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경험은 전무, 의욕은 과다"…트럼프 리스크 직면한 '화약고' 중동
현재 미국은 시리아 알레포에서 6년째 이어져 온 정부군과 반군 간의 내전부터 수백년에 걸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까지 주요 분쟁과 혼란에 연루돼 있다. 미국의 군사·외교 외교 정책은 중동지역의 미래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외교정책에 대해선 밝히지는 않았다. 이란과의 핵합의안부터 시리아 내전,이팔 갈등사태에 이르기까지 중동지역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이란 핵 협상 폐기되나…'지각변동' 전망 트럼프는 2015년 7월 타결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억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란 핵협상에 대해 "지금까지 봤던 협상 중 가장 졸속으로 처리됐다"며 대통령이 되면 이를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 핵협상은 조약이 아니라 행정협정이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거나 폐지할 수 있다. 이란 정부 내에서도 핵협정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갖고 있는 세력이 있어, 트럼프가 기존 이란 핵합의를 폐기하고 재협상에 나설 경우 이란 군부와 보수파에 합의안 폐기 또는 핵개발 재개라는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미들이스트아이(MEE)는 강경 보수 성향의 정예부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정치기관 '소브헤 사데크'를 인용해 내년 5월에 치러지는 이란 대선에 트럼프 당선이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브헤 사데크'는 "큰 그림을 봤을 때 미국 대선 결과가 이란의 정치 시스템이나 일반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란이 서방국가와 약속한 핵 합의안) 뿐만 아니라 대선에는 영향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IRGC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통솔하는 강경·보수 성향의 정예부대로, 현재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중도개혁파 및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대립하고 있다.
IRGC는 '소브헤 사데크'를 통해 "트럼프가 존재하는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현실적으로 JCPOA는 사라질 것이며, 불확실성이 이란의 정치판도를 덮을 것"이라며 "로하니 대통령과 중도파들이 승리의 카드라고 생각하는 핵 협상이 트럼프 취임과 함께 무너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와 관계 변화…시리아 알레포 내전 심화되나 트럼프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중동 정책 실책이 시리아 내전을 발발시키고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하며,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해 IS를 격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 축출보다 IS 퇴치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을, 러시아는 오랜 우방인 아사드 정권을 지원 중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차기 정권이 초대강국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중동 지역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트럼프 반대자들은 시리아 내전 사태를 해결하겠다며 미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면 독재자 아사드 대통령의 권력 유지를 돕는 꼴이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RIIA)의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국장 리나 카티브는 "트럼프가 시리아 고삐를 러시아에게 넘긴다면 사실상 아사드 정권을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는 테러와 싸운다는 명목 아래 시리아 내 자신들이 주도하는 군사작전을 강화하려 들 것"이라며 "중동은 물론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입지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격 수위를 높여 IS를 뿌리 뽑자는 발상 역시 IS의 행동 방식, 중동 국가들의 알력 다툼, 이슬람 종파 갈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암라니 국장은 "트럼프는 후폭풍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폭격하자고 말할 가능성이 높다"며 "중동 지역의 엄청난 복잡성과 이들 국가가 어떤 식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미국 주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미사일 방어 계획에 대항하기 위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최신 미사일을 발트연안 최서단 칼리닌그라드에 배치했다. 21일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국방 분석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미사일 배치는 러시아 정부 내에 트럼프 정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세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의 군사 분석가 파벨 펠겐하우어는 "러시아 내에 트럼프 당선인과 합의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강력한 세력이 존재한다"며 "그들은 미국과 대립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현재 수준의 조달·국방 예산을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 협상…오히려 중동지역 불화 야기 트럼프 당선인은 이·팔 갈등에서 자신이 중립적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유세 과정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현재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공언 한 바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지역 평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현재 동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점령하고 자국의 수도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법상으로 예루살렘은 어느 나라에도 속해있지 않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미국 정권교체 기를 틈타 팔레스타인 영토에 불법 정착촌을 확대하는 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트럼프가 이·팔 문제에 있어 친 이스라엘로 치우쳐 있다고 보고있다. 이스라엘 우파는 트럼프 당선을 눈엣가시인 팔레스타인을 제압할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전문가들은 트럼프가 이·팔 갈등에서 한쪽을 지지하게 되면 평화로 이어지기 보다 갈등과 분쟁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정권이 중동지역에서의 군사적 개입을 축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국가의 힘의 균형이 틀어진다면 중동지역 혼란사태는 불 보듯 뻔 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는 지난 22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이팔 갈등 조정을 위한 특사로 임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유대인인 사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오랜 충돌을 화해시키는데 매우 도움이 될 것"이란 말도 했다. 트럼프가 유대계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중동 정치와 무관하고, 외교경험은 더더구나 전무한 사위 쿠슈너를 특사로 임명해 외교 난제 중의 난제인 이팔 갈등에 과연 어떻게 개입할지, 중동은 물론 국제사회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