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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기각에 삼성, '안도'…검찰수사심의위도 삼성에 유리할 듯(종합)

등록 2020-06-09 05: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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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총수 부재'라는 최악상황 피해 일단 안심

삼성에 유리한 '검찰수사심의위' 진행될 전망

검찰, 영장 청구가 무리수 였다는 비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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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0.06.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불법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이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다.

9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21호 법정에서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진행 후 모두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법원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중이었던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게 됐다.

절박감 속에 법원 결정을 기다렸던 삼성은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위기를 피할 수 있게 돼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삼성 측 관계자는 "검찰이 그 다음에 어떻게 할지 모른다"면서도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상황은 아니라 일단은 안심된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힘에 따라 삼성 측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검찰 시민위원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지난 2일 기소 여부 및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듣고 싶다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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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호송차에 탑승해 있다. 2020.06.08. [email protected]
서울중앙지검은 오는 11일 부의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부회장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에 회부할지 논의한다. 부의심의위원회는 검찰시민위원 중 무작위로 추첨된 15명으로 구성된다. 부의심의위가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이를 받아들여 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으로서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집중해서 기소를 면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될 것"이라며 "총수 부재라는 리스크도 줄일 수 있고. 일단은 안도를 하면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검찰은 애초 영장 청구가 무리수 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과 관련해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시세조종,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이미 1년 6개월 이상 수사를 진행하며 50여 차례의 압수수색과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의 소환 조사를 하는 등 다수의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증거 인멸 우려를 들어 지금에 와서 갑자기 구속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2017년 두 차례 영장심사를 받았다. 첫 번째 영장심사에선 구속을 피했으나 두 번째 영장심사에서 결국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1년간 수감 생활을 하다가 풀려나 경영에 복귀했다.

한편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삼성은 일단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부회장의 구속이 현실화됐을 경우 발생할 '총수 공백' 사태를 피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삼성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긴장을 놓을 수 없다는 반응도 뒤따른다.

앞서 8일 이 부회장은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서 진행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진행된 이 부회장에 대한 심사는 8시간30분에 걸쳐 오후 7시께 종료됐지만, 7시15분께부터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심사가 진행되며 이 부회장은 법정에서 대기했다.

이들에 대한 모든 심사는 총 10시간50분 간 진행됐고, 이 부회장 등은 경기 의왕에 위치한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삼성 임직원들은 기각 결정을 크게 반기며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는 분위기다.

최근 며칠 간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 기로에 놓인 가운데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이틀 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질적으로의 대전환'을 천명한 '신경영 선언'이  27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기념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 부회장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혐의,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은 지난 2일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무력화됐다며 당황한 분위기였다.

검찰이 심의위 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중 수사 일정을 강행하자 삼성은 외부 전문가들의 판단을 차단했다며 억울해하는 한편 총수 공백의 가능성에 한껏 긴장했다. 이 가운데 결국 구속영장 청구 기각이 결정되며 삼성은 최악의 사태만큼은 간신히 모면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삼성 역사상 최초로 오너 구속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한 삼성그룹은 최근까지 여러 번 검찰수사에 휘말렸지만 창업주이자 초대 회장인 고(故) 이병철 전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경우 구속된 바 없었다.

과거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삼성은 한동안 투자나 사업재편 등 현안이 올스톱되다시피 했다. 그가 구속됐던 2017년 2월 이후 현재까지도 굵직한 M&A는 진행되지 않았다. 2017년 7월 이노틱스, 11월 플런티 등 스타트업을 인수하긴 했지만 대형 M&A는 2016년 11월 전장기업 하만 인수가 마지막이었다.

삼성은 경영 전반이 멈췄던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돼 일단 한시름 덜게 된 한편, 산적한 현안도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너 구속 사태는 모면했지만 삼성을 둘러싼 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들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인해 이미 정상적 경영 활동이 어려운 가운데, 한일 관계 악화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삼성은 최근 한일 갈등이 다시 깊어질 조짐을 보이자 반도체 사업을 중심으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하는 등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평택캠퍼스의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생산라인 및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투자 등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거나, 불구속 기소를 한 후 재판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2017년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이후, 다음 달 재청구된 구속영장에 법원이 발부 결정을 내려 구속됐다.

구속돼 1년 간 수감생활을 한 이 부회장은 이듬해 2월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이후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재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은 재판 진행 중 특검팀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고 기각되자 재항고하며 재판이 멈춰있는 상태다.

비록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앞으로 재판 과정은 남아 있다. 삼성의 고난의 행군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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