발이 펄럭인다. 사다리와 수레로 위태롭게 쌓아 올린 바리케이트. 저항하던 청년들이 하나씩 총탄에 맞아 스러진다.

10주년을 맞아 세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인터파크 티켓 예매 월간 1위를 석권하며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레 미제라블'은 카메론 매킨토시의 대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 공연된 명작이다. 37년간 53개국 22개 언어로 공연, 전세계에서 1억30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이 공연을 관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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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시즌 장발장역은 민우혁·최재림, 자베르는 김우형·카이, 판틴은 조정은·린아가 연기한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음악, 배역과 하나된 연기, 화려하고 섬세한 무대와 영상에 3시간 가량의 공연이 순식간에 흐른다.

막이 오르면 죄수번호 24601, 장발장의 가석방 장면이다.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에 있었지만 전과자를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불합리한 대우를 피할 수 없다.  2015년 공연에서 앙졸라로 활약했던 민우혁은 장발장 역으로 돌아와 때로는 짐승같이 강인한, 때로는 섬세한 감정연기를 선보인다.

미리엘 주교만이 그를 인간적으로 대우해주지만, 장발장은 주교를 배신하고 은식기를 훔쳐 달아난다. 주교는 경찰에 잡혀온 그를 감싸주며 은촛대까지 선물한다. 장발장은 'What Have I Done?'을 부르며 새로운 인생을 살 것을 다짐한다.

8년의 시간이 흐른 후 장발정은 마들렌이라는 이름의 공장주이자 시장이다. 가석방 규율을 어기고 신분을 바꿔 성공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공장 내에서는 여전히 불합리한 일들이 일어난다. 직공 판틴은 사생아 딸 코제트가 있다는 이유로 공장장에게 해고당하고, 길거리 창녀로 전락해 건강마저 잃는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장발장은 판틴에게 코제트를 지켜주겠다고 약속한다. 초, 재연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판틴으로 활약하는 조정은이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로 부르는 '아이 드림드 어 드림'이 관객의 몰입감을 높인다.

경감 자베르는 편협하고, 고지식한 인물이다. 법이 정의로운가에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법을 지켰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자베르는 집요하게 24601을 쫓는다. 장발장은 자신으로 오해받은 사람을 구하기 위해 결국 자신이 장발장임을 고백한다. 2012년 앙졸라, 2015년 자베르를 맡았던 김우형이 넘버 '스타즈'를 열창하며,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코제트를 구박하는 베나르디에 부부를 연기하는 임기홍과 박준면의 감초연기가 압권이다.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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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832년 프랑스 파리는 불안한 기운으로 가득하다. 시민혁명을 준비하던 청년 마리우스는 우연히 마주친 코제트와 사랑에 빠지고, 정부군과의 충돌에 앞서 베나르디에 부부의 딸 에포닌에게 코제트에게 편지를 전달해줄 것을 부탁한다.

바리케이트가 세워지고 시민군이 하나씩 죽어간다. 혁명을 이끄는 앙졸라, 마리우스를 사랑했던 에포닌, 거리의소년 가브로쉬까지… 에포닌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On My Own',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살려달라고 노래하는 '브링 힘 홈'이 안타까움과 가슴 찡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에포닌역을 맡은 루미나는 신예답지 않은 흡인력있는 연기와 압도적 가창력으로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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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레미제라블. (사진=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하고 섬세한 무대 연출도 볼거리다. 파리의 뒷골목을 3층 건물들로 재현한 좌우 양쪽의 건물, 벽면에 투사되는 실감나는 영상이 압권이다. 특히 장발장이 의식을 잃은 마리우스를 업고 도망치는 하수구, 자베르 경감이 물에 빠지는 다리 장면에서 생생한 영상이 몰입도를 높인다.

작품의 백미는 극의 마지막이다. 죽은 자들과 산 자가 모여 '민중의 노래'를 부른다. 힘 없고 소외된 이들이 연대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원작의 메시지가 담겼다.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 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리네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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