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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까지 동원된 시진핑 환대 프로젝트, 황금시대 막이 올랐나

등록 2015-10-22 10:42:30   최종수정 2016-12-28 15: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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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세계에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겠다'고 공언한 영국과 400억 파운드의 투자로 화답한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국빈방문을 통해 1840년 아편전쟁 이후 175년에 걸친 애증의 역사를 청산하고 '황금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은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 이후 10년 만의 첫 국빈 방문이다. 영국 왕실과 정부는 시 주석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의전을 제공하면서 극진히 환대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특히 왕실 소유 마차 중 가장 중요한 '황금마차'에 시 주석 부부와 동승해 버킹엄 궁으로 이동했다. 이 마차는 영국 국왕 조지 3세 이래 모든 영국 국왕이 대관식 때 탄 것으로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나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도 이 마차를 타는 의전을 받지 못했다.

 버킹엄 궁에 머문 시 주석 부부를 위해 궁내에서 가장 큰 공간으로 알려진 이스트갤러리볼룸에 성대한 국빈만찬을 마련됐다. 여왕이 직접 주최한 이번 만찬의 주요 메뉴는 스코틀랜드 밸모럴산 사슴고기 요리와 영국산 와인 등으로 알려졌다.  

 영국 캐머런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국 자본 투자를 확보에 정권의 사활을 걸다시피했다. 지난 2013년 10월 런던의 위안화 허브화, 비자완화 계획 등을 발표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두달 뒤 120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의 '황금시대' 개시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영국은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서방 선진국 중 가장 먼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합류를 선언했다. 캐머런 정부의 이런 구애작전에 중국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시 주석은 영국 방문 전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서구 국가들 중 베이징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기로 한 영국의 선견지명있는 전략적 선택"을 극찬했다.

 경협 강화 모색에 초점을 둔 시 주석의 영국 방문에는 지난달 미국 방문 때에 버금가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했다. 방미 때처럼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같은 스타급 기업인은 없지만 금융, 건설, 에너지,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온 기업인 약 150명이 사절단에 포함됐다.

 방문 일정 이틀째인 21일 시 주석은 캐머런 총리와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 있는 영국 총리관저에서 정상회담을 열었고, 중국 현지 기업 시찰, 공자학원 방문, 맨체스터 시티 축구팀 방문 등 20여 개에 달하는 공개행사와 활동에 참가하는 등 빽빽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런 가운데 양국은 원자력발전소 건설, 에너지, 항공, 바이오, 금융 등의 분야에서 150개에 달하는 경제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합의했고 총 400억 파운드 (약 70조 2348억원) 규모의 투자협정 체결을 선언했다. 특히 중국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영국 의회에서 연설을 한 시 주석은 양국 간의 우호적인 역사와 동질감을 호소하면서 갈수록 '내 안에 너 있고, 너 안에 내가 있는 공동체'로 거듭날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 주석의 영국 의회 데뷔 연설 도중 단 1차례도 박수 갈채가 터지지 않았고 연설 후 의원들이 기립박수를 하는 장면도 연출되지 않았지만 중국 언론들은 영국의 환대가 중국과 서방세계의 관계가 새 단계로 도약했음을 보여준다고 자평했다.

 사실상 양국이 경제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의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중국 역시 유럽국가들 가운데서 영국을 특별하게 생각해왔다. 중국이 유럽에서도 영국에 공들이는 이유는 주요 경쟁 상대인 미국과 특수 관계인 영국과의 협력이 절실했고, 국제금융시장 진출의 발판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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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 시 주석이 이번 국빈방문에서 가장 큰 관심을 두는 것은 '런던거래소'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20일 런던 금융시장에서 처음으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했다. 그동안 중국은행이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한 적은 있지만 중국 정부가 국외에서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방문 기간 이뤄진 이번 국채발행으로 런던 금융시장을 위안화 역외거래 및 통화스와프의 서구의 허브로 키우고, 위안화 국제화를 도모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됐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21일 영란은행(BOE)과의 통화스와프 규모를 3500억위안(약 62조6000억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에 합의한 통화 스와프 규모 2000억위안에서 1500억위안 늘어난 수준이다.

 중국은 시 주석 방문으로 가장 크게 기대하는 분야가 원전과 고속철  건설 분야의 협력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중국 정부가 영국으로의 사업 진출이 다른 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준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광핵그룹(CGN)이 사업비 180억 파운드(약 32조원)의 영국 남부 힝클리 포인트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 60억 파운드를 투자해 지분 33.5%를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은 주사업자인 프랑스 에너지업체 EDF가 투자한다. 영국에서 30년 만에 재개되는 첫 원전인 이 원전은 완공시 영국 전체 전력공급의 7%를 차지하는 초대형 원전 프로젝트다.

 아울러 시 주석 방문 기간 내내 영국 측은 양국 관계의 최대 변수이자 중국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최대한 자극하지 않는 '배려심'을 보여줬다.

 양국 정상회담 이후 캐머런 총리는 "이번의 역사적 합의는 양국관계를 다음 단계로 끌어올리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고, 시 주석은 "글로벌 전략적 협력과 황금시대를 열고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화답했다.

 한편 시 주석 방문 기간 내내 영국이 보여준 예우에 대해 서방국과 언론을 중심으로 '돈 많은 왕서방'의 투자를 위해 ‘아첨(kowtow) 외교' 펼치고 있다는 비난 여론까지 형성됐다.

 이번 국빈 방문의 성공여부에 대한 판단을 떠나, 주변의 불편한 시각과 비판 여론은 의기투합해 경협의 황금시대를 향해 달려가는 양국의 '황금마차'를 멈춰 세우기는 힘들어 보인다.

 문예성 기자/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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