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왜 민주·문재인 때리나
먼저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5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개헌저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논란과 관련,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본인은 몰랐다라고 발뺌을 하고 있다”며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집중 비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어제 민주당 김용익 민주연구원장이 개헌저지 보고서 파문에 책임지겠다고 사의를 표명했고 수석연구위원도 보직 해임됐다. 이 징계는 민주당이 스스로 문건 파동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연구원장과 연구원이 징계당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전형적 꼬리자르기 구태정치”라고 문 전 대표를 과녁화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이는 정권교체를 하겠다는 대선 후보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문 전 대표 본인이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본인이 지지하는 참모들로 인해 발생하는 개헌저지 보고서 파동에 대해서 국민 앞에 사과할 것을 엄중하게 촉구한다”며 “개헌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말해주길 바란다”고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민주당 손학규계’ 추가 탈당 유도 박주선 국회부의장도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서 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을 비판할 자격도 없는 정당이고, 국가와 국민의 세금으로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정책연구원은 문재인 대선 연구원이라고 평가한다”고 꼬집었다. 박 부의장은 “문재인 전 대표는 전직 민주당 대표일 뿐 현재는 아무런 직함이 없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분에 불과하다. 정당의 공식 라인에 없고 비선에 불과하다”며 “최순실이라는 비선에 의해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한 정당이 비선에 의해 조종 받고 농단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이 과연 어떤 생각을 갖겠느냐”고 문 전 대표를 박 대통령의 ‘비선 최순실’에 빗대기도 했다. 조배숙 정책위의장은 “유신 잔존 세력의 적폐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민정수석, 비서실장, 또 안희정 충남지사로 대표되는 무책임한 집단 역시 청산돼야 할 적폐”라고 문 전 대표와 친노 및 친문 세력을 한 묶음로 청산 대상으로 규정한 것이다. 조 정책위의장은 이어 “광장의 시민들이 바라는 것이 고작 대통령 교체라고 말하는 건 사이비 개혁가”라며 “연인원 1000만 명의 목소리를 독식하려는 사람은 반개혁이다. 대한민국은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바라고 있고 그것이 개헌”이라고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문 전 대표를 비판했다.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아울러 민주당 내 추가 탈당 여부를 두고도 연일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당 측에선 손학규계를 비롯한 비문계가 최대 40여 명까지 탈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에선 추가 탈당자는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은 이른바 ‘개헌저지 보고서 작성 논란’을 연일 거론, 개헌을 매개로 민주당 지도부 및 친문 세력에 대한 비문계의 반발을 더욱 자극하며 추가 탈당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앞서 국민의당은 4일에도 ‘개헌저지 보고서’ 논란과 관련, “중립을 지켜야 할 당 정책연구원을 특정계파의 싱크탱크로 사용(私用)한 더불어민주당의 개헌저지문건 사건은 박근혜 정부의 ‘정윤회 문건’ 사건과 꼭 닮았다”고 민주당을 비난한 바 있다. 고연호 국민의당 수석대변인 직무대행은 “정윤회 문건 사건 역시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박관천 경정 등 일부 꼬리만 잘렸을 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질 때까지 진상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 대변인은 이어 “추미애 대표는 문병주 수석연구위원을 보직해임하고 대기발령 조치했지만 이는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며 “진상조사에 대한 약속 또한 탄핵과 대선국면을 맞이해 유야무야 끝날 가능성이 무척이나 높다”고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또 “당무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 정책연구원에 지시를 내린 이번 사건은 국정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청와대 공식기구에 제멋대로 명령을 내린 정윤회, 그리고 최순실 국정농단의 정당 축소판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동섭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문재인 전 대표의 사당이 된 느낌”이라며 “당의 싱크탱크가 문재인 전 대표 맞춤형 서비스 제공 업체로 전락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서둘러 진실을 밝히고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촉구한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은 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의미 없는 방중이 아니라 정부가 (사드 배치 관련) 국회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국민의당에 협조하기를 바란다”고 중국 방문 일정을 폄하했다. 고연호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뒤늦게나마 어제 중국을 방문해 ‘차기 정부에서 사드 배치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차기 정부가 결정하면 당론도 없이 무작정 따라가겠다는 것인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고 대변인은 “지난 여름 사드 배치로 정국이 들끓었을 때 더불어민주당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무책임한 자세로 사드 배치에 아무런 당론을 내놓지 않았고 제1야당의 방조 속에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할 수 있었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의 외교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결정장애인가”라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지 찬성하는지 먼저 당론부터 정하길 바란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고 대변인은 또 “국민의당이 그동안 주장한 바와 같이 사드는 국회에 배치돼야 하며 국회에서의 논의를 통해 배치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한민국의 외교는 굳건한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전략적인 동반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4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정계 은퇴를 요구한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한명회(조선시대 세조 최측근)가 돼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기 위해 문 전 대표를 엄호하겠다는 모습이 한심스럽다”고 맹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열고 “안 지사의 언행을 보고 있으면 530여년 전 한명회가 떠오른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안 지사 본인의 정체성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며 "충남도지사냐 대선 후보냐 문재인 전 대표의 대변인이냐“고 따졌다. 김 위원장은 또 “안 지사 (손학규 정계 은퇴) 주장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계파 패권의 수장이자 대선 패배와 야권 분열에 책임이 있는 문 전 대표의 정계 은퇴부터 주장하는 게 맞다”고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를 싸잡아 비난했다. 그는 “안 지사는 손 전 대표가 강진에 머물렀을 때 문 전 대표가 직접 찾아가 정계 복귀를 읍소했던 사실을 알고 있나”라고 반문한 뒤 “손학규는 민주개혁세력의 중요한 자산이다. 정권 교체를 위한 선의의 정책 경쟁은 환영하지만 이 같은 막말은 참으로 가당찮다”고 안 지사를 거듭 비난했다. 국민의당의 민주당 및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파상 공세에 대해 정치권은 당 지지율 및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세 하락을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당은 당초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유력 대선 주자로 보유하고 있었지만,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며 사실상 대선 주자 고갈 현상을 겪고 있다. 아울러 정당 지지율 역시 당 기반이었던 호남에서조차 민주당에 뒤처지는 양상이다. 또 손학규 전 대표나 정운찬 전 총리의 영입 작업도 지지부진하고 당대표 선거도 정동영 의원 등 유력주자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초의 흥행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박지원 의원의 독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민주당이 연일 야권통합론을 꺼내들고 있어 당내 위기감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때문에 국민의당으로선 민주당 대표 주자인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당 전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친문을 하나로 묶어 패권 세력으로 규정한 뒤 이를 통해 통합 공세를 차단하면서 자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 친문계의 비판을 통해 비문계를 자극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적어도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를 그냥 좌시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