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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경영승계 본격화…첫 단추는 '삼성전자 지주회사 전환'

등록 2016-11-29 12:03:53   최종수정 2016-12-28 17: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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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에 승계작업 '시동'  "검토과정만 최소 6개월"…'최순실 악재' 등 변수

【서울=뉴시스】최현 기자 =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본격화하고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29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분할'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했다. 6개월의 검토 과정을 거친 후 지주회사 전환 등을 포함한 지배구조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이는 삼성그룹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과 해외증시 상장의 기대효과 등 주주가치를 최적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며 "검토에는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는 단계"라며 "회사의 사업 구조 검토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장기적 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가의 3세 승계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필수불가결의 요소로 꼽힌다.

 현재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0.59%에 불과하다. 자사주를 제외하고 오너가와 삼성그룹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총 18.15%(삼성생명 특별계정 0.54% 포함)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절반이 넘기 때문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이 부회장의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밥상'을 차려준만큼 삼성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딱히 없었던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0.62% 보유하고 있는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홀딩스(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한국거래소와 미국의 나스닥에 각각 상장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 주문도 포함됐다.

 이외에도 30조원의 특수배당(혹은 1주당 24만5000원의 배당 지급),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 입장에서는 제안이 성사될 경우 삼성전자의 주주로서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삼성은 비용 부담 없이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윈윈' 전략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한 삼성전자는 13.3%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뉘게 되면 지주회사는 자사주를 통해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크게 확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전자를 홀딩스(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한 후 금산 분리를 위해 홀딩스와 금융 지주회사를 설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이 이번에 지주회사로의 전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 자체가 진행을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진행 속도는 장기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주회사 전환에 있어 시장 예상보다 많은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발표한 배경에 대해 "단순히 정무적인 판단으로 지주회사로 전환을 고려한다는 판단을 넘어 실무적인 일이라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계자 보유 주식 매입 및 처분, 세금, 지주회사 재무구조 검토 등 복잡한 부분이 많고 이같은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외적으로는 여러가지 실무적이고 복잡한 사안 때문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삼성이 현재 맞닥뜨린 '최순실 사태'라는 악재 때문이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개편작업이 반드시 주주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앞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 역시 반발 등 잡음이 끊이지를 않았다.

 최근에는 최순실씨 모녀 특혜 지원 및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외압 의혹 등이 불거지는 등 대내외적인 악재를 맞은 상황이라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엘리엇이 제안한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삼성전자의 입장 역시 이같은 점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내달 6일 이 부회장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야 한다는 점과 특검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이 지주사 전환을 하겠다는 입장을 우선적으로 밝힌 만큼 여론 등의 사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나머지 세부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날 발표된 내용은 삼성전자가 지배구조 개편에 확고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삼성전자를 투자 및 사업회사로의 나눠 지주사 전환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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