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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너머 6G ④] '요란한 빈 수레' 韓 5G, 반복 막기 위한 해답은

등록 2024-01-09 07:10:00   최종수정 2024-01-09 08: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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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전문가 "국내 5G 구축 과정에 투입된 소부장 대부분 외산"

"속도 급급한 나머지 수혜 본 韓 기업, 삼성전자 제외 사실상 無"

"국산 소부장 강화와 6G 킬러 디바이스·콘텐츠도 함께 성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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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뉴시스] 재배포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우리나라가 6G 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공급망 등 국내 산업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갖춰져야 한다. 구성부터 잘못되면 5G 때와 같은 세계 최초 상용화는 의미 없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6G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과의 동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국가 주도의 R&D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나라가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선언했지만 5G 구축 과정에 들어간 대부분 장비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등 외산이었다.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중 사실상 유일하게 5G 시장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고 말하지만 내부 부품에는 외산이 많았다. 당시 제대로 된 기술력을 갖춘 기지국·단말·광통신 등 핵심 부품 대부분은 외산이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통신업계가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도입에 서두르면서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한 국가'라는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실속은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부품·장비 공급 끊기면 6G 무용지물…K-소부장 경쟁력 끌어올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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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 소부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산 부품·장비를 구매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검토하거나 주요 부품·소자 중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품목을 선정해 핵심 기술 개발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6G 연구·개발(R&D)에 기여한 소부장 기업 또는 이동통신3사 또는 특화망 사업자들이 국산 소재·부품을 사용한 장비를 구매하는 데 정부가 혜택을 주면 산업 생태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도심항공교통(UAM) 등 6G에 활용될 기술 수요를 파악해 이종산업 간 연구·개발(R&D)도 차근차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단순히 R&D만 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 공장, 병원 등 실수요 예상 업종에 6G 기술이 어떤 것인지 잘 알려야 해당 산업에 6G 기술이 적기에 들어가고 파급효과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산업연구원 '신장비 산업의 가치사슬별 경쟁력 진단과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통신장비 산업 기반이 미국, 중국, 스웨덴, 핀란드 등 장비사를 보유한 글로벌 주요국 대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6G 원천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국내 소부장 기업 역량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일찌감치 마련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총 4407억3000만원(국비 3731억7000만원) 규모의 '6G 산업 기술개발 사업'이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과기정통부는 6G 기술 개발 필요성의 주된 배경 중 하나로 '공급망 안보 강화'를 꼽았다.

과기정통부는 2021년부터 추진 중인 6G 원천 기술 연구와 연계해 기지국, 단말, 광통신 등 핵심 부품을 개발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계획이다. 수요기업인 대기업과 공급기업인 중견·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수요처 요구 수준과 개발기술 간 격차를 줄일 방침이다.

백용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입체통신연구소장은 정부의 이러한 정책 방향에 대해 "차세대 네트워크 초기 상용화만 중요한 게 아닌 것을 (정부가) 체감한 결과"라며 5G 상용화 준비 당시에 나타났던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6G를 쓰게 만들 킬러 콘텐츠·디바이스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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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애플이 지난해 6월6일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WWDC) 2023'에서 공개한 '비전 프로' (사진=애플 제공)
콘텐츠, 디바이스 측면에서도 선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속도에만 급급해 소비자에게 불신만 쌓았던 5G와는 달리 소비자들이 6G 속도를 체감할 만한 혁신적인 서비스가 선제적으로 준비돼야 한다는 뜻이다.

5G 최초 상용화 당시 킬러 콘텐츠로 언급됐던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클라우드 게임 등은 현재 장비·기술적 한계로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KT는 '슈퍼VR' 서비스를 냈으나 2022년 말 서비스를 중단했다. LG유플러스는 엔리얼(현 엑스리얼)과 협업해 2020년 세계 첫 소비자용 AR글래스 'U+리얼글래스'를 출시했지만, 2년 만인 2022년 6월 판매를 중단했다. 메타 VR 기기 '퀘스트' 시리즈 총판을 맡고 있는 SK텔레콤은 '점프VR', '점프AR' 등 여러 서비스를 냈으나 큰 인기를 누리진 못하고 있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애플 공간 컴퓨팅 헤드셋 '비전 프로가 곧 출시되는데, 벌써부터 메타버스 시장 성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CPND) 모두 동반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시로 김 위원은 "이동통신사가 디바이스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백 소장도 "2007년 아이폰, 올해 비전 프로 등 콘텐츠를 담을 디바이스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생태계가 한 번 만들어지면 콘텐츠 성장은 뒤따라올 것"이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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