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공화국④]영양주사 Q&A…실제 효과 있나
이 실장은 지난 5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와대 기관보고에 증인으로 출석, "태반·백옥·감초 주사 등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처방된 것이 맞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이 실장은 미용 목적 시술 의혹에 대해서는 "미용 목적의 주사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 건강에 관련한 사항이라 정확히 말씀드릴 수 없으나 미용 목적의 사용이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처방한 주사제들은 면역력 향상과 건강 관리, 빠른 회복을 위해 처방된 약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여성 갱년기 완화와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는 태반 주사부터 피로 회복에 특효라는 감초 주사, 피부를 백옥처럼 맑게 해준다는 백옥 주사까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청와대발(發) 악재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름만 듣고 어떤 주사인지, 무슨 효능이 있는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최근 각종 영양주사제들이 박 대통령 덕에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흔하디흔한 동네 의원들까지 환자에게 추천하고 있으니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낯설기만 한 각종 영양주사제가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혹시 부작용은 없을까요. 낯설기만 한 영양주사제에 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종류는 흔히 '태반 주사'로 통하는 이 영양 주사제의 본래 명칭은 '라이넥주'입니다. 원료는 태반추출물입니다. 태아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태반에서 혈액과 호르몬을 제거하고,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완전히 분해한 주사제입니다. '백옥 주사'는 클루타치온이 주성분입니다. 피부가 백옥(白玉)처럼 하얘진다 해서 백옥 주사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미국 팝스타 비욘세가 자주 맞아 유명진 덕에 일명 '비욘세 주사'라고도 불립니다. '감초 주사'는 한약재로 널리 쓰이는 감초의 주성분인 글리시리진산암모늄과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글리신으로 만든 주사제입니다. '마늘주사'는 마늘에서 직접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지 않았습니다. 비타민 B1(푸르설타민)이 주성분입니다. 다만 이 주사를 맞으면 마늘 냄새가 난다 해서 이렇게 명명됐습니다. 이 밖에도 체지방 감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치옥트산을 주사하는 일명 '신데렐라 주사', 은행잎 추출물이 주성분인 '브레인 주사' 등 영양주사제들은 알려진 효능이나 주성분에 따라 이름이 붙습니다. ◇투약 비용은 각종 영양주사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됩니다. 또 의사 면허만 있으면 진료과목에 상관없이 영양주사제 처방이 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비급여 진료가 많지 않은 분야의 일부 의사가 환자 호주머니에서 돈을 털어내기 위해 불필요한 영양주사제를 권하기도 합니다. 영양주사제 비용은 병원 위치나 처방 조건, 투약 횟수 등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태반 주사의 경우 1회 투약 비용이 5만~10만원 내외입니다. 다른 주사제의 비용도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감초 주사와 마늘 주사는 회당 5만~15만원, 백옥 주사는 10만~20만원 내외입니다. 일부 병원에서는 한두 번 맞아선 효과가 크지 않다며 주사제 투약 횟수를 평균 8~10회 정도로 늘리라고 권합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라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50만 원 이상 비용이 발생합니다. 만만치 않은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태반 주사와 마늘 주사 등 환자가 원하는 영양주사제를 선택한 뒤 일정 기간 정해진 횟수만큼 맞을 수 있는 100만원 내외의 패키지 상품도 다양하게 등장했습니다. 정리하면, 어떤 영양주사제를 선택하고, 여러 영양주사제를 혼합하는 등 투약 방법이나 횟수 등에 따라 비용이 달라집니다. ◇효능은 태반 주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간 기능 개선에 한해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갱년기 증상 완화와 피로 해소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붐을 이루고 있습니다. 신데렐라 주사는 뇌척수염이나 내이성 난청에, 백옥 주사는 신경성 질환에 어느 정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정받은 주사제입니다. 하지만 백옥 주사는 피부 미백 효과와 빠른 피로 해소를, 감초 주사는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한 물질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항노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더 많이 알려졌습니다. 마늘 주사 역시 피로 해소와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영양주사제 모두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실제 사례는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의사가 영양주사제를 허가 사항 이외의 증상에 처방해도 무방합니다. 현행 의료법상 전문가인 의료인의 권리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효과와 부작용은 영양주사제 효과에 관해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이 덜 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효과에 관해선 의학적으로 근거가 낮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박 대통령의 전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 역시 "태반주사 등 영양 주사제를 놔달라는 대통령의 요구를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 대학병원 등에서 영양주사제를 잘 처방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런데도 영양주사제가 남용되는 것은 병원의 지나친 상술과 환자들의 기대 심리가 맞아떨어진 탓입니다. 병원 입장에서 영양주사제는 별다른 힘을 들이지 않고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소득원입니다. 병원들이 앞다퉈 내걸고 있는 피로 해소나 노화 방지, 백옥 피부 등 온갖 광고 문구는 환자 입장에서 솔깃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양주사제가 일시적으로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 아닙니다. 일종의 '플라세보 효과(약효가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으로 둔갑시켜 심리적인 안정을 주는 치료법)'라고 잘라 말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병원에서 편안하게 누워 수액주사만 맞아도 피로가 싹 가시는 위약 효과와 다름없다고 얘기입니다. 영양주사제를 오남용이나 맹신할 경우 주사 부위에 감염이나 염증,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갑자기 고용량 영양소가 혈관으로 유입하면 울렁증이나 어지럼증을 일으키고, 지병이 있으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태반 주사에는 호르몬 성분이 포함돼 자궁근종 등 호르몬 변화에 예민한 기관에 질환이 있다면 위험합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 의사는 "바른 생활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효과도 검증 안 된 영양주사제 한 대보다 동네 한 바퀴 뛰는 것이 낫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