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도리안 그레이' 홍서영 "400대 1 오디션 통과하고 펑펑 울었어요"
최근 충무로에서 만난 홍서영은 ‘도리안 그레이’ 오디션에 도전한 것에 대해 “첫 욕심을 잘 냈다고 제게 칭찬을 하고 싶다”고 웃었다. 스무살 남짓 사는 동안 큰 욕심을 내본 적이 없었다며 해맑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그녀다. 홍서영은 데뷔작부터 스타덤을 예고하고 있다. 투명한 피부 등 신비로운 외모에 가창까지 갖춘 그녀는 단번에 눈에 띄었다. 김준수·박은태·최재웅 등 걸출한 뮤지컬배우들 사이에서도 기가 눌리지 않았다. 지난 9월1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데뷔 신고식을 치른 무대를 떠올리며 “커튼콜 넘버인 ‘도리안 그레이’가 너무 슬퍼서 평펑 울었다”고 웃었다. 주변 인물들까지 비극으로 몰아넣은 주인공 그레이가 죽은 후 그들과 화해하는, 하나의 에필로그 성격이다. 신데렐라로 떠오른 이 신예는 첫 무대부터 극에 몰입한 것이다.
홍서영은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원작인 이 뮤지컬에서 귀족 청년 도리안의 첫사랑인 여배우 ‘시빌’을 연기하고 있다. 풋풋함과 싱그러움을 뽐내는 역이다. 홍서영은 깨끗한 음성과 순결한 얼굴을 지녔다. 이지나 연출은 “원작의 묘사와 잘 맞았다”며 소녀 특유의 천진난만함과 발랄함이 있더라“고 봤다. 홍서영은 “제 성격과 다른 캐릭터라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얀 피부에 선이 고운 얼굴로 청순가련함을 뽐내는 그녀는 사실 운동을 좋아한다고 했다. “축구, 족구, 야구를 좋아한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시빌은 1막 마지막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순진하고 백지 같이 하얀데 열정을 가지고 있는 여자로 표현을 하고 싶었어요. 그레이가 시빌에게 이별을 고했을 때, 단호하게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2막에서는 그레이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시빌의 동생 샬롯으로 나온다. 시빌은 금발, 샬롯은 검은 머리인데 외모뿐 아니라 연기라 음색 자체도 완전히 달라 관객 사이에서는 홍서영이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모르는 이들도 상당수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그녀의 매력이 가장 빛을 발하는 이유다.
단어 두 개를 붙여, 그 해당 성격을 강조하는 스타일로 종종 말하는 그녀는 시빌처럼 ‘소녀소녀’다운 노래를 사실 이전까지 거의 부르지 않았다고 했다. 허스키한 곡을 주로 좋아했는데 색깔이 다른 넘버를 불러 즐거웠다고 눈을 총총거렸다. 노래를 좋아한 홍서영이 뮤지컬에 빠지게 된 건 한림예고 실용음악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때다. 친구가 보여준 ‘지킬앤하이드’의 넘버 ‘어 뉴 라이프(A New Life)’ 영상을 보고 단숨에 빠져들었다.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막 설레는 거예요. 이후 친구랑 함께 ‘뮤지컬 할래!’가 된 거죠.”
어느 역이든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녀에게 롤모델을 묻자 “너무 많은데…”라며 말이 끊이지 않았다. 정선아를 비롯해 김선영, 전미도, 차지연 등의 이름이 쉴 새 없이 나왔다. “선아 언니를 정말 좋아했는데 처음 만나니까 너무 긴장돼서 손이 막 떨리더라고요. 정신이 없었어요. 호호.” ‘도리안 그레이’ 전에 오디션을 보지 않았던 건 “좀 더 준비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도리안 그레이’는 하지만 배우, 스태프의 면면을 보고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합격했을 때 펑펑 울었다는 그녀는 김준수, 정선아가 속한 씨제스컬쳐와 전속계약까지 맺게 됐다. 주변에서는 대단하다며 치켜세우지만 홍서영은 정작 초연하다. 자신은 성공한 ‘덕후’(마니아)라며 초심을 잃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도리안 그레이’는 제게 주어진 큰 첫 과제”라는 마음 때문이다. “29일이니 폐막이니, 그 과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죠. 첫 과제를 잘 마무리 하고 싶어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