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양현종 메이저리그 진출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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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4-12-22 11:26:04  |  수정 2016-12-28 13: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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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혁진 기자 = 또 한 명의 메이저리거 투수의 탄생이 무산됐다. 국내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인 김광현(26·SK 와이번스)과 양현종(26·KIA 타이거즈)에게도 빅리그 진입 장벽은 높았다. 올 시즌 종료 후 구단 동의하에 해외 진출을 추진했던 두 선수는 나란히 국내 잔류를 선택, 2년 뒤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다시 한 번 미국 문을 노크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실력을 키워야만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팅부터 꼬였다

 먼저 출사표를 던진 선수는 김광현이다. 일찌감치 미국 진출 의사를 천명했던 김광현은 지난달 3일 한국야구위원회(KBO)를 통해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의사를 전달했다. 일주일 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돌아온 결과는 기대와 거리가 멀었다. 당초 500만 달러(약 54억원)에서 1000만 달러(약 108억원)까지 내다봤던 그의 포스팅 금액은 고작 200만 달러(약 22억원)였다.

 양현종은 김광현보다 보름가량 늦은 17일 포스팅 절차를 시작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히려 김광현보다 양현종에게 높은 점수를 매겼다. 조금 더 다양한 구종을 갖춘 데다 올해 KIA 타이거즈에서 16승(8패)을 거둔 사실이 부각됐다. 포스팅을 앞두고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 등 내로라하는 명문 팀들의 이름까지 오르내렸다. 하지만 현실은 무서울 정도로 냉혹했다. 양현종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평가는 김광현보다 좋지 않았다.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현종의 포스팅 금액은 150만 달러(약 16억원) 수준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비슷한 선수들의 사례들에 비춰봤을 때 포스팅 금액과 선수 연봉은 큰 차이가 없다. 포스팅 비용이 낮을수록 선수는 연봉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낮은 몸값에 발목을 잡힐 여지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SK와 KIA는 두 선수의 행보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선수의 꿈과 수년 간 키운 에이스를 헐값에 보내야 하는 구단의 입장, 나아가 한국프로야구 전체의 자존심까지 고려해야 했다. 두 팀의 선택은 여기에서 엇갈렸다. SK는 고심 끝에 김광현의 포스팅 금액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반면 KIA는 끈질긴 설득으로 양현종을 눌러 앉혔다.

 ▲이상과 현실 사이

 김광현은 200만 달러를 적어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본격적인 연봉 협상을 시작했다. 저명한 에이전트인 멜빈 로만을 고용했고 골든글러브가 열리기 전인 12월 초에는 샌디에이고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해 직접 구단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샌디에이고가 김광현에게 등번호 ‘29’가 박힌 유니폼을 선물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한국인 빅리거 탄생은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샌디에이고는 “지켜보는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김광현 측과 샌디에이고는 마감시한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1년 선배인 류현진(27·LA 다저스)의 뒤를 밟겠다는 김광현의 진출 꿈이 무산된 순간이었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은 12일 유니언 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계약 금액에 동의할 수 없었다”면서 협상 결렬의 이유를 설명했다. 유니언 트리뷴은 추가로 두 가지의 이유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이미 샌디에이고의 40인 로스터 명단이 꽉 차 있다는 것이다. 200만 달러짜리 선수를 위해 로스터를 비울 여유가 없다는 의미다. 또 다른 이유로는 김광현이 90마일(145㎞) 초반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을 들었다. 샌디에이고는 단순한 구종만으로 빅리그 정복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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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속팀 SK의 지나친 배려가 협상의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SK는 김광현의 포스팅에 앞서 ‘메이저리그 진출 추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마이크 앞에 선 김광현이 할 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메이저리그행이 기정사실화된 상황과 별반 다름없는 이야기들이 오가게 됐다. 김광현은 이 자리에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 꿈을 위해 가겠다” “보직은 상관없다. 팀이 원한다면 던지겠다” “이왕이면 타격이 가능한 내셔널리그팀으로 가고 싶다”는 속내들을 쏟아냈다. 김광현의 발언들은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힌 셈이 됐다. 특히 보직에 관계없이 던지고 싶다는 등 협상 과정에서 조율이 가능했던 부분들을 먼저 언급하면서 몸값을 깎아내렸다. 

 ▲2년 간 실력으로 보여라

 사실 국내무대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류현진이라는 확실한 성공사례가 있지만 국내 최고의 우완 투수였던 윤석민(28·볼티모어 오리올스)은 김광현과 양현종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받고도 1년 간 마이너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마이너리그 성적도 좋지 못했다.

 두 선수는 내년 시즌 구단 동의를 얻어 해외 진출을 재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한 차례 쓴맛을 본 만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결국 이들이 메이저리그를 노리려면 FA 신분을 취득하는 2년 뒤를 기약해야 한다.

 김광현의 경우 꾸준한 성적으로 어깨의 건재를 과시하는 것이 급선무다. 김광현은 최근 2년 연속 두 자릿수 고지를 밟았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어깨 부상으로 고생했다. 이 같은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큰 부상 이력이 없는 양현종은 요동치는 성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2010년 16승을 챙긴 양현종은 이듬해 7승9패로 미끄러졌다. 올해 16승을 따내기 전에는 9승짜리 투수였다. 자신만의 확실한 구종을 개발하는 것도 숙제다.

 hjk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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