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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 문화소통]훈민정음 ㆆ(여린히읗) 소리도 아직 살아있다①

등록 2019-06-11 06:01:00   최종수정 2019-06-17 09: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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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문화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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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훈민정음에서 ‘音’과 ‘挹’의 초성은 ‘ㆆ’이었다. 지금도 그 발음은 똑같은데, 단지 표기를 ‘ㅇ’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音’과 ‘淫’은 그 초성이 서로 달라 구별해서 적어야 한다.
= 【서울=뉴시스】 훈민정음 ‘ㆆ(여린히읗)’ 소리도 아직 살아있다①

순경음 ㅸ 소리가 지금도 경상도 방언 ‘더붜(더워)’ 및 전라도 방언 ‘새비(새우)’ 등에 살아있고, 아래아 소리가 지금도 여전히 전국에서 발성되고 있는 것처럼, 훈민정음 28자 중 하나인 ‘ㆆ(여린히읗)’ 소리 또한 세종 때와 똑같이 지금도 우리말에 살아있다. 그 생존 사실을 알리고 그것의 정확한 실체를 이해시키기 위해 다소 설명이 필요할 뿐이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ㆆ’에 대해 여섯 군데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먼저 이를 찬찬히 살펴보자.

첫째, “ㆆ: 喉音. 如挹字初發聲(ㆆ은 목구멍소리다. ‘挹’자의 초성과 같다.)” 지금 우리는 ‘挹(물뜰 읍)’의 자음을 <사진>의 훈민정음식이 아닌 한글로 ‘읍’이라 적고 있다. 그 바람에 변형 표기 ‘읍’의 초성인 ‘ㅇ’이 연상되어 위 문구를 보면 이해가 안 될 것이다. ‘ㆆ’을 말살한 지금의 한글철자법이 ‘ㆆ’에 대한 이해에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그 장애를 극복하고 ‘挹’자의 우리말 초성이 지금도 ‘ㆆ’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挹(읍)’ 초성의 특징은 중성 ‘ㅡ’와 함께 혀의 최고점이 입안 뒤쪽에 위치하는 ‘후설모음 [ɯ]’를 이룬다는 점이다.

둘째, “ㅋ比ㄱ, 聲出稍厲, 故加劃. ㅇ而ㆆ, ㆆ而ㅎ, 其因聲加劃之義皆同(ㅋ은 ㄱ에 비해 소리가 조금 빠르므로 원글자 ㄱ에 획을 더하였다. ㅇ→ㆆ, ㆆ→ㅎ 또한 그 소리로 인해 가획한 뜻은 모두 같다.)” 2009년 9월 9일자 뉴시스 ‘ㄷ이 ㄴ보다 세다? 빠르다! 훈민정음 오역 2탄’에서 밝힌 것처럼, 훈민정음 해례본에 총 7회 등장하는 ‘厲(려)’자는 모두 ‘빠르다’의 뜻으로 쓰였다. ㆆ은 ㅇ 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소리고, ㅎ 보다는 조금 더 느린 소리다. 고로 지금의 속칭 ‘여린히읗’은 오해에서 비롯된 오칭이다.

셋째, “ㄱㄷㅂㅈㅅㆆ爲全淸.” ㆆ은 ㄱ, ㄷ, ㅂ, ㅈ, ㅅ과 함께 ‘전청 소리’에 속한다. 전청에서의 ‘淸(청)’은 ‘맑다’가 아니라 ‘빠르고 짧다’를 의미한다.

넷째, “全淸並書則爲全濁, 以其全淸之聲凝則爲全濁也. 唯喉音次淸爲全濁者, 盖以ㆆ聲深不爲之凝, ㅎ比ㆆ聲淺, 故凝而爲全濁也.” 이를 정해하면 다음과 같다. “전청 글자를 가로로 나란히 붙여 쓰면 전탁이 되는데, 그 전청의 소리를 천천히 길게 빼면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오직 목구멍소리만은 전청 ㆆ이 아닌 차청 ㅎ이 전탁이 되는데, 대개 ㆆ 소리는 혀의 축소되는 정도가 심하여 길게 늘여지지 않고, ㅎ 소리는 ㆆ에 비해 혀의 축소되는 정도가 작아서 길게 늘여져 전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문장에서의 주의사항은 ‘深(심)’과 ‘淺(천)’이 깊음과 얕음이 아닌 혀가 뒤로 움츠러드는 정도의 심함과 약함을 뜻한다는 점이다.

다섯째, “五音之緩急, 亦各自爲對. 如牙之ㆁ與ㄱ爲對, 而ㆁ促呼則變爲ㄱ而急, ㄱ舒出則變爲ㆁ而緩. 舌之ㄴㄷ, 脣之ㅁㅂ, 齒之ㅿㅅ, 喉之ㅇㆆ, 其緩急相對, 亦猶是也.” 번역하면, “5음의 느리고 빠름은 또한 각각 상대가 된다. 어금닛소리의 ㆁ이 ㄱ과 상대가 되어서 ㆁ을 빨리 발성하면 ㄱ으로 변하여 급해지고, ㄱ 소리를 천천히 내면 ㆁ으로 변하여 느려지는 것과 같다. 혓소리의 ㄴㄷ, 입술소리의 ㅁㅂ, 잇소리의 ㅿㅅ, 목구멍소리의 ㅇ과 ㆆ 또한 그 느림과 빠름이 상대가 됨은 이와 같다.”이다. ‘ㆆ’은 느린 ‘ㅇ’보다 더 빠른 소리이다. 

여섯째, “初聲之ㆆ與ㅇ相似, 於諺可以通用也.” 이 문장에서의 ‘諺(언)’은 한자어와 대가 되는 우리말 토속 비한자어를 나타낸다. 따라서 “초성의 ㆆ과 ㅇ은 서로 유사하므로, 우리말 비한자어에서는 통용할 수 있다.”로 번역된다. 그러나 그 음에 따라 뜻이 달라져버리는 한자어를 적을 때는 원칙대로 초성 ㆆ과 ㅇ을 구별해서 적어야 하는 것이 훈민정음 철자법이다.

<사진> 속 훈민정음 언해본에서 보듯, ‘音’자의 정음은 그 초성이 ‘ㅇ’이 아니라 ‘ㆆ’이다. 그에 비해 ‘동국정운(東國正韻)’에 기재된 ‘음란하다’할 때의 ‘淫(음)’은 그 초성이 ‘ㅇ’이다. 지금 한국인들의 발성 또한 잘 관찰해보면 ‘음란’의 ‘음’과 ‘음악’의 ‘음’은 서로 다르다. 초성 ㆆ의 ‘音’ 소리는 세종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단지 ㆆ의 확실한 음가 및 ‘ㅇ’과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에 한자어 ‘音’을 ‘음’으로 잘못 표기하고 있을 뿐이다. <계속>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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