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 농단]"몰랐다" "관련없다" 떠넘기기 급급한 친박

등록 2016-11-08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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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현 대표가 당 대표 사퇴 불가 재차 밝히고 있다. 2016.1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비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했지만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친박계 인사들은 변명으로 일관하며 선긋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까지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친박계에서는 “최순실을 전혀 몰랐다”, “나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한결같이 발뺌하는 데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면서 곤경에 빠진 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랐다” “11개월 동안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 등 책임을 주군에게 떠넘기는 모습도 보인다. 권력무상 정도가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표변하는 인간의 단면마저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것”

 2일 검찰이 최순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박 대통령 옆에서 국정운영 전반에 관여했던 비서진과 당시 대선캠프에 있었던 핵심 참모들은 최순실을 “전혀 몰랐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날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은 최순실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을 18년간 보좌해온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역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에 대해 “대통령의 친분관계, 그런 부분들에 대해 제가 잘 알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때 ‘박근혜의 입’으로 통했던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최순실의 존재는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도 알고 있었고, 친박은 매우 잘 알고 있었다”며 “그것을 몰랐다면 말이 안 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보다 더 심한 얘기”라고 친박계를 비난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나도 최순실을 안다”며 친박계의 최순실씨와 관련된 일관된 부인 표명을 질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2006년 독일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을 당시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게 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정현 대표 역시 최씨의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책임 있음에도 비박계의 지도부 퇴진 주장에 ‘버티기’를 이어가고 있다.

 나아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당시 박 대통령과 함께 독일을 다녀왔는데 이 때 최순실씨 부부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날 김 전 실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최씨를 모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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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김무성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중 자리를 뜨고 있다. 2016.11.02. [email protected]
이뿐만이 아니다. 한 언론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최씨와의 관련 혐의에 박 대통령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으며,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정무수석 시절 근 1년간 박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만 키우는 발언들이다.

 이 같은 이유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다. 사실상 대통령으로서의 권위가 박탈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하루 빨리 집권여당이 사태 수습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등하다. 그러나 친박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 있다. 그것도 모른 척 하며 고개를 돌리며 자리보전에 급급하고 있다.

 ◇비박 “이번 기회에 친박 단죄”

 20대 총선 참패에도 위세를 떨치던 친박계에 맞서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줬던 비박계가 ‘이정현 지도부 퇴진’과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촉구하고 나선만큼 이번만큼은 친박계를 ‘단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렇듯 청와대 핵심 참모진과 새누리당 친박계가 ‘비선 최순실’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지만 그간 왜 아무도 박 대통령에게 최씨 문제에 대해 직언을 하지 못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때 ‘박근혜의 입’으로 통했던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은 세월호 7시간 논란에 대해 “누구를 통하지 않으면 (대통령과) 전화가 안 됐다는 그 현실을 방관하지 않았더라면 세월호 7시간의 공백도 없었을 것”이라고 친박계를 꼬집은 바 있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최씨의 존재를 알았음에도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한 것은 과거 최씨의 심기를 건드린 인사들이 줄줄이 법의 심판대에 서거나, 좌천된 것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검찰 조사 과정에서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는 최순실”이라고 진술했던 박관천 전 경정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또 최씨가 출입증도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 당시 경비를 담당했던 경찰들이 최씨와의 몇 차례 마찰 끝에 좌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같이 최씨의 심기를 건드리면 자리를 보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던 인사들이 눈치만 보느라 그간 박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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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 간담회에 참석한 정병국 의원이 이정현 대표의 발언을 바라보고 있다. 2016.11.02. [email protected]
 특히 시중에서 ‘청와대 5적’으로까지 비유되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비서관들은 “최순실과 관계없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자리나 보전하자는 안일한 ‘복지안동’에 다름 아니다.

 ◇지부상소(持斧上疏)는 못하더라도…

 실제 2006년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 때 동행했던 이정현 대표와 최경환 의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최순실·정윤회’ 부부를 최소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을 것이란 의혹이 제기됐지만 ‘모르쇠’로만 일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여권 인사는 “핵심 참모들은 지부상소(持斧上疏·목숨을 건다는 의미로 도끼를 들고 하는 상소)는 못하더라도 사표를 들고 가서라도 직언을 했어야 한다”며 “결국 이 정권에서 제대로 된 공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에서는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비박계 의원들은 물론 친박 의원들의 이름이 적힌 연판장이 나돌면서 최순실 파문의 공동 책임을 지고 이 대표 퇴진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여전히 자리보전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사퇴를 적극 주장하고 있지만 이 대표는 “많이 부족하지만 도와달라”며 비박계의 잇단 지도부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실제 이 대표는 2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간담회에서 중진들의 의견을 모두 들은 뒤 “이 자리에 중진 의원들을 모시고 얘기를 듣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며 사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 대표는 “저는 3선 의원이고 당 내 몇 안 되는 호남 출신이다. 경륜이나 학력이나 모든 부분에 있어 부족하다”며 “당의 중진 의원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리고 호소드린다. 중진들께서 지혜를 좀 나눠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이 좋을 때는 좋은 대로, 위기일 때는 위기인 대로 그렇게 해서 하나씩 헤쳐 나가고, 극복하고, 수습해 나가는 것이 공동체이고 당 조직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사퇴 거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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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를 받겠다고 기자회견할 것이라는 첩보가 돕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2016.11.03.  [email protected]
이 대표는 그러면서 “부족한 저와 함께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의원이 당을 어떤 식으로 개혁하고 변화시키고 할지에 대해 28만 당원과 국민 앞에서 호소하지 않았느냐”며 “누구도 완벽하진 않지만 민주적 절차를 통해 선출된 당 대표를 뽑아놓고, 낙선을 했지만 힘을 보태 지혜를 모아 극복해나가자고 한 것 아니었느냐”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또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것”이라고 밝힌 뒤, 사퇴 의향을 묻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는 “그만 좀 질문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정현 언동’ 혼란만 가중시켜

 한편으로 보면 이 대표의 말도 일리는 있다. 최악의 위기 상황에서 세월호 선장처럼 혼자 도망가면 결국 당이 좌초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그 말은 본질을 흐리는 이 대표의 궤변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는 동안 이 대표는 무엇을 했나 살펴보자. 최씨의 국정농단이 시작한 것은 현 정부 시작점부터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복심 격인 이 대표는 인수위를 거쳐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을 지냈다.

 최씨에게 청와대 문건이 건네지는 순간에도 이 대표는 박 대통령과 가장 근접한 거리에 있었다. 그런데 이를 몰랐다면 무능한 참모였다는 얘기가 되고, 알고도 방치했다면 범죄 행위를 방조한 것이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고 박 대통령이 “연설문 수정 도움을 받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하자, “나도 연설문을 쓸 때 주변 지인 도움을 받는다”고 말해 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자신의 연설문과 대통령 연설문도 구분을 못하느냐는 질책이 쏟아진 건 당연했다.

 그에 앞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의 국회 통과 때에는 느닷없이 ‘단식 카드’를 빼들었고, 3일 만에 당내 의원들과 상의도 없이 회군 지시를 내려 자신의 리더십에 스스로 상처를 입혔다. 그러더니 급기야 6일 만에 아무런 소득도 없이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병원에 실려 가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만 보였다.

 여당의 이미지 추락은 물론 당내 혼란만 가중시켰다. 이 같은 일들이 8월초 집권 여당의 대표에 오르면서 “당을 환골탈태 시키겠다”고 선언한 이 대표의 두 달 반 성적표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최순실 사태를 수습하겠다며 아직도 대표실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새누리당 상황을 보면 이 대표가 스스로 떠나면 당이 세월호처럼 좌초하는 게 아니고, 본인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게 당을 침몰하는 세월호처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당원들의 한숨 소리만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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