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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원인 미궁, 왜 선내구조 포기했나' 미완 과제는[세월호10년②]

등록 2024-04-04 08:30:00   최종수정 2024-04-08 11:3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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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례 정부 공식조사에도 '핵심' 침몰 원인은 못 밝혀내

내인설 vs 외인설…50.9도 꺾인 스테빌라이저 규명 안 돼

선내 구조 포기 왜? 방해·사찰 의혹만…"정부 협조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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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뉴시스] 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방 1.8해리에서 발생한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 2014.04.16.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세월호 참사 10년째를 맞는 동안 공식 조사만 3차례 있었지만 방해 공작과 제한된 정보 속에서 진실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과제만 남았다.

가장 중요한 침몰 원인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해경의 구조 방기와 정부 기관 민간인 사찰은 희미한 윤곽만 있을 뿐,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참사의 전말을 밝히려면 정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유족과 진상 조사 기구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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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2014년 10월29일 새벽 5시께 선내 실종자 수중 수색활동 중이던 민간잠수팀이 촬영한 동영상이 유트브에 처음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세월호 침몰 6개월가량 지난 시점에 촬영된 것으로 세월호 수색당시 촬영한 조타실 아래로 떨어진 핀 스테빌라이저 시스템 게이지. 2017.04.18. (사진=뉴시스DB)[email protected]

◆내인설 vs 외부 충격…50도 꺾인 스테빌라이저는?

지난 2022년 6월까지 활동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앞선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와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와 마찬가지로, 미완의 과제를 남겼다

그저 "외력이 침몰 원인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결론만 냈을 뿐, 침몰의 직접 원인은 속 시원하게 밝히지 못했다.

사참위는 침몰 원인, 국가 구조 미흡, 진상 규명 방해 공작 등 14개 과제를 직권으로 중점 조사했다. 특히 선조위가 앞서 도출한 침몰 원인 중 하나였던 이른바 '내인설'을 검증했다.

내인 시나리오는 선체 D갑판에 있던 3대의 드라이어(원형 통 건조기)가 굴러떨어져 벽에 부딪히면서 배가 왼쪽으로 45도 이상 급격히 기울었다는 주장에 기반한다.

갑판을 비추는  폐쇄회로(CC)TV 영상(3분8초 분량)을 분석한 결과, 배가 20도 이상 넘어갈 당시 드라이는 쓰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사참위는 "외력 충돌 외의 다른 가능성을 배제할 정도는 아니다"며 애매한 결론을 내렸다.

외인설의 주요 논거 중 하나였던 '과도한 좌현 스테빌라이저(안정판) 변형'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다.

선체 양 측면에 날개 형태로 자리해 균형을 잡아주는 '안정판'은 최대 25도 각도까지 움직이지만, 발견 당시 50.9도까지 꺾여져 있었다. 50.9도까지 돌아가려면 150t에 해당하는 외력이 작용해야 한다. 그러나 선체가 침몰 과정에서 해저면과 부딪치면서 받은 힘은 49여t으로 추산된다.

무언가와의 충돌로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지만, 외부 요인의 실체는 밝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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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14년 4월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승객 447명과 승무원 24명을 태운 여객선 '세월호'가 좌초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
2014.04.16. (사진=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선내 구조 왜 안 했나…방해·사찰은 의혹만

해경이 참사 당일 선내에 진입해 구조하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남아있다. 침몰 당일 선체 밖으로 빠져나온 172명이 구조됐으나 선체에 남아있던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선내 구조 포기의 경위를 밝혀야 할 이유다.

해경 헬기 3대(511~513호기)는 당일 오전 9시26분부터 45분까지 차례로 사고 해역에 도착했지만, 선체가 50도까지 기우는 동안 세월호와 VHF·단측파대(SSB) 통신망 교신은 시도하지 않았다.

일부 생존자는 구조 당시 해경 항공구조사에게 "내려가서 구조하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지만 해경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엇갈린 주장을 했다.

사참위는 '항공구조사들이 선내 상황을 파악하고 퇴선하라고 했다면 탈출 가능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참사 희생자인 단원고 2학년 4반 고 임경빈 군의 이송 지연도 풀지 못한 숙제다. 임군은 구조됐으나 헬기가 아닌 배로 이송됐다. 헬기로 1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4차례 배를 갈아타며 4시간 41분이나 걸렸다.

정부의 참사 피해자 사찰과 여론조작,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정황은 확인됐지만 명명백백 규명하지는 못했다.

사참위는 국가정보원이 참사 당일 "민심·여론을 관리해 정부 책임론으로 번질 것을 방지하라"는 세월호 관련 보고서 2건을 생산했다고 파악했다. 또 세월호 대책위 지도부의 정당·직업·성격 등 사적 정보를 파악하고 성향까지 분류했다.

그러나 사찰 의혹과 관련해 처벌받은 수사·정보기관 관계자는 전무하다. 법원이 혐의가 있다고 본 기무사령부 관계자는 최근 특별 사면을 받기도 했다.

결국 참사 책임에 따른 형사 처벌은 세월호 선장(무기징역)과 해경 123함정 정장(징역 3년) 등 2명 만이 받았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11명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았으나,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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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뉴시스] 박기웅 기자 = 세월호 참사 10주기 전국시민행진단과 목포지역 시민들이 27일 오전 목포신항만 세월호 선체 앞에서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2024.02.27. [email protected]

◆"비공개 문서 공개 해야 진상 규명 가능"

사참위 활동에 참여했던 이들은 진상규명 한계로 '국가 문서 비공개'와 '내부 이견'을 꼽았다.

박병우 전 사참위 조사국장은 "스테빌라이저 손상을 토대로 침몰 원인으로 외부 요인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활동 종료 시점이 임박했었다. 전원위원회와 이견 등으로 해당 원인은 채택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참사 당일 항적과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청와대 서버, 3000장 넘는 국정원 서류는 사실상 백지여서 정보 접근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최선을 다해 조사했지만 정확한 침몰 원인을 규명치 못했다. 유족과 국민께 매우 죄송한 마음이다"며 "공권력이 출동했는데도 304명이 희생된 대형 참사인 만큼, 사회와 정부의 꾸준한 진상 규명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유족은 정부가 국정원 문서 공개 등 전향적으로 협조하기를 바랐다.

정성욱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서장은 "10년간 여러 차례 조사했지만 결국 진상을 못 밝혀 안타깝다"며 "해경·기무사·국정원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이 담긴 정보가 100% 공개돼야 진상 규명에 진척이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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