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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나’를 찾게 도와주는 부처의 가르침…‘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 외 3

등록 2015-05-20 09:00:00   최종수정 2016-12-28 15:0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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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시내 기자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월호 지음/ 민족사 펴냄/ 280쪽/ 1만6500원

 법정 스님의 ‘무소유’,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법륜 스님의 ‘스님의 주례사’…. 언젠가부터 스님이 쓴 에세이가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극심한 경쟁과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들이 마음의 안식을 찾고자 하면서 덩달아 인기가 오른 것이다.

 그런데 왜 신부님도 목사님도 아닌 스님일까?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현세의 삶을 중시하고 본인의 정신 수양을 강조한다. 종교적 색채도 옅어 특정 종교의 신도가 아닌 독자는 자연스레 스님의 말씀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tvN 예능 ‘오 마이 갓’의 월호 스님과 만화가 배종훈이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새로운 형식의 참선일기를 내놓았다. 이미 SNS를 통해 큰 반향을 일으킨 ‘안에 있을까? 밖에 있을까?’다.

 이 책은 ‘힐링선(禪)’을 주창한 월호 스님의 유쾌한 참선 이야기와 참선을 일상의 깨달음으로 승화시킨 만화 ‘냥의 수행일기’로 이뤄져 있다. 흥미롭게 구성돼 좀처럼 다가설 수 없었던 참선, 즉 깨달음의 세계에 가까워질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끈다.

 월호 스님은 “명상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라면, 참선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그 관찰자를 관찰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그 참선에 다가가기 위해 배종훈 작가는 고양이를 의인화한 캐릭터 ‘냥’을 탄생시켰다.

 냥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 하루하루 일상 속에서 욕심과 욕망을 뛰어넘고 본성을 깨우쳐가는 고양이 ‘냥’의 수행일기는 바로 우리의 일기이기도 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생명으로 늘 그 경계에서 갈등해야 하는 모습이 고양이 ‘냥’에게 들어 있습니다. 냥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웃고, 부끄러워하고, 다시 생각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습니다.” (배종훈 작가)

 하루에도 수차례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면서도 그 속에서 바른 삶을 추구하려는 ‘냥’의 모습은 우리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우리와 같은 ‘냥’의 모습을 통해 공허한 관념이 아닌 삶의 지혜를 터득하게 되고, 한 걸음 한 걸음 깨달음의 세계로 다가서게 된다.

 “무엇인가 밖에서 구한다는 것은 헐떡이는 겁니다. 재물이든 명예든 밖에서 구한다는 것은 아직 불지견이 열리지 않은 것입니다. 부처님에게 없는 게 뭐가 있겠습니까? 무엇이든 모든 것을 다 갖추신 분이 부처님입니다. 이러한 부처님의 성품이 우리 모두에게 본래 갖춰져 있다는 것을 알면 굳이 헐떡이면서 밖에서 구할 일이 없는 겁니다.” (187쪽)

 불교에서는 우리 내면에 부처를 이룰 수 있는 근본성품, 즉 ‘불성(佛性)’이 있다고 한다. 월호 스님은 이 책에서 시종일관 우리가 불성을 자각할 수 있도록 이끈다. 자기 안의 불성을 인식하기만 해도 더 이상 헐떡이지 않고 밖으로 찾아 헤매지 않는다는 것이다. 월호 스님이 참선을 ‘견성법(見性法)’이라 하는 것도 참선이 특별한 수행법이 아니라 바로 성품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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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월호 스님은 중국 선종을 꽃피우고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친 6조 혜능 대사의 삶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혜능 대사 개인의 천재적인 수행력에 방점을 찍어서는 안 된다. ‘일자무식의 나무꾼도 불성을 깨달았다’ ‘무식한 나무꾼도 깨닫는데 어찌 내가 깨닫지 못하겠는가?’ 하는, 모두가 평등하게 지니고 있는 불성에 대해 인식하고 깨달을 수 있다는 희망, 자신감을 찾게 된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60쪽)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욕망과 불안으로 흔들리는 이 시대, 우리가 본래 갖춘 ‘불성’을 자각하기 위한 연습을 하고 더 나아가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넘어 뿌리 깊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우리 인생의 답이 부처의 가르침 속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답을 찾는 그 여행 동안 우리를 위로하는 좋은 동행자가 될 수 있다.

 오는 25일은 불기 2559년 석가탄신일이다.

◇산사에 홀로 앉아…일운 스님 지음/ 모과나무 펴냄/ 308쪽/ 1만3000원

 경북 울진의 첩첩산중 불영사에서 자연과 함께 살고 있는 일운 스님이 매일 아침 쓴 마음편지를 엮은 명상집이다. 자연이 주는 깨달음을 스님의 순수한 감수성으로 다시 그렸다. 계절 변화에 따라 ‘겨울 눈’ ‘봄 꽃’ ‘여름 비’ ‘가을 단풍’ ‘다시, 겨울 바람’ 총 5장으로 구성했다.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운 스님은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 사소한 것들에 기뻐하고 슬퍼하기보다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보다 본질적인 행복에 이르는 삶의 방식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바라보는 지혜를 담았다.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살아가는 길을 보여 준다. 자신을 경책하며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스님이 직접 지은 25편의 시와 함께 더욱 빛난다. 각 장 말미마다 십분 명상법을 함께 담았다.

◇오대산 정념 스님이 들려주는 행복한 불교 이야기…정념 지음/ 자현 엮음/ 담앤북스 펴냄/ 256쪽/ 1만5000원

 정념 스님은 지난 12년간 오대산 월정사의 주지로 있으면서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함께 호흡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설명했다. 그중 지혜·보시·수행·행복 등을 중심으로 58편의 명법문을 골라 엮었다. 법문을 정리한 것이라 투박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그만큼 울림도 크다. 그렇다고 진중하기만 하지 않다. 칡넝쿨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한 나한 때문에 오대산에서 쫓겨난 칡 이야기, 나옹 스님의 발우에 눈을 떨어뜨려 오대산에서 쫓겨난 소나무 이야기 등 ‘전설 따라 삼만 리’도 등장한다. 또 불교 이야기만 등장하지 않는다. ‘낙안(落雁)’이라는 말로 유명한 왕소군, ‘방비(放屁)’라는 한마디 말 때문에 천릿길을 달려온 소동파의 이야기는 인생무상의 지혜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오대산의 깊은 역사와 빼어난 풍광을 담은 하지권 작가의 사진 300여장도 함께 실려 있다.

◇밥값 했는가…도원 스님 외 지음/ 불광출판사 펴냄/ 192쪽/ 1만2000원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고민들을 숙명처럼 안고 산다. 누구는 돈 때문에, 누구는 마음의 상처 때문에, 누구는 사람 사이의 갈등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 이 책은 법문을 통해 괴로움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불교를 이끄는 스님 열여덟 분의 법문을 한데 모았다. 평생을 수행과 전법에 전념해온 도원·성타·월주·혜총·고우·대원 스님 등 어른 스님을 비롯해 대중과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는 스님들이 불법의 이치를 깨치도록 설명해준다. 삶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괴로우며, 행복과 자유의 길은 정녕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존재하는가. 도무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의문들이 우리 시대 수행자들의 육성을 타고 눈 녹듯 풀어진다. 2010년부터 매년 최고의 명법문을 가려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묶어온 ‘기억에 남는 명법문’ 시리즈 여섯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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