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A4’ 진영 "‘구르미 그린 달빛’ 통해 알지 못했던 나 발견"
그가 작곡한 ‘소녀온탑’의 ‘같은 곳에서’가 대표적이다.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현장에서 “같은 하늘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노래하고 있는 소녀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해준 곡이었다. 80~9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서 유행한 아스라함을 떠올리게 하는 팝 멜로디는 촌스럽지 않게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었다. 최근 마포구 월드컵로 소속사 WM엔터테인먼트에서 만난 진영은 “‘프로듀서 101’에 참여했던 친구들 마음을 알 것 같았어요. 그 친구들을 위해 썼지만 제게도 의미가 커요. 꿈을 역시 키워 온 사람으로서 몰입을 하게 됐죠”라고 말했다. 애틋한 멜로디와 가사에 대해 “아련하다는 것은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서 “멜로디를 떠나 노래를 들었을 때 여운이 남는 것이 좋다”고 웃었다. 신드롬을 일으킨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헌신적인 외사랑의 아이콘’ 김윤성도 진영의 옷을 입어 아련함이 출렁거릴 수 있었다. 세자 ‘이영’(박보검)만을 바라보는 ‘라온’(김유정)에 대한 애틋함이 윤성이의 눈에는 그렁거렸다. “음악과 연기는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생각해요. 노래와 연기가 서로 도움을 주는 이유죠. 그래서 이번에 드라마 OST ‘안갯길’도 만들 수 있었어요. 노래와 연기는 결국 상호작용하는 거죠. 연기하듯이 노래를 하고, 연기할 때는 운율을 떠올려요. 하하.”
“어렸을 때부터 연예인이 꿈이었어요. 연기도 하고 싶었죠. 근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죠. 지방(고향 충주)에서는 방법이 없어 서울로 올라와서 처음 찾은 곳이 연기학원이었어요. 오디션을 보고 단역도 하고 보조 출연도 하는 동안에 소속사에 들어온 거죠.” 욕심을 내지 않는 진영의 연기에는 여운이 짙다. 특히 눈으로 연기할 줄 젊은 배우라는 평이 나온다. 그윽하게 라온을 쳐다보는 윤성의 눈빛이 그랬다. 특히 끝이 올라간 진영의 눈매는 조선시대 성인 남자가 머리에 쓰던 관모인 갓의 둥근선과 묘한 조화를 이뤘다. ‘구르미 그린 달빛’ 촬영 감독이 그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한 이유다. “저도 그 느낌이 마음에 들었어요. 실제로 드라마에서 싸우는 장면 뒤에 고개를 드는 부분이 있는데 갓 끝에 눈매를 맞추려고 노력을 하기도 했죠. 하하.” ‘작곡돌’(작곡가+아이돌)로서 진영의 강점은 아티스트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아이돌들이 트렌디한 멜로디와 리듬을 섞어 한번에 귀를 사로잡는 곡들을 만드는데 집중할 때 진영은 감성에 더 방점을 찍는다. 그룹 ‘아이오아이’의 새 앨범 ‘미스 미?’ 수록곡 ‘잠깐만’처럼 최신 사운드의 곡도 마찬가지다.
어른스럽고 감성적인 면모는 음악을 좋아한 부모의 영향도 크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돈 맥클린의 ‘빈센트’, 캔사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 등 요즘 세대가 알지 못한 곡들을 자연스레 접하며 성장했다. 13일 방송된 MBC TV ‘복면가왕’에서도 ‘날 울리지마 겁쟁이 사자’로 등장해 듀스의 ‘여름 안에서’, 임정희의 ‘나 돌아가’ 등 예전 노래를 열창했다. “부모님이 차에서 항상 올드팝을 틀어놓고 다니셨어요. 저는 뒷좌석에서 누워 이런 노래를 들으며 흥얼거렸죠. 라이브 카페에서 여러 선배님들이 노래하시는 것도 보고요.” 이달 말 컴백 예정인 B1A4는 벌써 데뷔 5주년을 맞았다. 데뷔 초반 ‘초통령’으로 통하며 나이 어린 팬들을 사로잡았던 B1A4는 점점 다양한 연령층으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엇보다 다른 아이돌 그룹과 달리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다. “멤버들이 점점 많이 성숙해지고 있어요. 무엇보다 다들 착해서 좋아요. 오랜 만에 팀 앨범을 내는 만큼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려고 고민 중이죠. 저 역시 그러기 위해 많이 배워가는 중이에요. ‘구르미 그린 달빛’ 역시 제가 알지 못했던 제 모습을 알게 해줬죠. 저를 더 많이 알아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