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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위력 간음' 벌금형도 많은 솜방망이 선고…왜?

등록 2018-03-07 16: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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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위력 간음죄, 형법서 '징역 5년 이하'
징역 상한선 두고 벌금형 여지까지 둬 논란
피해자 다수 아니고 초범이면 벌금형 많아
"폭행·협박 없다고 중형 어렵게 한 건 문제"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안희정(53·아래 사진) 전 충남도지사의 비서관 성폭행 사건과 김기덕(58·위 사진) 영화감독의 여배우 성폭행 사건은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했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처벌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7일 법원에 따르면 형법 30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업무상 위력 간음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해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성관계를 가졌음을 뜻한다.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상습적으로 범한 사실이 인정되면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돼 징역 7년6개월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성폭행을 한 범죄의 처벌로서는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징역 기간 상한선을 5년으로 정해놓고 벌금형의 여지까지 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짧거나 실형 자체가 내려지지 않는 사실상의 솜방망이 처벌을 유도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상한이 징역 5년이고 가중으로 7년6개월까지 가능하다고 해도 누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실제로 그만큼 혹은 가까운 수준으로 선고가 내려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수원지법 형사합의15부(당시 부장판사 양철한)는 2013년 2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자신이 운영하는 무역회사 여직원 8명을 간음하거나 추행한 이모(64)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5년 간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했다. 그런데 이는 이씨가 남자직원 2명을 상대로 1억6400만원 사기극을 벌인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돼 나온 선고였다.

 그는 여직원을 아예 모텔로 출근을 시키거나 출장을 명분으로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다니면서 추행을 장기간 지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도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밝혔다.

 2016년 전주지법 형사항소2부(당시 부장판사 이석재)는 2013년 10월 같이 술을 마신 20대 여직원을 차량 안 조수석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자영업자 이모(51)씨에게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뒤집으면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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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조계 관계자는 "물리적 힘으로 제압해 이뤄진 범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한선을 둔 것 같다"며 "폭행이나 협박 같은 강제력이 인정된다면 당사자들이 고용관계라고 해도 강간죄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형법에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상한선이 없고 벌금형 규정도 없기 때문에 죄질에 따라 장기간 중형이 선고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물리적 강제력이 아니라는 이유로 형이 낮춰지는 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업무상 위력 간음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도 피해자가 다수가 아니고 초범이면 벌금형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마트 점장이 여직원을, 그것도 여직원이 저항한 게 밝혀졌는데 검찰이 업무상 위력 간음 혐의로 기소해서 벌금 300만원이 나오는 것도 봤다"고 전했다.

 이어 "업무상 위력 간음은 고용관계, 지위가 얽혀있는 특성상 반복적으로, 그리고 피해자가 다수로 확산될 위험이 있다"며 "꼭 때리고 힘으로 제압하는 일이 없었다고 해서 중형 선고를 어렵게 해놓은 것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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