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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침몰·외면에 10년 전보다 더 아프다"[세월호10년③]

등록 2024-04-05 08:30:00   최종수정 2024-04-08 11: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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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참사로 고통 받는 유족·민간 잠수사들

직·간접 참사 피해자 의료 지원도 조만간 만료

"아픔 공감·애도할 줄 아는 교육으로 나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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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뉴시스] 김혜인 기자 = 세월호 유족이 '철저한 참사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린 2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만에서 거치된 세월호를 바라보고있다. 2024.01.01.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몸과 마음이 다친 이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다.

'잊지 말아달라'던 유족들은 미흡한 진상 규명에 이젠 '지워지지 않도록 도와달라'며 절규한다. 나라를 대신해 차디찬 바다로 뛰어들었던 민간 잠수사들의 고충도 현재 진행형이다.

참사를 되풀이 하지 않고, 남의 비극에 애도할 수 있도록 미래 세대 교육 역시 고심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높다.

◆"국가 책임·태도는 10년 전 그대로"

유족들은 국가가 사회적 재난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국가 차원의 사과도 없었고 부실 구조 책임이 있는 해경 지휘부 등은 모두 법망을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참사를 정쟁·분열 도구로 이용하는 모습은 여전하고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나 존중도 없다고도 한다.

아들 고(故) 정동수 군을 잃은 정성욱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유가협) 진상규명부서장은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해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최우선으로 국가 차원 사과를 강조했지만 묵묵부답"이라며 "이태원·충북 오송 참사를 겪으며 많은 국민이 국가가 변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여전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피해자·유족에 대한 사회적 예우가 없다. '참사'라는 단어가 정쟁 도구로 쓰이거나 희생자 모습이 온라인에 허락도 없이 유포되고 있다"며 "해경 지휘부가 모두 면죄부를 받은 점 역시 '책임지지 않는' 국가의 한 단면이다"라고 지적했다.

유족들이 받아온 의료 지원도 오는 15일로 종료를 앞두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직·간접 피해자 780여명은 국가로부터 신체·정신적 의료 지원을 받아오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의료 지원 연장 시도는 있었지만 좌절됐다.

고 전상준 군의 어머니 강지은 유가협 조직부서장은 "참사 이후 병을 앓는 유족이 많다. 신장병으로 투석을 받거나 암을 치료받고 있다. 특히 참사 관련 정신적 트라우마는 언제 나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참사에 대한 인식 변화를 비롯해 모든 상황이 10년 전과 그대로거나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참사를 잊지 말아달라'는 호소는 오늘날 '지워지지 말아야 한다'는 절규로 바뀌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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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 이영주 기자 = 9일 오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주변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당시 구조 활동에 뛰어들었던 민간잠수사 김상우(사진 왼쪽·52)씨와 배상웅(46)씨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2023.04.09. [email protected]

◆'의인' 인정까지는 산 넘어 산

가라앉는 세월호에 갇힌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고자 온몸을 던진 민간 잠수사 25명은 이제 더 이상 잠수할 수 없다. 참사 당시 얻은 병 탓이다. 국가로부터 의료 지원 대상이긴 하지만, 지난해 돌연 규정이 바뀌며 혜택이 축소됐다.

의가 사상자 인정 역시 머나먼 길이다. 구조 도중 숨진 고 이광욱씨와 잠수병을 앓다 숨진 고 김관홍씨 등 세상을 떠난 잠수사들만 의인으로 공인받았다.

잠수사에서 은퇴한 황병우씨는 "구조 작업 이후 신장 기능이 떨어져 그만뒀다. 요즘은 경비로 일하며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며 "참사 당시 민간 잠수사들은 정부 발주가 아닌 자발적으로 구조 작업에 나섰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황씨는 "의가 사상자 제도로서 구제받으라고 하나, 이 또한 어렵다. 국회 문턱을 넘은 '김관홍법'에 민간 잠수사 지원 근거가 담겼지만 의가사상자로서 인정하는 내용은 빠져있다"고도 주장했다.

김상우 4·16민간잠수사협회 사무국장도 "의료 지원 규정 개정이 바뀐 뒤부터는 최초 잠수병 인과관계가 인정된 질환에 대해서만 치료받도록 지원이 축소됐다"면서 "잠수사들도 구조 과정에서 얻은 외상뿐만 아니라 정신적 트라우마를 함께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참사 현장에 국가가 존재하지 않으니 국민이 직접 나선 것이다. 잠수사들의 노고·고충이 인정받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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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 김종택 기자 = 세월호 참사 9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 민주시민교육원에 마련된 4.16 기억교실에 희생자들의 추모품이 놓여 있다. 2023.04.14. [email protected]

◆"안전 중심 교육, 이제는 바뀌어야"

세월호 참사 교훈을 가르치는 학교 현장에서도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안전 수칙 교육'에 그칠 뿐, 본질에선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광주 모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김지연 교사에게 매년 4월은 남다른 의미다. 숨진 단원고 학생들과 인연은 없지만 당시 또래들이 숨지는 장면을 방송으로 본 기억이 해마다 되살아난다.

구조 체계 부재 속에서 느낀 슬픔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제대로 교육하고 싶지만, 이젠 아픔에 공감하는 학생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는 "저학년 수업은 사건의 완결성이 갖춰져야 이해도가 높아진다. 아이들이 직접 판단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진상이 드러나야 한다. 참사 교훈을 가르치는 새로운 방식도 진실 규명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참사 이후 생겨난 '생존 수영' 등 안전 교육도 중요하지만, 비슷한 참사를 마주할 때 애도할 줄 아는 시민이 되도록 가르쳐할 때"라며 "공감하고 슬퍼하는 시간이 인간을 만든다. 참사 교훈을 되새길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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