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살어리랏다④]노량진에서 만난 사람들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노량진에는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자처한 젊은 청춘들이 있습니다. 공무원을 꿈꾸는 이른바 '공시생'입니다. 이들은 공무원이 되기 위해 남들보다 하루를 빨리 시작하고, 하루를 더 늦게 마감합니다. 공무원시험 응시 인원이 최근 5년간 매년 25만 명에 달합니다. 점점 좁아지는 취업 문 탓인지, 고시촌에는 공무원이 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젊은 청춘들이 늘고 있습니다. 기사에 다 싣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 공시족이 점점 어려진다 "굳이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 졸업해도 취업이 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차라리 대학 등록금을 밑천으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게 더 나아요. 공무원이 된 이후에 필요하다면 그때 대학 다녀도 늦지 않을 것 같아요." - 김민선양(19·경찰 공무원 시험 준비생) "몇 해 전부터 제 수업에도 앳된 얼굴의 학생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어요. 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사회적 흐름이 아무래도 젊은 학생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아마 시간이 갈수록 공시족 평균 연령이 더 낮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 장모씨(43·한국사 강사) ◇ 최순실이 흔들어도, 공무원 시험이 가장 공정하다 "공무원 시험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잖아요. 시험 볼 때도 부당한 차별이나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할 여지가 없어서 공정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 시험은 누구나 실력 하나로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시험입니다." - 김선혜(28·7급 일반 행정직 준비생) "죽어라 공부해도 9급 행정직 공무원 시험 합격하기도 어려운데 누구는 최순실 '빽'만으로 2·3급 공무원 직함 달고 청와대를 들락날락하니 노량진 고시촌의 허탈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어요. 그래도 공무원 시험이 공정하니 놓고 싶어도 놓을 수 없어요." - 최수용(28·9급 일반 행정직 준비생) ◇ '무기력한 청춘' vs '누구보다 성실' 엇갈린 시선 "빨리 합격해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어서 다른 것을 신경 쓸 여력이 없어요. 무기력하고 나약한 청춘이라는 비난도 신경 안 써요. 무기력한 청춘이라는 비난에 신경 쓰는 공시생이라면 아직도 배가 불렀다는 얘깁니다." - 김우정(29·9급 일반 행정직 준비생) "제가 고시촌에서 10년 넘게 본 공시생들은 누구보다 성실합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같이 지내보면 알 것이에요.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살면서도, 하루 4시간 자면서도 꿋꿋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공시생을 응원합니다." - 강모씨(55·잡화점 사장)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