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수사' 대통령 향해 달려간다

등록 2016-11-14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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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로 여러가지 사업의 이권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11일 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6.11.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최순실(60)씨를 구속한데 이어 청와대 안종범 전 정책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줄줄이 구속된 상태다. 8일에는 또 다른 비선실세로 불리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전격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 수사는 ‘최순실 게이트’의 종착역인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빠르게 가고 있다.

  ◇‘국정농단’ 최순실 첫 구속

 ‘국정농단’의 주인공으로 불리던 최순실씨가 스스로 귀국한 뒤 지난달 31일 오후 3시 검찰에 출석했다. 최순실씨는 이날 “죽을 죄를 지었다”면서 “국민 여러분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하며 검찰 조사실로 향했다. 그리고 사흘 만인 지난 3일 최씨는 긴급체포된 상태에서 구속됐다.

 검찰은 최씨를 구속영장하면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사기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혐의가 드러난 부분에 대해 먼저 수사하고 이후 횡령·배임 혐의, 제3자 뇌물제공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도 검토한다는 계획이었다.

 검찰은 최씨가 이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공범 관계로 특정이 된 만큼 직권남용 혐의 입증에 큰 무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후 수사는 횡령배임과 뇌물죄로 향했다. 처음부터 이 부분은 ‘최순실 게이트’의 뇌관으로 불려왔다. 최씨가 자신이 실소유하고 있는 더블루K 등을 통해 재단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는지 여부, 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출연하면서 부정한 청탁과 오갔는지 여부가 핵심사항이다. 여기에는 최씨뿐만 아니라 청와대 전직 인사들과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망라되어 있다.

 최씨의 구속이후 다음 타깃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안 전 주석은 2일 검찰에 출석했다가 긴급체포후 4일 구속됐고, 정 비서관도 같은 날 긴급체포된 뒤 역시 구속됐다.  

 ◇드러나는 ‘물증’…수사 급진전  

 최순실씨,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이 모두 구속된 이후 검찰 수사는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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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의 핵심 측근인 차은택씨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2016.11.11.  [email protected]
 검찰은 지난 7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의 다이어리와 휴대전화,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전화 통화녹음 파일, 최순실씨의 통화내역을 각각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검찰은 안 전 수석의 휴대전화 5~6대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안 전 수석의 다이어리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과의 간담회 일정 등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7월 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및 지원을 요구했다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다이어리에 적힌 일정과 메모에 따라 박 대통령이 재계 총수들과 언제, 왜 만났는지 여부가 밝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 전 수석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통화내역이나 문자메시지 등이 다수 남아있다면 안종범-최순실-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불법모금의 정황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또 검찰이 박 대통령과 최씨, 정 전 비서관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손에 넣으면서 “최씨를 모른다”고 했던 정 전 비서관은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들 물증은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비서관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핵심물증으로 꼽히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구체적 물증을 토대로 최씨를 비롯한 관련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씨가 언제,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도 정 전 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들의 입을 여는 핵심 지렛대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은 ‘대가성 뇌물’에 초점

 이후 검찰 수사는 대기업들로 칼날을 돌렸다. 삼성에 이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참여한 SK그룹, 롯데그룹 등을 차례로 겨냥한 것이다.

 이 수사는 “우리도 피해자”라고 항변하는 기업들을 상대로 박근혜 정부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고 뇌물을 준 게 아니냐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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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임태훈 기자 =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11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2016.11.11.  [email protected]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미르재단에 486억원, 19개 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단기간 출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후원금 70억원을 냈다가 총수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이미 지난 1월 K스포츠재단 출범 당시 17억원의 기금을 출연한 상태였다.

 또 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은 정씨에게 35억원 상당의 말 구매 비용 등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돈은 최씨가 독일에 설립한 비덱스포츠를 통해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기업들이 이처럼 앞 다퉈 최씨 모녀를 지원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각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들여다보면 강제성 보다는 오히려 기업들의 ‘민원해결’을 위한 모금으로 볼 정황이 충분하다.

 롯데그룹은 대규모 검찰 수사를 앞두고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 롯데는 지난 5월 K스포츠재단에 후원금 70억원을 냈다가 총수 일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돌려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는 이미 지난 1월 K스포츠재단 출범 당시 17억원의 기금을 출연한 상태였다.

 SK그룹에 대해서는 오너의 특별사면과 관련해 후원 압박을 받았다는 주장이 있다. 포스코와 한화, CJ 등도 검찰 수사와 사면 등 청와대에 요구할 사안이 있었던 상태다.

 특히 7개 대기업 총수들과 박근혜 대통령이 독대한 사실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7월24일 대기업 총수 17명을 불러 청와대 오찬간담회를 가진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총수 7명을 따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각종 민원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수십억의 자금을 최씨 모녀에게 지원하는 일종의 ‘거래’가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도 이 부분을 수사선상에 올려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종범 전 정책수석의 다이어리 등이 이 부분과 관련된 핵심 증거물이다. 결국 수사과정에서 총수에 대한 사면이나 규제 완화 등 특정한 이익을 위해 모금에 참여했다는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는 게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송기호 변호사는 “기업들이 선의로 돈을 지원했다고 항변하지만 대통령과 정권에 무엇인가 바라는 게 있었지 않겠느냐”며 “딱 들어맞는 대가가 없고, 정책입법이나 규제완화 등 넓은 범위에서 해당 기업의 이익을 위해 돈을 지원했더라도 뇌물수수 적용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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