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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자를 울려' 김정은의 눈물… "채워지지 않던 무언가를 채웠어요"

등록 2015-09-03 08:06:26   최종수정 2016-12-28 15: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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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이런 사람을 사랑하는 게 가능해? 이게 돼?"

 최근 종영한 MBC TV 드라마 '여자를 울려'(극본 하청옥·연출 김근홍, 박상훈)에서 주인공 '정덕인'을 연기한 배우 김정은(39)은 처음 시놉시스를 받아 읽고 나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학교폭력으로 아들이 죽은 엄마, 그리고 아들을 죽음까지 이르게 한 아이의 아버지를 사랑하게 되는 여자. 김정은이 6개월 동안 철저히 이해하고, 살아야 했던 '정덕인'은 김정은에게 "풀리지 않는 숙제" 같은 인물이었다.

 결국 그는 이 숙제를 다 하지 못하고 드라마를 시작했다. 아이도 없고, 결혼도 안한 김정은의 실제상황에서 무려 몇 단계를 건너 뛴 인생선배 '정덕인'의 감정을 계산하고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진짜 아무 생각 안 했어요. 어떻게 엄마가 어떤 마음인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겠어요. 거기서 한계가 왔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일단 잊자, 가서 부딪히자, 닥치면 하자. 그렇게 출발했어요."

 전직 형사이자 현직 밥집 아줌마인 극 중 '정덕인'의 직업은 그런 김정은에게 좋은 면피였다. 4월부터 액션스쿨에 다니며 액션을 배우고, '백선생' 백종원에게 요리를 배우면서 '정덕인'의 감정을 머리로 이해하기 위해 집착하고 얽매일 겨를이 없었다.

 "오히려 다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덕인이의 무거운 설정이 저를 옥죄어 오고 있었거든요. 액션과 요리가 있어서 너무 분위기 잡지 않고 밝고 덤덤하게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몸이 먼저 '정덕인'이 된 그는 지금도 여전히 "말로는 잘 표현 못 하겠다"고 했지만 극 속에서 완벽하게 아이를 잃은 엄마,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여자가 됐다. 김정은은 "정신줄을 놨던 것 같다"고 표현했다.

 "잠깐 기절상태였던 것 같아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침을 어떻게 흘리고 거품을 어떻게 물었는지 모르겠는 상태였어요. 사실 두렵기도 했죠. 너무 흉해서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이해해주지 않으면 어떡하지. 근데 엄마의 마음으로 무장하고 들어가니까 못할 짓이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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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40회 동안 드라마를 끌어 오면서도 그는 처음 시놉시스를 읽고 든 의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모르겠어요. 자식이 걸려 있는 문제잖아요.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용서를 하고 있다'고 진행형으로 말했지만 끝까지 명쾌하게 용서는 어렵지 않을까요?"

 '정덕인'이라는 인물에 풀리지 않을 게 뻔한 숙제가 있음에도 김정은이 드라마 복귀작으로 '여자를 울려'를 선택한 이유는 캐릭터가 가진 주체성 때문이었다. 남자 주인공 뒤에 숨지 않고 말로든 행동으로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데뷔 후 20여 년 동안 멜로와 코미디가 동시에 되는 배우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밝고 귀여운 여주인공에 특화된 연기로 인정을 받았지만 김정은은 풀어지지 않는 갈증을 느끼며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제 안에 뭔가 불같은 게 있나 봐요. 저 많이 돌았어요. '한반도'도 하고 바로 이어서 '울랄라 부부'도 하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그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위해서 헤매 다녔었죠."

 결국 '정덕인'으로 뱃속 깊은 감정까지 토해내며 가슴 속에 있던 불씨를 활활 태운 그는 이번 드라마로 "큰 용기를 얻은 것 같다"며 눈물을 보였다. 드라마 시작에 앞서 3년 만의 복귀에도 "괜찮다, 부담 없다"고 했던 건 거짓말이었다.

 "20년 만에 발가벗겨져서 오디션 받는 기분이었어요. 이상하면 어떡하지, 비난 받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많았거든요. 보시는 분들이 호응해주고 응원해주시니까 진짜 큰 용기를 얻었어요. 이제는 진짜 못 할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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