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국제일반

압박하는 美와 받쳐주는 中사이···중재외교 시험대 오른 文대통령

등록 2018-05-09 20:12:28   최종수정 2018-05-14 09:21:45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비핵화 대북 보상책 놓고 中과 공감대···평화협정 체결 과정서 中도움 의식한듯

한중, 서울-신의주-중국 철도 연결 언급···'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 염두

비핵화 허들 높이는 美와 입장 차···22일 한미 정상회담서 트럼프 설득이 관건

associate_pic
【도쿄=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일본 도쿄 임페리얼 호텔에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회담에 앞서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05.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보상방식의 필요성을 논의한 것은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미국과 든든한 버팀목이 되주고 있는 중국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 적지 않은 고민이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2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시키는 것이 '북미 비핵화 담판'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9일 일본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갖고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할 경우 체제 보장과 경제 개발 지원 등 밝은 미래를 보장해 주는 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적극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비핵화 보상을 언급하며 중국과 보조를 맞춘 것은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도움 없이 평화협정 체결을 논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3단계 평화협정 로드맵'의 실현을 위해서는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중국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 선언을 이루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합의하며 이를 발판으로 정전협정 체결 주체인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정상이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평화협정 로드맵이다.

 나아가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도 중국을 거치지 않고서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한중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한계도 문 대통령의 판단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동해권은 에너지자원벨트로 추진하고 서해안은 남북 간 철도 연결을 바탕으로 한 산업·물류·교통을 중심의 경협벨트로 개발하며 비무장지대(DMZ)는 환경·관광벨트로 추진한다는 것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다.

 윤영찬 수석은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는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신의주-중국을 잇는 철도 건설 사업이 검토될 수 있고, 한·중 간의 조사연구사업이 선행될 수 있다는 데도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22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러한 한중 간 형성한 공감대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 절실해진 것이다.
associate_pic

 트럼프 행정부가 대량살상무기(WMD)까지 비핵화 대상에 넣어 영구적 폐기(PVID)를 요구하는 등 '비핵화 허들'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에 상응하는 대북 보상책을 쉽사리 수용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국제사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란 핵협정까지 파기하면서까지 대북 압박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영구적인 핵폐기가 선행되지 않으면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시주석과의 '다롄 회담'에서 행동 대 행동으로 비핵화와 상응하는 보상이 '동시적·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아직도 북미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중국 CCTV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주석에게 "조(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 신뢰를 구축하고 유관 각국이 단계별로 동시적으로 책임있게 조처를 하며 조선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최종적으로 조선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말은 '비핵화가 이뤄진다면'이라는 전제가 있고, 거기에 따라서 국제사회도 북한의 경제개발 지원 등에 대해서 같이 동참하고, 북한이 체제 보장 문제 등에서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지난 3월 전격적인 방중으로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지 40여일 만에 다롄에서 재차 시 주석을 만난 것은 긴밀한 협력의 모양새를 취해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뒤에 중국이라는 버팀목이 있다는 시그널을 발신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 연구소 교수는 북중 간의 움직임을 한반도 주도권을 놓고 진행되는 미중 간 갈등이라는 맥락으로 풀이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 중에서 어느 쪽이 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주도권을 쥐는가 하는 부분은 미중 관계의 미래와 연결돼 있다"며 "중국은 북중 관계를 미중 간 힘겨루기에서 하나의 카드로 보고 있으며, 이번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북미 정상회담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관련기사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