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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 예산 '수산종묘 방류사업'…돈 챙기고 '시늉만'

등록 2015-05-13 17:11:31   최종수정 2016-12-28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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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치기' 수법, 실제로는 물만 방류

【서울=뉴시스】서상준 기자 = 어족 고갈을 막기 위해 추진되고 있는 수산종묘방류사업이 온갖 부정·비리의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당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계약된 치어 방류량을 줄이거나, 매입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검수를 불성실하게 해 사실상 비리를 눈감아줬다.

 이를테면 1000㎏의 치어 방류사업을 낙찰받아 실제로는 절반 가량만 방류하는 것이다. 뉴시스 취재결과 수산종묘 사업자들의 상당수가 부정한 방법을 통해 이득을 취득했다.

 정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종묘방류 사업에 매년 200억원 가량을 쏟아 붓고 있다. 20년 동안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고 가정할 때 불법으로 날린 돈만 수백 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각 지자체에서 별도로 추진하는 사업까지 합치면 부당액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올해 44억5000만원(국고 28억4000만원 포함)의 예산이 계획된 인천시의 경우, 수산종묘 방류사업을 추진 중인 중구·옹진군·강화군 등 3개 지자체 모두 부정·비리 의혹이 포착됐다.
 
 수년간 수산종묘 방류사업에 참여한 A씨에 따르면, 이 지역 사업자 대부분이 무게를 속이는 등의 수법을 통해 치어 수량을 맞춰왔다.

 불법은 치밀하게 이뤄졌다. 정확한 수치를 재기 위해서는 순수한 치어 무게만 측정해야 하는 데 바구니에 물을 넣어 무게를 늘리는 이른바 '물치기' 방법을 사용해 온 것이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공차(치어를 싣지 않는 화물)'를 이용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점농어 기준으로 5t 활어차 한 대당 6만~8만미(6㎝기준)를 싣는 데 치어를 넣지 않고 빈차에 물만 담아 방류한다는 것이다.

 A씨는 "많은 (수산)종묘 사업자들이 치어량을 속이기 위해 물치기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정직한 업체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사업자들은 이런 수법으로 수년간 (부당 이익)해먹었다. 이는 공공연한 업계의 비밀"이라고 털어놨다.

 2008년 이후 인천지역 3개 지자체의 수산종묘 입찰 결과를 확인해 보니 낙찰업체는 5곳으로 압축됐다.

 A씨는 "이 업체들이 모임을 만든 후 수시로 만나 주력품목을 지정해 돌려가면서 낙찰을 받았다"며 "저도 최근 그 모임에 참여했기 때문에 잘 안다"고 했다. 그는 "낙찰받은 납품가 중 일부는 관계 공무원의 접대 자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권에서는 수조 30개 이상을 갖춘 대형 업체가 3곳이었는데 이중 한 사업자가 '바지 사장(이름만 타인 명의)'을 내세워 2곳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인천에도 아들 명의로 사업장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권역에서 '기술자(업체 치어 관리자)'로 불린다는 B씨는 "서로 짜고 치다보니 (입찰 참여 당시)치어 수량이 부족해도 일단 낙찰만 받으면 일은 순조롭게 진행된다"며 "공무원들과 수년 동안 알고 지내면서 미리 밑밥(향응제공 등)을 뿌려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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