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미켈란젤로·라파엘로 중 가장 '변태 화가'는?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미술의 역사는 곧 변태의 역사”라며 '변태 미술관'을 출간한 미술평론가와 카피라이터가 있다. 일본인들이다. ‘변태’라는 관점에서 서양 미술을 바라보려는 약간 ‘이상한’ 미술관이자 서양 미술 입문서를 자처한다. 우아함과 럭셔리의 상징 미술관을 두고 왜 '변태 미술관'이라고 할까. "억압은 변태의 원동력이니까요. 쿠르베는 참지 않아요. 하고 싶으면 친구의 여자친구라도 상관 안 해요. 그리고 싶다면 여성의 성기라도 그리죠. 앵그르도 그리고 싶다면 뭐든지 그리겠지요. 기술적으로는 가능해요. 하지만 여자의 ‘그곳’을 그리고 싶을 때도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아카데미의 중진이라는 입장 때문에 참을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그렇게 참다 보면 반드시 터지고 말아요. 그래서 부자연스럽게 긴 등을 그리는 행동이 나오는 거죠.” 화가와 미술의 고상함을 벗기고도 거침없다. "르네상스 3대 거장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중 가장 변태는 누구라고 생각하세요?" 위대하고 아름다운 그림 뒤에 감춰진 미술가의 특이한 이면, 어쩌면 미술가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영감이 되기도 했던 그들의 사생활을 들춰낸다. 마치 막장드라마처럼 노골적인 대사들이 이어지지만 볼수 밖에 없는 흥미유발책이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인상파 등 각 사조를 대표하는 화가를 주체로 작품의 배경과 의의 등을 위에서 말한 의미에서의 ‘변태성’에 초점을 맞추고 해설한다. 덕분에 루벤스, 쿠르베, 드가등 세기의 화가들 12명이 '변태 경쟁'을 벌이며 '의문의 1패'를 당하기도 한다. 매끄럽게 진행되는 토크쇼처럼 짜여진 텍스트를 통해, 책의 마지막 장까지 눈을 떼지 못하고 읽어나갈 수 있다. 200여 점에 달하는 도판과 일러스트의 디테일은 그림보는 재미까지 있다. 왜 드가의 그림에는 꼭 대머리 아저씨가 등장하는지, 왜 모네는 수련을 200점이나 그리며 집착했는지 등 경쾌하고 기발한 질문과 박식한 가이드의 답들이 쏙쏙 읽힌다. 은밀한 사생활을 노골적으로 까발리면서도 미술의 전문적인 용어로 연결해 어렵게만 느껴졌던 미술에 한걸음 더 들어가게하는 묘미가 있다. “그 시대에 통통한 여성이 선호되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해도 루벤스의 통통한 여자 취향은 도가 조금 지나치죠. 당시 기준으로도 너무 살쪘다고 여겨질 만한 체형을 좋아했다는 점이 루벤스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큰 변태 포인트입니다. 이렇게 살찐 여성을 프랑스어로 ‘루베네스크rubenesque’라고 형용할 정도예요.” 시대를 앞선 에로틱함. 12명중 과연 '변태왕'은 누구일까. 야마다 고로 , 고야마 준코 지음, 이용택 옮김, 21세기북스, 1만8000원.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