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로 여론전환? 박 대통령 '버티기'

등록 2016-11-22 11:00:00   최종수정 2016-12-28 17: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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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최순실 게이트로 야 3당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당론으로 정하는 등 정국이 혼란스런 16일 오후 경복궁 신무문에서 바라본 청와대 정문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16.11.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야권의 하야·퇴진 요구와 신속한 검찰 조사에 모두 버티기로 일관하면서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장 8개월까지 걸릴 수 있는 탄핵정국이 불가피한 상황을 유도하면서도 즉각적인 탄핵의 빌미를 줄 수 있는 검찰 조사에는 ‘시간끌기’를 하면서 국면전환의 계기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일단 박 대통령은 야권이 임기 단축을 전제로 주장하고 있는 즉각적인 하야나 질서 있는 퇴진은 국정 중단 사태를 초래하고 헌법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이유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대국민담화에서 “국정은 한 시라도 중단돼서는 안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만 한다”고 한 것이 박 대통령의 인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하야나 퇴진은 없다”

 청와대도 “헌정 중단 같은 국가적 불행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하야나 퇴진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5일 “정국 안정을 위한 후속조치 방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고심하고 있다”면서도 “하야나 퇴진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헌법 71조를 활용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도 부정적이다. 현 시국이 엄중한 상황이긴 하지만 헌법 71조에서 정한 ‘사고’ 상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권이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관철시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으로 탄핵 카드를 꺼내들게 될 것이란 관측도 그래서 나온다. 청와대도 탄핵에 대해서 “정치권에서 논의할 일”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지 않는 분위기다.

 탄핵소추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 발의와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소 29명 이상 동조해야 한다. 국회에서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최장 6개월이 걸리고 이에 앞서 국회의 탄핵안 논의와 발의 과정까지 감안하면 길게는 8개월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염두에 두고 야권의 하야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 지지층 결집이나 여론 반전을 모색할 시간을 그만큼 벌 수 있고 국회 부결이나 헌재 기각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면 국면을 전환할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이를테면 야권에 불리한 의혹 같은 것이다.

 박 대통령이 16일 부산 해운대 초고층 주거복합단지 엘시티(LCT) 비리 사건과 관련해 측근 인사가 개입됐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법무부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관련자들을 엄단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엘시티 비리 사건 주범인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을 조성, 각종 특혜 대가로 정관계에 뇌물로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의혹에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 의원들도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의혹에 연루된 야당 인사들을 겨냥, 엘시티 비리 사건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국면전환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정 대변인이 이날 엘시티 관련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하면서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여야 정치인’을 함께 언급한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위기 때마다 ‘꼼수 정치’ 반복

 박 대통령이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검찰 조사와 그 시기를 두고 검찰 측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도 탄핵 정국의 장기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검찰은 최씨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들을 19~20일께 일괄 기소키로 하고 15~16일께는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이었다. 공소장에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결과가 포함시키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정된 유영하 변호사는 17일 다음 주에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18일까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검찰의 최후통첩마저도 거부한 것이다.

 유 변호사는 이날 본인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검찰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다음 주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이 검찰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 뒤 “변론 준비에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고 현직 대통령의 신분을 감안하면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을 전반적으로 조사한 뒤 모든 사항을 정리해서 한꺼번에 조사를 받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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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가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6.11.15.  [email protected]
 이어 유 변호사는 “검찰의 대통령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수 있다면 서둘러 변론준비를 마치겠다“며 “다음 주에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일정이 빠듯하지만 18일에도 조사가 가능하다는 검찰의 최후통첩을 거부한 것이다.

 국정농단 사태에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가 모두 끝난 뒤에야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헌법상 대통령은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어서 검찰이 박 대통령을 강제구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최씨 등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될 경우 야당에 즉각적인 탄핵소추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탄핵 정국 장기화를 염두에 두면서도 도래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시간끌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그간 위기 때마다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 정치를 반복했다. 2차 대국민사과에서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고 특검도 수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15일 변호인을 통해서는 돌연 조사 연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2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며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순실씨의 구속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늦어도 15~16일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는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16일 조사는 어렵다며 조사 시기를 다음 주로 연기하자고 요청했다. 조사 방법 역시 서면조사를 원칙으로 하며 대면조사는 최소한으로 줄이자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발언을 스스로 뒤집은 셈이다.

 ◇“박 대통령 자기 왜곡 강한 성격”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첫 대국민사과 당시에도 사태를 축소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는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 홍보 등의 분야에서 저의 선거 운동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며 “일부 연설문이나 홍보물도 같은 맥락에서 표현 등에서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취임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일부 자료들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으나 청와대의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며 최씨의 국정 개입이 거의 없었다는 식의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그 이후 최씨가 청와대를 계속 오가며 각종 국정에 개입했으며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등 의혹은 계속 터져 나왔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이 확산되던 시점인 지난달 24일 느닷없이 개헌 얘기를 국회에서 꺼내 들었다. 그간 박 대통령은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논의에 부정적 태도를 유지했는데 갑자기 “지금이 개헌 적기”란 언급에 많은 이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최순실씨의 태블릿 PC가 공개됨으로써 박 대통령의 개헌 전략은 다분히 최순실 사태를 막기 위한 ‘꼼수 정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바로 다음날 박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지난 발언을 돌이켜 생각할 때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를 축소 은폐하기 위한 대응에만 몰두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든다. 박 대통령은 미르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 9월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비상시기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는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관련 의혹들을 ‘비방’, ‘확인 안 된 폭로’라고 정리했다.

 이후 황교안 국무총리는 “증거 없이 말만 나오고 있는 단계”라며 “불법에 해당하는 유언비어는 의법 조치도 가능하다”고 ‘유언비어 처벌’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이 한창이던 지난 7월21일에는 국가안보회의를 통해 “여기 계신 여러분도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란다”며 우 수석을 옹호, 관련 논란을 일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은 자기 왜곡이 강하고 대단히 방어적인 사람”이라며 “자기 연민 이런 부분이 국민들에 대한 배려보다 훨씬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부분이 어쩌면 집권욕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서 집권에 성공한 것일 수 있다”라며 “하지만 막상 집권하니 그런 종류의 자기중심적인 욕구는 국민들을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다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했고, 그런데 여전히 자기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며 “국민의 입장이나 객관적인 판단에서는 상당한 결핍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진보, 보수 문제를 떠나서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위정자로서, 개인 신분이 아니므로 설명을 해야 하는데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자기의 입장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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